중국 놓을 수 없는 애플, YMTC와 낸드 공급 계약하나
애플이 중국 칭화유니그룹 소유의 메모리 업체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로부터 낸드플래시 칩을 공급받기 위해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은 31일(현지시각) “애플은 YMTC의 낸드플래시 메모리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수 개월에 걸쳐 공급 관련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낸드플래시란 데이터를 저장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비휘발성 메모리로, 스마트폰이나 서버 등에 주로 사용된다.
YMTC는 중국 반도체 굴기의 상징과 같은 반도체 기업 칭화유니그룹(이하 칭화유니) 자회사 중 하나다. 중국기업 중에서는 처음으로 메모리 용량을 효율적으로 늘릴 수 있는 ‘3D 낸드 적층 기술’을 도입한 메모리를 양산했다. 모회사 칭화유니는 수익성 사업이 아닌 국가 사업을 무리하게 진행해 자금유동성을 확보하지 못했고, 결국 지난 해 7월 파산 절차에 들어갔다. 같은 해 12월에는 국유기업으로 넘어갔다.
애플이 YMTC와 협업을 추진하는 것은 메모리 공급처 다변화 시도의 일환이다. 최근 애플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업체에서도 애플에 납품하는 메모리 물량을 늘린 것으로도 알려졌다. 공급망 안정화의 필요성과 메모리 수요가 늘어나면서, 애플은 미국의 중국 제재에도 중국 반도체 기업의 메모리도 사용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YMTC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주요 메모리 업체에 비해 비해 메모리칩 기술이 1세대 정도 뒤처져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가격이 비교적 저렴하다는 강점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애플이 YMTC와 메모리 공급 계약을 최종적으로 체결하게 된다면, YMTC 메모리는 아이폰 SE와 같은 보급형 기기에 탑재될 것으로 예상된다.
블룸버그통신은 “애플이 YMTC와 낸드플래시 공급계약을 체결하면, 미국이 그간 중국 반도체 산업을 제재해 왔던 것을 역행하는 일이 될 것”이라며 시장의 변화를 예고했다.
애플은 미국의 제재와 별개로 중국과의 교역을 지속해 왔다. 지난 해 말 미국 IT매체 디인포메이션, 씨넷 등 외신은 “애플이 2016년 중국 정부와 2750억달러(약 320조원) 규모의 비밀 계약을 체결했다”며 “해당 계약에는 애플이 중국 사업 유지를 위해 중국 업체 부품과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조치를 취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고 보도했다.
애플 제품 조립·생산라인 등도 대부분 중국에 위치해 있다. 아이폰, 아이패드 등 애플 제품 대부분은 대만 소재 전자제품 생산업체 폭스콘 중국 지사에서 생산되고 있다. 중국 업체중에는 럭스쉐어 등이 아이폰 등 애플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이처럼 애플은 중국과의 연결고리를 유지해 나가고 있다.
이처럼 애플이 중국과 협력의 끈을 놓지 않으면서, 미국 제재에도 중국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트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아이폰은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점유율을 20% 이상 차지하고 있으며, 지난 해 4분기에는 내내 중국 스마트폰 시장점유율 1위 자리를 지켰다.
한 글로벌 반도체 시장 전문가는 “애플이 이처럼 중국과 연결의 끈을 놓지 않는 것은 미국도 중국과의 교역이 필요하긴 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과 같다”며 “미국의 제재로 중국의 반도체 시장 상황이 매우 좋지 않다는 인식이 있는데, 대중이 생각하는 것보다는 상황이 나을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배유미 기자>youme@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