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석의 입장] 인터넷은 종말을 앞두고 있는가

인터넷이란 무엇일까. 간단히 정의하면 전 세계의 네트워크(network)를 서로(inter) 연결한 것이다. 컴퓨터와 컴퓨터를 연결한 것이 네트워크인데 이 네트워크를 서로 연결한 게 바로 인터넷, 즉 네트워크의 네트워크이다. 사람이 같은 언어를 쓰고 있어야 대화를 할 수 있듯이, 컴퓨터들은 같은 프로토콜을 사용해야 데이터를 주고 받을 수 있다. 네트워크를 서로 연결하기 위해 공통언어로 TCP/IP라는 프로토콜을 사용한다.

인터넷이 세상을 바꾼 이유는 인터넷에 접속만 하면 세계의 모든 정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나(내 단말기)는 A라는 네트워크에 연결됐을 뿐이지만, 네트워크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전 세계의 모든 인터넷 정보를 다 볼 수 있다.

그런데 최근 전세계의 모든 컴퓨터가 연결된다는 인터넷의 기본 원칙이 무너질 조짐이 조금씩 보인다. 일부는 연결되고 일부는 연결되지 않는 분절된 인터넷이 될 수 있다는 우려다.

가장 상징적인 사례는 러시아다. 요즘 러시아에서는 서구의 인터넷 서비스가 거의 접속되지 않는다. 페이스북, 트위터 등을 러시아에서는 접속할 수 없다. 서비스 업체의 자발적 선택인 경우도 있고, 러시아 정부에 의해 차단된 경우도 있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은 러시아 정부가 전면 차단시켰으며 넷플릭스는 회사 측이 러시아 지역 서비스를 철수했다.

아직 구글 같은 검색 서비스는 러시아에서 동작하지만, 이런 분위기가 지속되면 이마저 차단될 가능성도 있다. 러시아는 자국민들이 서방의 논리를 습득하지 못하도록 가능한 정보를 차단해 나가고 있고, 페이스북이나 유튜브 등 서구권의 서비스들도 러시아 국영매체가 전하는 정보의 유통을 차단하고 있다.

러시아뿐 아니라 중국, 이란 등은 이미 세계 인터넷과 격리되어 가는 중이다. 중국에는 구글도 유튜브도 페이스북도 없다. 대신 중국만의 서비스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비즈니스 관점에서는 자국산업 보호라고 이해할 수 있지만, 정보의 관점에서는 중국과 외부가 단절된 것이다.

현재는 단순히 특정 서비스들이 서로 연결되지 않은 것이기 때문에 인터넷이 단절됐다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현재의 상태가 더 진행되면 기술적 단절까지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계속나온다. 즉 전세계가 하나로 연결된 인터넷이 아니라 단절된 인터넷인 ‘스플린터넷(Splinternet)’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우크라이나 정부는 최근 전세계 도메인을 관리하는 아이칸(ICANN)에 도메인에서 ‘.ru’로 끝나는 사이트를 제거해달라고 요구했다. 러시아의 웹사이트를 세계와 단절시키자는 제안이었다. 물론 이 제안은 거부됐지만, 정치적인 이유로 정보의 단절을 추진하는 정치인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 현상이 가속화될 경우 중국은 중국만의 독자적인 프로토콜을 만들어버릴지도 모른다.

러시아에서는 2019년 11월 주권 인터넷법이라는 게 만들어지기도 했다. 이 법에 따르면 러시아 정부는 외부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인터넷 트래픽을 추적, 필터링, 재라우팅할 수 있는 기술적 장치를 설치하도록 되어 있다. 러시아는 자국의 네트워크가 해외의 인터넷서비스업체(ISP)와 결별하는 테스트를 하기도 했다.

최근 국내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ISP의 망비용 요구도 인터넷 단절이라는 최악의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가 망비용 문제로 법정 다툼을 벌이고 있다.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 트래픽이 너무 많아서 망을 유지관리하는데 비용이 드니 넷플릭스에게 돈을 내라고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넷플릭스는 ISP가 소비자들에게 망이용료를 받고 있기 때문에 CP에게도 비용을 청구하는 것은 이중과금이라는 입장으로 맞서고 있다. 1심 재판에서는 SK브로드밴드가 이겼다. 1심 재판부는 넷플릭스가 망이용료를 낼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다. 넷플릭스는 항소했다.

이 판결은 전세계 ISP를 웃게 만들었다. ISP가 CP에게 돈을 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근거가 처음 나타난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는 지난 MWC2022에 모여서 CP에 망비용을 요구하자는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그러나 CP가 소위 망비용을 내야 한다면, ISP 입장에서는 수익을 늘려서 좋겠지만, 인터넷 전체로 보면 불행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앞서 언급했듯 인터넷은 전세계 모든 네트워크와 네트워크가 연결된 것이다. 지금까지는 인터넷에 연결하는 비용만 내면 CP든 일반 이용자든 자유롭게 전 세계 모든 인터넷에 데이터를 보내거나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CP가 망비용 지급의무가 생긴다면, 모든 ISP는 넷플릭스와 같은 대형 CP에 망비용을 달라고 할 것이다.

극단적으로 가정하면 넷플릭스는 전세계 수만 ISP와 망비용 협상을 하게 될 지도 모른다. 넷플릭스뿐 아니라 구글, 페이스북 등 CP들은 전세계 수만 ISP와 망비용 협상을 벌이게 될 수 있다. 콘텐츠 업체뿐 아니라 클라우드 업체들도 전세계 ISP와 망비용 협상을 하게 될 수 있다.

모든 협상이 원활하게 이뤄지는 않을 것이다. CP 입장에서 수익성이 낮은 지역의 ISP의 요구는 받아들이지 않을 지도 모른다. 결국 망비용 협상에 실패하면 서비스 단절이라는 극단적 상황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인터넷은 1969년 미국 국방성의 알파넷이 TCP/IP를 채택하면서 세상에 등장했다. 이후 50년 동안 인터넷은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게 확장되어 왔다. 그것이 인터넷의 본질이었다. 정치적인 이유나 경제적인 이유로 인터넷이 조금씩 단절되어 간다면, 인터넷은 더이상 인터넷이 아니게 될 수도 있다. 인터넷의 종말이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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