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용궁 ‘쿠마’가 재료에 집착하다 자사몰까지 연 썰

여의도에 위치한 오마카세 ‘쿠마’의 별명은 ‘여의도의 용궁’이다. 쿠마 김민성 셰프의 별명이 ‘용왕’이기 때문이다. 여의도에서 ‘회를 좀 안다’라는 단골들도, 노량진 도매시장 중매인 큰손들도, 강원도 고성과 남해 삼천포 등 전국 각지 선장들도 김민성 셰프를 용왕이라 부른다. “크고, 귀하고, 신선한 생선들을 어떻게든 자기 것으로 만들기 때문”이란다.

쿠마가 제철 숙성회를 배달하기 시작한 것은 2019년 일본 상품 불매운동, 이어진 코로나19의 영향이었다. 초기의 수기 주문 확인과 자체 배달을 거쳐 플랫폼에 입점했고, 최근에는 자사몰에 도전해 당일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쿠마는 왜 자사몰을 열어 회원가입을 받기 시작했을까. 동시에 플랫폼 입점 판매를 앞으로도 유지하려는 목적은 무엇일까. 여의도를 넘어 ‘대한민국의 용궁’이 되려는 쿠마의 전략들을 살펴봤다.

쿠마는?

김민성 셰프가 직접 운영하는 오마카세 쿠마는 2007년 시작했다. 김 셰프의 원칙은 오직 한 가지로 ‘재료가 좋아야 음식이 맛있다’라는 것. 이를 지키기 위해 경력 27년의 김 셰프는 매일 수산시장을 방문해 손님들에게 선보일 재료를 직접 확인한다.

김 셰프는 인터뷰를 통해 “어린 시절부터 요리사가 꿈이었다. 일본으로 넘어가 오사카와 도쿄를 거치며 현지 셰프 아래서 요리를 배웠다. 요리사 외에 다른 직업을 가져본 적은 없다. 내가 배운 오마카세란 그날 새벽 가장 좋은 재료를 가져다가 손님께 드리는 것이다. 하여 ‘전국에서 잡히는 크고 좋은 생선은 다 내 것’이라는 마음으로 재료를 준비한다”라고 밝혔다.

크고 좋은 생선에 집착하는 김민성 셰프의 별명은 ‘여의도 용왕’이다.

쿠마를 대표하는 메뉴 중 하나는 바로 ‘돗돔’이다. 돗돔은 1년에 10여마리 안팎으로만 잡혀 매우 귀한 재료로 알려져 있다. 130kg급 한 마리 가격은 약 500만원 정도. 김 셰프는 “이 10여마리 중 약 절반을 쿠마가 구매한다”라며 “노량진수산시장을 비롯해 전국 선장님들과의 네트워크를 총동원해야 구매할 수 있다. 여기에 실패 거듭하며 완성한 쿠마만의 요리 기술을 접목해 선보인다”라고 자신 있게 소개했다.

배달을 시작한 배경

쿠마는 2019년에 이르기까지 10년 넘는 시간 동안 줄곧 오프라인 매장 판매만을 고집했다. 그러다 2019년 일본 상품 불매운동과 코로나19 팬데믹 직격탄을 맞는다. 김 셰프는 “당시 손님의 90%가 사라졌다. 정말 어려운 시기였으며, ‘내가 시대를 못 따라가는구나’란 생각에 괴로웠다”라고 회상했다.

그러던 중 김 셰프는 쿠마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를 활용하기로 했다. 이미 재료와 메뉴 소개 등 고객들과 소통하며 1000여명의 팔로워를 확보한 상태였다. 이 페이지에 배달 서비스를 공지한 것이 쿠마의 온라인 자사몰 ‘쿠마이츠’의 전신이다.

재료와 음식 소식을 공유하던 쿠마 페이스북을 통해 배달 공지를 올린 것이 자사몰 ‘쿠마이츠’의 전신이 됐다.
현재 쿠마는 페이스북과 함께 인스타그램 또한 활용하고 있다.

김 셰프는 “페이스북 배달 관련 공지를 본 단골들이 정말 많이 도와줬다. ‘쿠마 망하지 마라’는 응원 메시지와 함께 후원도 들어오더라. 그리고 전화, 문자, 페이스북 메시지 등으로 주문을 받기 시작했다. 이 주문을 일일이 수기로 적고, 음식을 준비 및 포장하고, 퀵서비스로 배달한 것이 쿠마이츠의 첫 시작이었다.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었으나, 쿠마가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한 때였다”라고 설명했다.

