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인공지능(AI)을 아울러 컴퓨팅으로 현실세계의 문제를 해결합니다.”

젠슨 황(Jensen Huang) 엔비디아 CEO가 했던 말입니다. 엔비디아가 현재 영위하는 사업을 살펴보면 AI, 자율주행, 메타버스 등 매우 다양하고, 첨단 기술과 밀접한 연관이 있습니다. 어느 한 부문에만 집중하지 않았고, 컴퓨팅을 적용하는 분야 대부분에 손을 뻗고 있는 것이죠. 그만큼 기대감도 한 몸에 받고 있는 기업입니다.

엔비디아는 그래픽 처리 장치(Graphic Processing Unit, GPU)를 개발하는 기업인데요, 이 GPU를 통해 다양한 기술 분야에 발을 들일 수 있게 됐습니다. 하지만 엔비디아는 하드웨어 기술뿐만 아니라 소비자의 접근성을 높이는 전략도 함께 취하고있습니다. 그 결과 조금씩 시장을 점유해 나갈 수 있었고, 지금의 엔비디아라는 모습을 가질 수 있었죠.

젠슨 황(Jensen Huang) 엔비디아 CEO

엔비디아의 시작부터 발전까지

엔비디아가 처음부터 모든 컴퓨팅 분야를 타깃으로 삼았던 것은 아닙니다. 젠슨 황 CEO는 PC로 풍부한 게임과 멀티미디어를 즐길 수 있도록 하자는 목적으로 처음 엔비디아를 창업했습니다. 초기 엔비디아가 출시한 GPU는 그래픽 칩을 보조해 영상 데이터를 더 깔끔하게 출력해 주는 역할을 수행했죠.

그런데 GPU의 특징 중 하나는 한 번에 많은 데이터를 처리하는 병렬 방식을 갖췄다는 것입니다. 당시 컴퓨팅을 위한 프로세서는 CPU가 주로 사용됐는데요, CPU는 입력되는 데이터를 한 번에 하나씩 처리하는 직렬 처리 방식으로 구동됩니다. 성능과 별개로, 한 번에 많은 데이터를 처리하는 데에는 한계가 분명 존재했죠. 엔비디아는 이 한계를 병렬 처리 방식의 GPU를 통해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엔비디아는 GPU를 더 많은 용도로 사용할 수 있도록 전용 프로그래밍 언어 쿠다(CUDA)를 개발합니다. 쿠다는 GPU 에 명령어를 설정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언어인데요, 이를 통해 GPU를 컴퓨팅 용도로도 사용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렇게 엔비디아는 범용 GPU를 개발했습니다. 쿠다 언어가 적용된 GPU는 범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해서 GPGPU(General Purpose GPU)라고도 불립니다.

병렬 처리 방식은 인공지능, 딥러닝 부문에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습니다. 인공지능은 많은 데이터를 학습해서 결과를 도출해 내는 방식으로 구동되기 때문입니다. 엔비디아는 인공지능에 필요한 코어도 개발했는데요, 이 때 개발한 코어가 RT코어와 텐서 코어입니다. RT코어는 인공지능 처리를 가속하고, 텐서 코어는 딥러닝 시 필요한 단순 알고리즘을 반복 처리하는 데 특화해 있습니다. 이 코어를 탑재하면서 GPU는 인공지능 처리에 적합한 반도체로 거듭났습니다.

이후에도 엔비디아는 다양한 업체와 인수합병을 시도하며 사업 영역을 넓혀 나갔습니다. 최근에는 엔비디아의 RTX GPU로 구동되는 메타버스 플랫폼 ‘옴니버스(Omniverse)’도 공개했습니다. 2019년에는 컴퓨터 네트워킹 공급업체 멜라녹스(Mellanox)를 인수하며 데이터센터용 프로세서 산업에도 손을 뻗었죠. 젠슨 황 CEO가 “엔비디아는 그래픽 칩, 인공지능 등을 넘어선 종합 컴퓨팅 회사”라고 언급한 이유가 있네요.

엔비디아 본사


엔비디아의 성공 비결은 ‘진입장벽 낮추기’

엔비디아는 쿠다 언어를 개발해 GPU 생태계를 확장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쿠다 언어에는 한 가지 성공 비결이 있습니다. 바로 개발자가 주로 사용하던 C언어로 쿠다 알고리즘을 구성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개발자는 쉽게 쿠다 알고리즘을 구성할 수 있고, 서비스도 그만큼 수월하게 개발하게 됐습니다. 인공지능을 비롯한 다른 기술에 손쉽게 GPU를 적용할 수 있게 된 것이죠.

