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엔솔, 북미 시장 진출 본격화

LG에너지솔루션(이하 LG엔솔)이 북미 시장 진출에 팔을 걷어붙인다. 비슷한 시기 CATL도 미국 진출을 선언했기 때문에, 양사의 경쟁 구도가 심화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LG엔솔은 24일 미국 애리조나주 퀸크릭에 원통형 배터리 공장을 신설하고, 캐나다에는 스텔란티스와의 합작공장을 설립한다고 밝혔다.

LG엔솔은 퀸크릭에 11GWh 규모의 원통형 배터리 신규 공장을 건설하기 위해 1조7000억원의 자금을 투자한다. 지난 1월 진행한 기업공개(IPO) 기자간담회에서 북미 지역에 원통형 공장을 신설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는데, 이를 위한 전개다.

북미 시장에서는 원통형 배터리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데, 이에 대응하기 위해 공장을 신설한다는 것이 LG엔솔 관계자의 설명이다. LG엔솔은 이번에 설립하는 공장을 통해 미국 주요 전기차 스타트업과 전동공구 업체 등에 배터리를 공급할 계획이다.

다만 이번 원통형 배터리 공장 설립이 니콜라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냐는 질문에 대해 LG엔솔 측은 “니콜라와의 협업과 관련해 발표한 바가 없다”며 일축했다. 지난 21일(현지시각) 복수의 언론은 LG엔솔이 미국 수소전기 트럭업체 니콜라에 배터리를 공급하기 위해 미국 애리조나주 퀸크릭에 공장을 설립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같은 날 LG엔솔은 캐나다 온타리오주 윈저(Windsor)에도 스텔란티스와의 합작공장을 설립하기로 했다고도 밝혔다. LG엔솔은 공장 설립을 위해 총 4조8000억원의 금액을 투자할 예정이다. 공장은 올해 하반기 착공을 시작해 2024년 상반기부터 양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배터리 생산량은 2026년 기준 45GWh가 될 전망이다.

LG엔솔은 스텔란티스와의 합작 공장에서 배터리 셀뿐만 아니라 모듈 생산라인도 함께 건설할 계획이다. 여기서 배터리 셀은 배터리의 기본 단위이며, 모듈은 배터리 셀을 일정 개수로 묶은 단위를 말한다. 전기차에 탑재되는 배터리는 이 모듈을 여러 개 묶은 배터리 팩 형태로 탑재된다.

LG엔솔이 애리조나 원통형 배터리 공장과 스텔란티스 합작공장을 건설하면 2025년 이후 북미에서만 200GWh 이상의 배터리를 생산하게 된다. 이는 한 번 충전 시 500km 이상 주행이 가능한 전기차를 250만대 가량 생산할 수 있는 정도의 생산량이다. 이후에도 LG엔솔은 배터리 생산량을 늘리고 북미 내 경쟁력을 확보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북미 지역에서 배터리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주요 배터리 기업은 지속해서 미국 진출 계획을 마련하고 있다. 그간 내수시장과 유럽을 중심으로 배터리를 납품했던 CATL도 최근에는 북미 시장에 배터리 공장을 설립할 것이라는 소식도 전해졌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CATL과 LG에너지솔루션 간 시장점유율 경쟁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CATL은 북미 지역에 50억달러(약 6조995억원)를 투자해 1년에 80GWh 규모의 배터리를 생산하는 공장을 건설할 예정이다.

보도에 따르면, CATL 임원진은 3월 초 배터리 공장 설립 관련 회의를 위해 멕시코에 방문했다. 구체적인 부지는 결정되지 않았으나, 미국·캐나다·멕시코 중 멕시코에 셀 공장이 건설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한다. 일각에서는 CATL이 테슬라에 배터리를 공급하기 위해 미국 진출을 계획한 것으로 추측한다.

LG엔솔과 CATL이 비슷한 시기에 미국 진출 계획을 밝힌 것은 사실이나, 고객사 확보 측면에서 경쟁 구도가 이뤄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CATL은 저가형인 LFP 배터리를 중심으로 납품하고 있지만, LG엔솔은 3원계 프리미엄 배터리를 주로 납품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배터리 시장 전문가는 “LFP 배터리와 3원계 배터리는 현재 시장에서 경유와 휘발유와 같은 개념이기 때문에, 두 시장이 경쟁 구도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며 “각 기업과 국가의 강점이 다르기 때문에, 배터리 업체는 경쟁 구도를 만들기보다 각자가 공략하는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배유미 기자>youme@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