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는 환영, 의사는 반대하는 디지털헬스케어산업법

국내 의사들을 대변하는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가 디지털헬스케어산업법에 반대하고 나섰다. 디지털 헬스케어가 미래 유망사업이라는 이유로 기업의 수요창출과 산업적인 측면만 고려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골자는 디지털 헬스케어에 의료 요소가 포함되는 만큼 보건복지부와 의사들이 핵심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는 것.

디지털헬스케어산업법의 정식 명칭은 ‘디지털헬스케어산업의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안이다. 더불어민주당 정태호 의원(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위원회)이 지난 2월 10일 대표 발의했다.

법안 발의 직후 산업계에서는 적극 환영을 표했다. 벤처기업협회(디지털헬스케어정책위원회), 한국디지털헬스산업협회, 한국바이오협회, 한국산업지능화협회, 한국스마트의료기기산업진흥재단, 한국의료기기공업협동조합,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7개 협·단체는 공동 성명안을 내고 법안의 조속한 국회 통과를 촉구했다.

정 의원이 이 법을 발의한 이유는 현행법 아래에서는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에 대한 지원 근거가 분산돼 있어 산업을 육성, 지원하기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법률안에서는 “현행법 체계에서는 디지털 기술에 기반을 둔 의료·비의료, 소프트웨어·하드웨어, 인공지능(AI)·데이터 등의 이종 산업과 서비스 간 결합, 제품의 서비스화 또는 서비스의 제품화와 같은 융합형 사업모델을 바탕으로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형성하는 디지털헬스케어산업의 구조적 특성이 반영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산업융합촉진법’, ‘소프트웨어진흥법’, ‘의료기기산업육성및혁신의료기기지원법’, ‘비의료기관 건강관리서비스 가이드라인’, ‘보건의료데이터 활용 가이드라인’ 등 다수의 법률과 가이드라인에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에 대한 지원 근거가 분산돼 있다는 설명이다.

디지털헬스케어산업법에서는 기존 법령에는 없는 디지털 헬스케어의 개념을 정의하고 관련 산업 생태계 육성과 보호, 활용 원칙을 마련했다.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을 다루는 기업들의 법적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애초부터 철저히 산업 활성화와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법률안이라고 볼 수 있다.

법률안에서는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을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여 개인의 건강과 관련된 정보를 수집·분석하고 맞춤형 건강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기기·소프트웨어·시스템·플랫폼의 연구개발, 생산 및 유통과 관련된 산업”이라고 정의한다. 이 법에 따른 지원 대상으로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을 규정한다.

문제는 이러한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 정의에 의료와 비의료 요소가 함께 포함되는 것이다. 병원 밖에서 식단을 관리하는 것부터 병원 안에서 의료 AI를 사용해 환자 질병을 진단하는 것까지 모두 디지털 헬스케어에 포함된다.

의협에서 디지털헬스케어산업법을 반대하는 이유는 디지털 헬스케어 정의에 의료 요소가 포함되는 상황에서 산업적 관점에서만 디지털 헬스케어를 바라봤다는 것.

의협은 “의료는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직접적이고 즉각적인 영향을 미치는 분야로 의료영역에 정보통신 기술 등 디지털 기술이 접목된다 하더라도 인간의 생명을 다루는 의료라는 본질적인 부분이 사라지거나 상쇄되는 것은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법안은 미래 유망사업이라는 이유로 기업의 수요창출에만 집중하고 디지털 헬스케어에 대한 산업적인 측면만을 고려해 관련 기술을 보유하거나 개발하는 업체들의 이익만을 대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주무부처도 산업통상자원부가 아니라 보건복지부로 변경하고 의료계전문가들의 참여도 보장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의협은 “필수요건으로 의료 전문가들이 반드시 참여해 관련 사항에 대한 면밀하고 신중한 검토를 해야 하고, 의료서비스 제공에 대한 법적책임 문제, 관련 비용 및 적정 수가책정 등이 논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률안에서는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 육성·지원 종합계획을 5년마다 수립하도록 한다.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과 관련된 정책을 심의하고 그 추진사항을 점검하기 위해 산업통상자원부에 디지털헬스케어산업위원회를 두도록 하고 위원회의 구성과 운영에 대해 규정한다.

또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을 육성하고 산업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디지털 헬스케어 우수기업인증을 할 수 있도록 하고, 디지털 헬스케어 우수기업에 대한 국가 연구 개발사업 등 우대, 조세 특례, 우선구매 등 각종 지원 시책의 근거를 마련한다.

디지털 헬스케어에 속하는 기술이 의료와 비의료로 나눠진다면 결국 하나의 법을 만드는 의미가 없다. 의료기기에 속하는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은 결국 기존 식약처 허가·인증을 받아야 한다.

의협은 “디지털헬스케어에 대한 안전성·유효성에 대한 검증이 수반돼야 하고,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개인의 건강과 관련된 정보를 수집, 분석하고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부분에 대한 법적 검토가 함께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디지털 헬스케어 우수기업인증은 새로운 기술의 개발을 촉진하기 보다는 단순히 인증을 받기 위한 제도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 오히려 신규 진입 기업들에 대한 진입장벽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박성은 기자<sag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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