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조원 통큰 투자”… 미국으로 달려가는 한국 배터리
13조원. SK이노베이션과 포드의 합작사가 미국에 배터리 공장을 짓기 위해 투자하는 금액이다. 미국내 역대 최대의 배터리 공장 건설인데, 미국 정부와 기업이 공동으로 추진하는 전기차 보급확대 정책에 탄력을 줄 전망이다.
SK이노베이션과 미국 완성차 기업 포드는 28일(현지시각) 합작사 블루오벌SK(BlueOvalSK)의 생산 공장이 들어설 테네시주와 켄터키주에서 대규모 투자 계획을 공개한다고 밝혔다.
포드와 SK이노베이션은 두 지역에서 배터리 공장과 전기차 조립 공장 건설을 위해 총 114억 달러(약 13조 1020억원)를 투자한다. 이는 포드 118년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투자 발표로 지금까지 미국에서 이뤄진 배터리 공장 투자 건 중 최대 규모다.
SK이노베이션은 이 중 블루오벌SK에 대한 자사 지분 50%에 해당하는 44억5000만달러(5조1000억원)를 블루오벌SK의 배터리 생산 공장 건설에 투자한다.
계획대로 이번 생산라인이 가동되면, 블루오벌SK의 총 생산능력은 129기가와트시에 달하게 된다. 현재 가장 많이 양산되는 60키로와트(KW)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를 매년 215만대까지 생산할 수 있는 수준이다.
빌 포드 포드 회장은 “지금은 전기차로의 전환을 이끌고 ‘탄소 중립 제조’라는 새로운 시대를 여는 변화의 순간”이라며, “포드는 혁신과 투자로 미국인들이 환호하는 전기차를 만들면서도 지구를 보호하고 나아가 국가 번영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산 배터리, 왜 미국 위주로 진출하나
SK이노베이션뿐만이 아니다.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미국 진출과 합작법인 설립을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도 미국 GM(제너럴모터스)과 손잡고 합작법인 ‘얼티엄셀즈’를 설립하고, 미국 내 60기가와트시 규모의 생산라인을 증설하고 있다. 삼성SDI도 구체적인 사항을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미국 내 생산라인 증설과 합작법인 설립 관련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처럼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미국 시장을 적극적으로 노리는 이유는 바이든 행정부의 친환경 정책과 국내 기업들의 필요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취임했을 당시에는 미국 완성차 업체들의 전기차 사업이 축소하고 있었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전기차 보조금을 축소시키고, 친환경 정책에 소극적으로 반응해서다. 그러다 보니 유럽 등 다른 지역에 비해 전기차 산업이 뒤처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조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하며 강조한 것은 ‘친환경 정책’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 미국은 친환경 기조를 가지고 관련 산업을 적극 개발해 나가고 있다. 미국 정부는 전기차 산업을 빠른 속도로 끌어올리기 위해 투자를 단행하고, 관련 정책도 다수 마련했다. 유럽은 이미 많이 발전돼 있고, 미국은 이제 시작하고 있어서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전기차를 개발하려면 동력이 되는 배터리가 필요하다. 현재 배터리 시장 내 시장점유율은 한국과 중국 기업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배터리 수급을 위해서는 이 두 국가의 기업과 협업해야 한다. 그 중에서도 미국은 중국과 경제 분쟁 중이다 보니, 한국 기업과 협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미국 정부는 한국 배터리 업체들과 협업을 요청하고 있다.
한국 업체들도 고객사를 확보하면 그만큼 안정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으니 환영하고 있다. 다만 현재 바이든 행정부는 자국중심으로 산업을 개편하고 있으며, 미국 내 생산라인을 가지고 있는 기업들 중심으로 시장을 구성하려고 하고 있다.
미국은 최근 전기차 보급확대와 산업 생태계 구축을 위해 미국 내에서 생산된 배터리와 전기차에 각종 세금 혜택과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배터리 업체들도 미국 내 생산라인을 증설하면 관세 등에서 혜택을 볼 수 있기 때문에 K배터리 업체들이 미국 시장을 노리고 있는 것이다.
SK이노-포드의 투자 “예상했으나 긍정적”
이번 SK이노베이션과 포드의 대규모 생산라인 증설 소식을 배터리 업계는 “예상했던 움직임”이라고 보고 있다.
양사의 합작법인 블루오벌SK가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것이 효율적이라고도 평가한다. SK이노베이션 단독으로 미국에 생산라인을 이번 규모로 증설하게 되면 자금 측면에서 부담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포드와 손잡고 합작법인 차원에서 투자를 하게 되면, 금액적인 부분에서 부담이 덜하다. 게다가 고객사로 포드를 이미 확보해 놓았기 때문에, 비교적 안정적으로 공장을 운영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동섭 SK이노베이션 배터리사업 대표는 “과감한 친환경 전기차 전환을 통해 자동차 산업 역사에 새로운 장을 열어가는 포드와 협력하게 돼 자랑스럽다”며 “SK이노베이션은 블루오벌SK를 통해 함께 도약하고 더욱 깨끗한 지구를 만들기 위한 공동의 비전을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1위를 달성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익명을 요청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LG에너지솔루션도 현재 준비하고 있는 사업이 많기도 하고, LG에너지솔루션과 CATL이 배터리 업계에서 양강구도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SK이노베이션이 빠른 시일 내에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뒤이어 “하지만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는 화재가 발생한 적이 한 번도 없어 안전성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고,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이라며 “장기적으로 보면 LG에너지솔루션과 CATL을 위협할 만한 상대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짐 팔리 포드 사장은 “더 나은 미국의 미래를 열어가기 위해 수 십년 동안 이뤄진 투자 중 가장 큰 규모의 투자를 단행했다”며, “일자리 창출, 탄소 중립 제조 시스템 구축, 지역사회 기여, 주주 가치 창출 등 다수를 위해 성장하는 획기적인 전기차 사업을 펼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배유미 기자> youme@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