플랫폼 입점으로 이어지다

배달 주문이 늘어가던 중 쿠마는 새로운 제안을 받게 된다. 온라인 수산물 판매·배달 플랫폼들의 입점 제안이었다. 플랫폼은 주문 접수와 전달, 결제, 포장용 부자재 제공, 음식 픽업과 배달, 홍보·마케팅 등을 모두 대행해준다는 점에서 매우 편리했다. 그만큼 재료 선정과 음식 조리에 쓸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김 셰프는 “플랫폼 입점을 통해 업무 부담을 덜고, 또 이커머스 노하우를 배울 수 있었다. 새로운 고객들과 만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물론 수수료가 존재하지만, 이는 플랫폼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다양한 효과들을 따져보면 결코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다. 왜냐하면 쿠마는 자사몰 중심의 브랜드 구축 계획이 확실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자사몰 ‘쿠마이츠’를 통해 얻는 것

① 내 고객 데이터

쿠마의 자사몰 쿠마이츠는 현재 운영 4개월차다. 가입 회원만 주문할 수 있으며, 매달 200여명의 신규 회원이 유입되고 있다. 주문은 전날 오후 6시부터 당일 오전 10시까지 가능하고, 배송은 당일 오후 5시 전 완료된다. 쿠마는 자사몰 판매와 마찬가지로 플랫폼 판매 역시 당일배송을 보장하는 플랫폼에만 입점한 상태다. 음식 퀄리티를 확보하기 위함이다.

같은 이유로 음식배달 플랫폼에는 입점하지 않았다. 쿠마 숙성회와 해산물은 “좋은 재료가 들어와야 손님께 선보이기 때문에 실시간으로 배달 주문을 받아 처리하게 되면 퀄리티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라는 설명이다. 하여 자사몰에서는 정해진 시간 내 들어온 주문을 모아 일괄 배송하는 방식을 택했다.

쿠마이츠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회원 정보는 이름, 이메일, 휴대전화 번호, 배송지 등이다. 또 회원마다 주문 정보를 분류해 관리할 수 있다. 이는 플랫폼 입점을 통해서는 얻을 수 없는 정보다. 회원 역시 본인 주문내역을 열람해 이전 메뉴를 다시 주문하는 등 기능을 활용할 수 있다.

여의도 쿠마의 자사몰 ‘쿠마이츠’

김 셰프는 위 정보와 관련해 “내 고객, 우리 단골 데이터를 직접 확인하는 것”이라고 표현한다. “플랫폼은 일종의 수산시장이다. 수산시장에 방문한 손님은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본인 마음에 드는 가게를 고르지 않는가. 수산물 이커머스 플랫폼도 마찬가지다. 훌륭한 홍보·마케팅 채널이 되어준다”라는 설명이다.

이어 “단, 오프라인 수산시장과 온라인 플랫폼의 차이점은 우리 가게를 찾아온 손님과 내가 직접 소통할 수 있느냐 없느냐다.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손님께 재료와 요리를 소개하며 소통하고, 이들 중 단골이 생기며, 우정과 신뢰가 쌓인다. 그러나 플랫폼 판매에서는 불가능하더라. 그래서 쿠마이츠에 투자했다”라고 자사몰 운영 이유를 밝혔다.

② 메뉴 구성과 피드백

현재 쿠마이츠는 오프라인 매장에도, 입점 플랫폼에도 없는 독자적인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자사몰만의 고유 메뉴를 선보임으로써 회원가입을 유도하고, 가입과 주문을 마친 고객에게 확실한 보상을 하기 위한 전략이다.

김 셰프는 “쿠마가 최고의 재료만을 취급한다는 것을 자사몰을 통해 강조하고 싶었다. 돗돔, 다금바리, 8kg 이상 자연산 방어, 자연산 생참치 등을 매달 새롭게 선보이는 중이다. 계절이 지난 메뉴는 자연스럽게 내린다. 그 과정에서 회원들이 어떤 메뉴를 선호하는지 분석 중이다. 모둠회 등 일반 메뉴를 완전히 배제하는 것도 아니다. 쿠마이츠 회원들이 원한다면 출시한다. 앞으로도 회원들의 피드백에 따라 회원들만 즐길 수 있는 메뉴를 선보일 예정”이라 설명했다.

