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는 왜 4조원 들여 ‘IFC몰’을 노릴까?

지난달 14일 신세계그룹 부동산 개발·운영업체 신세계프라퍼티는 이지스자산운용과 함께 IFC 인수를 위한 2차 본입찰에 참여했다. 1차에 이어 2차 본입찰까지 참여하며 해당 부지에 ‘여의도 스타필드’가 들어설 것이란 예측이 나오고 있다.

입찰가는 모두 4조원 이상. 다소 부담스러운 가격에도 신세계가 IFC몰을 노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업계에서는 ‘더현대 서울’ 그리고 ‘여의도한강공원’을 든다. 둘 다 경쟁자가 아닌 공생관계로서 말이다.

IFC몰은 여전히 성장 중

이번 매각 대상은 캐나다의 브룩필드자산운용이 보유하고 있는 여의도 IFC 빌딩 4개동과 ICF몰 8만5400㎡ 규모다. 이에 신세계는 현재 콘래드호텔로 사용 중인 빌딩 1개동을 ‘조선호텔’로, ICF몰을 ‘스타필드’로 재탄생시킬 것이란 예측이 나오고 있다.

겨울 시즌 이벤트가 한창인 IFC몰

2012년 8월 오픈한 IFC몰은 ‘여의도 최초·최대의 대형 복합쇼핑몰’ 타이틀을 가지고 있었다. 지금은 ‘최대’ 타이틀을 빼앗긴 상태다. 최대 타이틀의 주인공은 더현대 서울로, 영업 면적만 8만9100㎡(2만7000평)에 달한다. 축구장 13개 크기를 당해낼 수는 없다.

더현대 서울의 등장과 함께 IFC몰이 위기를 맞이할 것이란 예측도 있었으나, 결과는 정반대다. 지난해 2월 더현대 서울의 개장으로 IFC몰 방문객 수는 전년 대비 약 80% 이상 급증했다. 3개월이 흐른 5월까지도 전년 대비 30~40% 수준의 증가율을 유지했다.

IFC몰의 성장과 관련해 업계에서는 “더현대 서울과는 또 다른 분위기였기에 가능했다”라고 평가한다. “힙하고 럭셔리한 브랜드 위주의 백화점 더현대 서울과 달리, IFC몰에서는 친숙한 SPA 브랜드도 만날 수 있는 만큼 서로의 매력이 달랐다. 앞으로도 서로 다른 콘셉트의 큐레이션이 유용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결정적으로 더현대 서울은 IFC몰에게 ‘MZ세대의 유입’이라는 커다란 선물을 가져다줬다.

MZ 끌어모으는 ‘더현대 서울’

지난달 말 현대백화점은 ‘더현대 서울’이 개점 1년 만에 매출 8000억원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이는 현대백화점의 처음 목표였던 6300억원을 넘어선 수치며, 동시에 국내 백화점 개점 첫해 매출 신기록이다.

더현대 서울의 매출이 특별한 것은 높은 수치 때문만은 아니다. 더현대 서울 측 조사에 따르면 지난 1년간 더현대 서울을 방문한 고객 연령은 30대가 37.6%로 가장 많았다. 20대도 15.9%를 기록해 MZ세대가 절반을 넘었다. 그중 가장 높은 구매력을 보인 나이는 31세로 조사됐다.

더현대 서울 ‘포토스팟’에서 소개하는 사운즈포레스트 스냅(사진: Hasisi Park)

더현대 서울은 젊은 소비자들을 다시 오프라인 매장으로 불러들이는 데 집중했다. 김형종 현대백화점 사장은 “더현대 서울은 차별화된 공간 구성과 콘텐츠 큐레이팅을 앞세워 MZ세대를 다시 백화점으로 불러 모았다. 온라인 쇼핑에 익숙한 젊은 소비자들이 다시 백화점을 활발히 찾을 수 있도록 고정관념을 깨는 다양한 실험을 이어가겠다”라고 말했다.

실제 더현대 서울은 MZ세대의 지지를 받으면서, 타 백화점이나 쇼핑몰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브랜드를 모아 하나의 체험 공간으로 구성하고 있다. 여기에 전시, 문화센터, 포토스팟 등 요소까지 MZ세대에 초점을 맞췄다.