엔비디아는 이외에도 개발자의 진입장벽을 낮추는 전략을 취해 왔습니다. 그 일환으로 수요가 많은 부문에서는 개발자가 더 쉽게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도록 소프트웨어 스택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소프트웨어 스택이란 특정 서비스를 구동하는 데 필요한 소프트웨어를 모아 놓은 툴킷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주요 사업 부문에서는 GPU부터 시작해 필요한 소프트웨어까지 모두 세트로 개발자에게 제공한다는 것입니다.

엔비디아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엔비디아가 주력하고 있는 부문은 게임, 콘텐츠 크리에이션, 딥러닝, 데이터 애널리시스, 오토모티브입니다. 이 부문에서는 필요한 솔루션을 모두 제공합니다. 엔비디아의 자율주행 솔루션 ‘오린(Orin)’이 대표적인 예시 중 하나죠. 개발자는 그저 서비스를 구상하고, 소프트웨어 스택은 엔비디아의 것을 사용하면 됩니다.

새롭게 성장하고 있는 AI반도체 기업은 엔비디아의 이 같은 전략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복수의 AI반도체 개발업체에 따르면, 개발자는 GPU보다 더 AI에 특화된 반도체를 찾고 있습니다. GPU는 본래 AI를 처리하기 위해 만들어진 반도체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AI 성능을 더 높이기 위해서는 AI전용 반도체가 필요하다는 것이 그들의 설명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사용하기 편한 것은 엔비디아의 GPU입니다. 개발자 입장에서는 성능 좋은 반도체도 중요하지만, 그 전에 일단 사용하기 편리해야 손이 갑니다. AI 반도체 개발업체들이 엔비디아처럼 소프트웨어 스택 확보와 컴파일링(특정 프로그래밍 언어를 다른 언어로 변환하는 기술)에 주력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에서죠. 엔비디아의 ‘진입장벽 낮추기’ 전략이 시장에서 통한다는 의미로 풀이됩니다.

엔비디아 옴니버스로 구현한 아바타

주가 대폭 상승한 엔비디아, 앞으로는?

엔비디아는 한 때 주가가 급격하게 상승했고, 지금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2020년 내에만 무려 주가가 104% 상승했죠. 2021년 12월 18일에는 132.72달러, 2022년 12월 10일에는 301.98달러까지 그 가격이 치솟았는데요, 하늘 높은 줄 모르는 엔비디아의 주가가 크게 증가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먼저 컴퓨팅 플랫폼에 대한 수요가 이례적으로 높았기 때문입니다. 젠슨 황 CEO는 실적발표를 통해 “AI, 기후 과학, 게이밍, 디자인, 자율주행, 로보틱스 등 부문에서 수요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고 밝혔습니다. 산업 전반에 컴퓨팅 수요가 증가하면서, 엔비디아도 그 수혜를 입었다는 분석입니다.

또한, 엔비디아는 메타버스 플랫폼 옴니버스(Omniverse)’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엔비디아는 지난 2020년 12월 처음으로 옴니버스 베타 버전을 출시했고, 2021년 4월에는 기업용 메타버스 플랫폼 ‘엔비디아 옴니버스 엔터프라이즈(Omniverse Enterprise)’를 공개했습니다. 관계자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옴니버스 플랫폼 적용 범위를 지속해서 넓혀 나갈 예정입니다. 따라서 메타버스 수혜주로도 손꼽히고 있습니다.

암호화폐 채굴을 위한 GPU 수요도 견조하다는 분석입니다. 엔비디아는 일반 GPU의 채굴 성능을 50%로 제한하고, 대신 채굴용 GPU를 출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채굴자에 의해 GPU 부족 현상이 일어났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일부 사용자는 엔비디아의 채굴 성능 제한을 우회하는 기술을 적용해 일반 GPU로 암호화폐 채굴을 하고 있습니다. 채굴용 GPU는 재판매가 어렵지만, 일반 GPU는 채굴 이후에도 다시 되팔기 수월하기 때문에 일반 GPU를 더 선호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여전히 시장 내 GPU 수요는 높고, 이는 곧 엔비디아 주가에 반영됐습니다.


엔비디아 주가는 Arm 인수 실패로 소폭 하락했습니다. 엔비디아가 Arm을 인수하고자 했던 이유는 과거 CPU 시장을 사로잡고 있던 x86 아키텍처에 대항하는 프로세서를 출시하고 CPU 시장까지 점령하기 위함이었죠. 이번 Arm 인수 실패로 엔비디아는 칩을 자체 개발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엔비디아는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는 반응입니다. CPU 연구를 위한 인력을 100명 가량 채용할 계획을 세워 놓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앞으로도 엔비디아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할 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습니다. 2023년까지 반도체 공급망이 불안정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미 엔비디아 주가에 추후 실적 기대감이 상당수 반영됐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상황만 유지한다면 엔비디아가 한순간에 몰락할 가능성이 높지는 않습니다만, 앞으로도 주가가 큰 상승폭을 이어갈 것인지에 대해서는 미지수일 듯 싶네요.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배유미 기자> youme@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