‘용왕 특선 자연산 생참치’ 등 쿠마이츠 전용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③ 수요예측 : 재료 품질 향상 & 유동성 확보

김 셰프에게 맛있는 요리는 곧 좋은 재료다. “좋지 않은 재료로 맛있는 음식을 만든다는 사람은 사기꾼”이라고까지 표현한다. 요리 맛은 80~100% 재료가 결정한다는 철학이다. 그러다 보니 매일 같이 크고 좋은 생선을 수급하는 데 혈안이다.

쿠마 오프라인 매장을 방문한 손님들의 리뷰에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배가 터질 정도로 양이 많다’라는 것. 관련해 김 셰프는 “나를 믿고 찾아와 준 손님께 선보이는 요리는 최고의 재료와 최상의 선도여야 함을 고집한다. 그러다 보니 재료가 맛을 잃어버리기 전에 최대한 많이 드리고 있다. 그럼에도 회로 먹기에 시기가 지났다 판단한 재료는 아무리 비싸더라도 탕거리가 된다. 나도 아쉽지만 어쩔 수 없다”라고 해명(?)했다.

대어가 맛이 좋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진리다. 그런데 손님이 이를 얼마나 주문할지 예측이 어렵다. 좋은 대어를 안 팔릴까 걱정돼 더 구매하지 못하고, 아무리 좋은 재료를 구하더라도 팔리지 않으면 낭비된다. 이를 해결할 실마리가 되어준 것이 바로 당일배송이었다. 쿠마는 플랫폼 입점 판매, 자사몰 판매 데이터를 통해 판로 확보와 수요예측을 동시에 해결한다. 메뉴 구성도 오프라인 오마카세와 온라인 제철 메뉴 양쪽으로 나누어, 확보한 재료를 효율적으로 분배한다.

김 셰프는 “온오프라인 판매 데이터를 통해 수요예측을 고도화 중이다. 최상의 품질로 손님에게 보답하기 위함이며, 요동치는 시장 재료 수급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쿠마는 대어 숙성회 외에도 다양한 제철 해산물을 선보이고 있다. 아시다시피 아무리 제철이라도 그날 잡힌 해산물 상태가 엉망이라면 방법이 없지 않은가. 이때 이커머스 데이터가 큰 도움이 될 것”이라 말했다.

쿠마이츠 관련 블로그 리뷰 캡처. ‘정말 열심히 먹어도 너무 많이 남겨서 집 가면 생각난다’는 부분이 인상적이다.

④ 브랜드 확장

쿠마의 궁극적인 목표는 ‘브랜드 확장’이다. 15년 동안 여의도 같은 자리에 용궁으로 자리한 쿠마가 새로운 꿈을 꾸기 시작했다. 온라인 자사몰 성장을 바탕으로 오프라인 매장 확장까지 계획 중이다.

김 셰프에게는 수산물 네트워크가 있다. “노량진 재민이, 주영이 등 형제랑 다름없는 사이의 중매인들이 도와주고 있다. 전국 곳곳의 선장님들도 마찬가지다. 내가 돈으로 타협하는 사람이 아니란 것을 알기에 늘 최상의 상품만을 공급해주신다”라는 설명이다. 이 네트워크에 수요예측 데이터를 적용하는 전략이다.

김 셰프는 “재료 품질 저하 없이 쿠마 브랜드를 확장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쿠마이츠를 통해 어디서 누가 무엇을 주문하는지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다. 이를 당일배송 물량 증가, 오프라인 매장 확보 등 사업 전략의 기반 데이터로 활용한다. 곧 새로운 소식을 전하겠다. 코로나19 등 위기가 새로운 기회가 됐다. 재료 수급과 조리, 판매의 선순환을 이뤄낼 것”이라 밝혔다.

여의도 넘어 ‘대한민국 용궁’이 목표

쿠마이츠의 1차 목표는 ‘회원 1만명 모으기’다. 쿠마는 회원들이자 팬들에게 음식 판매 외에도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할 계획이다. 식자재 판매, 요리 및 재료구매 클래스, 미식 여행 코스, 도서 판매 등이다. 김 셰프는 “알고 먹으면 더 맛있는 게 음식인데, 직접 방방곡곡의 재료 산지를 찾아다니고 나면 얼마나 더 맛있겠느냐”며 웃어 보인다.

묵묵히 오마카세 외길을 가던 쿠마는 폐업의 위기를 이커머스로 극복했고, 나아가 독자적인 브랜드로 성장할 기회로 삼았다. 과연 여의도 맛집을 넘어 ‘대한민국 누구나 아는 용궁’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인가. 쿠마의 도전은 계속된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신승윤 기자> yoon@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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