더현대 서울 문화센터 ‘CH1985’는 MZ세대를 타깃으로 한 강의를 다양하게 선보이고 있다.

그 결과 지난 1년간 다음과 같은 통계를 기록했다. ▲더현대 서울 F&B 방문자 수 480만명 ▲문화센터 CH1985 총 수강 회원 수 1만3000명 ▲전시공간 ALT.1 관람객 수 20만명 ▲1인당 평균 체류 시간 79분. 개별 브랜드로는 ▲카멜커피 일일 기준 최고 예약 인원 1007명 ▲카페 레이어드 스콘 총 판매량 54만7500개 ▲리셀매장 BGZT Lab 운동화 최고 판매가 1256만원 등이 있다. 현재 인스타그램 내 더현대 서울 관련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은 약 35만개다.

MZ세대 놀이터계 ‘트윈타워’ 노린다

더현대 서울은 디지털 리포트 가운데 IFC몰을 ‘깐부’라고 표현하고 있다. ‘더현대 서울 방문객이 택한 여의도 내 교차 방문지’ 1위를 차지한 것이 바로 IFC몰이기 때문이다. 더현대 서울 방문객의 10.72%가 IFC몰을 방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현대 서울이 소개하는 ‘깐부’ (출처: 더현대 서울 디지털 리포트 vol.1)

이는 신세계가 4조원이 넘는 거액을 들여 IFC 인수를 노리는 이유 중 하나다. 신세계그룹 브랜드를 더현대 서울 곁에 붙임으로써 MZ세대의 오프라인 방문을 적극 유도할 수 있다. 대형마트 및 백화점과는 또 다른 포지션으로 스타필드를 강조함과 동시에, MZ세대 놀이터계의 쌍벽으로 브랜딩하는 전략이 가능하다.

IFC몰과 더현대 서울 간의 거리는 약 500m에 지나지 않는다. 게다가 여의도 지하철역에서 출발하는 무빙워크는 IFC몰과 더현대 서울 모두를 연결한다. IFC몰 내 매장에도 변화가 있다. 지난해 ‘애플스토어’가 입점한 데 이어 SNS에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카페노티드’, 뉴욕 출신 샌드위치 브랜드 ‘렌위치’ 등 새로운 체험 공간이 늘어나는 모습이다.

잊지 말자 ‘여의도한강공원’

여의도에는 IFC몰과 더현대 서울 그 이상으로 핫플레이스인 곳이 있다. 더현대 서울에서 도보로 약 8분 거리인 여의도한강공원은 서울시 전체를 기준으로도 손꼽히는 공간이며, 계절을 가리지 않고 많은 방문객들이 찾는다는 게 특징이다. 오히려 팬데믹 기간동안 그 인기가 더 상승해(?) 지난해 여름 한강사업본부·영등포경찰서 등 특별 방역수칙 위반 점검반의 주된 활동 무대가 되기도 했다.

더현대 서울 디지털 리포트에 따르면 ‘지난해 여의도 유동인구 조사’ 결과 여의도한강공원(3.30%)은 더현대 서울(3.03%)과 IFC몰(2.99%)보다도 앞선 수치를 보였다. 또 ‘더현대 서울 방문객이 택한 여의도 내 교차 방문지’ 조사에서 IFC몰에 이어 여의도한강공원이 2위(5.96%)를 차지했다. 위 세 곳이 서로 상호보완적인 관계이자 향후 새로운 시너지를 발휘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완전히 새로운 스타필드가 필요할 것”

신세계의 IFC 인수 본입찰 참여와 관련해 모 유통업계 관계자는 “기존과 다른, 완전히 새로운 콘셉트의 스타필드가 필요할 것”이라며 “스타필드는 하남점이나 고양점 같은 초대형 매장 외에 여전히 적자다. IFC몰이 스타필드로 변신한다면 아마 가장 작은 매장이 될 것이기에 환골탈태가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신세계가 IFC를 인수하더라도 기존의 스타필드와는 다른 형태로 운영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관계자는 “더현대 서울이 기존 현대백화점과 차별화되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며 “관련해 최근 신세계가 와이너리 ‘셰이퍼 빈야드’를 인수하는 등 색다른 행보를 보이는 만큼 MZ세대 맞춤 전략을 들고 나올 수 있을 것 같다”라는 생각을 밝혔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신승윤 기자> yoon@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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