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영국 반도체 설계업체 암(Arm) 공동 인수한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한국거래소가 SK하이닉스를 대상으로 31일 조회공시를 요구했다. SK하이닉스는 같은 날 오후 6시까지 이에 대한 답변을 해야 한다.

SK하이닉스의 Arm 인수설은 30일 SK하이닉스 주주총회 이후 본격적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대표이사 부회장은 주주총회 현장에서 기자들의 “Arm 인수를 계획하고 있냐”는 질문에 대해 “반도체 생태계가 교란될 수 있기 때문에 한 회사가 Arm을 인수할 수는 없다”면서도 “기회가 된다면 다른 기업과 공동으로 인수하는 방향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대표이사 부회장 (자료: SK하이닉스)

이 같은 질문이 나온 이유는 박 부회장이 지난 28일 SK스퀘어 주주총회에서 Arm 인수 계획이 있냐는 한 주주의 질문에 대해 “Arm도 사고는 싶다”며 “리소스를 확보하는 대로 투자를 계획하고 있으나, 구체적인 회사명을 언급할 수는 없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시장은 이 대답을 두고 SK 측이 Arm 인수에 대해 긍정적인 시그널을 보였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SK하이닉스가 Arm을 공동 인수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당시 발언 내용은 Arm부터 시작해 작게는 스타트업까지 모든 범주를 고려하고 있다는 뉘앙스의 이야기였지, Arm을 공동 인수한다고 확정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한 글로벌 반도체 시장 전문가도 “엔비디아가 Arm을 인수하지 못한 이유는 영국이 자국 반도체 기업을 보호하는, 일명 ‘반도체 자국중심주의’ 때문”이라며 “아무리 컨소시엄이 Arm 인수합병을 추진한다 해도 영국이 이를 허가하지 않을 것이고, 따라서 SK하이닉스가 Arm을 인수하는 것은 단기간 내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말했다.

다만 반도체 설계 업체를 인수해 생태계를 확장하려는 시도는 지속할 전망이다. SK스퀘어는 지난 11월 SK텔레콤으로부터 인적분할해서 출범한 투자 전문기업이다. 당시 SK텔레콤 측은 SK스퀘어 출범과 관련해 “반도체·정보통신기술 부문 투자회사로서의 방향을 정하고 있다”며 “반도체 산업에서 긍정적인 성장 계기를 마련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표현한 바 있다. 앞으로 반도체 부문에서 기존 대비 좀 더 공격적으로 투자할 것을 예고한 것이다.

아직 SK스퀘어는 SK하이닉스의 국내 반도체 위탁생산업체 키파운드리 인수 건 외에 주목할 만한 투자나 인수합병을 추진하지 않았다. 추가적으로 SK스퀘어가 반도체 관련 업체를 인수하거나 관련 투자를 단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가운데 SK텔레콤과 SK스퀘어, SK하이닉스는 AI반도체 사업을 확장하고자 한다. 지난해 12월 SK텔레콤은 AI반도체 사업부 사피온을 분사했다. 이를 통해 SK텔레콤은 본격적으로 AI반도체 사업을 전개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당시 SK텔레콤 관계자는 “AI반도체 사업을 추진해 단순 통신사를 넘은 ‘디지털 인프라 컴퍼니’가 될 것”이라고 포부를 전했다.

이후 올해 1월 진행된 CES2022 행사에서는 SK텔레콤, SK스퀘어, SK하이닉스가 ‘SK ICT 연합’을 출범했다. 3사는 해당 연합을 출범하면서 첫 성과로 데이터센터용 AI반도체 사피온(SAPEON) 글로벌 진출을 꾀할 것이라고 밝혔다.

SK ICT 연합을 통해 세 회사는 AI반도체 역량을 강화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당시 SK텔레콤은 5G, AI 관련 R&D 역량과 서비스 경험을 토대로 사피온 기술을 주도하고, SK하이닉스는 메모리 반도체 부문에서 협력하고, SK스퀘어는 SK텔레콤과 함께 전략적·재무적 투자자를 공동으로 유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3사가 사피온에 대한 기대를 가지고 있는 만큼, SK스퀘어가 AI반도체 설계 역량 강화를 위한 인수합병과 투자를 추가적으로 단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배유미 기자>youme@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