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이터에 대한 인터넷전문은행의 시각
일년이 넘은 기간 준비 끝에 지난 1월 금융 마이데이터 서비스가 시행됐다. 금융사, 핀테크, IT기업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기업들이 뛰어들었다. 모두 마이데이터를 유망 산업으로 보고 초기 시장 선점을 위해 일찌감치 준비에 나섰다. 그런데, 가장 관심이 있을 것 같은 인터넷전문은행에서는 다른 곳보다 반응이 미적지근하다.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말 마이데이터 예비허가를 신청했고, 케이뱅크는 유보적인 입장이다. 얼마전 출범한 토스뱅크는 아예 사업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어떤 이유에서일까.
먼저, 지난해 9월 마이데이터 예비허가를 신청한 카카오뱅크는 시장의 움직임을 지켜본 뒤 전략적으로 움직였다고 설명했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서비스를 빠르게 출시하는 것 보다 어떤 서비스와 기능을 제공해야 하는가에 대해 더 깊게 고민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다소 늦어졌다”고 전했다.
카카오뱅크는 예비허가 획득 후 본허가를 신청해 빠르면 올해 안으로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카카오뱅크는 어떤 점에서 기존 사업자들과 차별화를 해야 할 지를 중점적으로 고민했다. 결과적으로, 카카오뱅크는 다양한 비금융 데이터를 연결하는 점에서 차별화 전략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카카오 계열사와의 협업도 주목된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고객이 능동적으로 다양한 금융·비금융 자산과 금융 데이터를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 고객의 주도적인 데이터 주권 행사가 가능한 생태계 안에서 고객이 원하고 필요한 부분에 다양한 정보나 서비스가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고객이 원하고 필요로 하는 다양한 서비스를 놓고 우선순위를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현재 카카오뱅크는 금융감독원의 마이데이터 예비허가 심사를 받고 있다. 그러나 마이데이터 심사 기간이 다른 기업들보다 늦어지고 있는 가운데, 당국에서는 서류보완 작업 때문에 심사가 길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카카오뱅크의 서류보완 작업이 길어지고 있다”며 “서류를 계속해서 보완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뒤늦게 시장에 뛰어든 카카오뱅크와 달리, 케이뱅크에서는 마이데이터 진출과 관련해 보수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시장을 관망하면서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
케이뱅크가 마이데이터 서비스에 유보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과 관련해 일각에서는 몇 가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케이뱅크는 대주주 적격성 문제로 1년여 넘게 대출을 중단한 뒤 지난 2020년 7월 재개했고, 얼마 전부터 예금·대출 사업이 안정화되고 있다. 지난해에는 출범 4년 여 만에 연간흑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또 기업공개를 준비하고 있어, 사실상 예대사업의 안정화가 사업의 1순위로 꼽힌다.
특히 시중은행보다 규모가 훨씬 작은 인터넷전문은행은 금융이 아닌 신사업은 다각적으로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인터넷전문은행 성격 상 모든 상품이 비대면이기 때문에 한 상품에 투입되는 인력과 비용 등이 상당하다. 따라서 한정된 리소스를 잘 활용하는 것이 인터넷전문은행의 목표이기도 하다.
또 현재까지 마이데이터 사업자 중에서 눈에 띄는 서비스나, 성과가 없는 것도 영향을 미친다. 케이뱅크는 시장을 조금 더 지켜보면서, 우선순위인 예대사업에 집중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렇다고 케이뱅크가 마이데이터 사업을 아예 손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꾸준히 시장조사와 분석을 하고 있다. 여기에 대주주인 BC카드가 마이데이터 본허가를 받은 상황에서 제휴 등의 사업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토스뱅크는 아예 마이데이터 사업계획이 없다고 강조했다. 토스뱅크 관계자는 “따로 계획이 없다”며 “토스에서 이미 마이데이터 사업을 하고 있고, 자체 상품을 개발하는 것이 고객 편의성을 강화하는데 도움될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사실상 토스뱅크는 토스와 하나의 앱을 공유하는 ‘원앱(One app)’ 전략을 취하고 있어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할 필요가 없다. 토스 앱에는 토스뱅크, 주식, 법인보험대리점(GA), 전자서명인증 등 다양한 서비스가 이뤄지고 있다. 사용자는 토스 앱의 첫 화면에서 마이데이터 서비스와 토스뱅크 등을 이용할 수 있어, 사실상 토스뱅크가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직접 하지 않더라도 토스로 인해 간접적인 효과가 나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 업계 관계자는 “인터넷은행에서 마이데이터 서비스에 아예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다”라며 “만약 시장의 상황이 바뀌고 사업이 필요하다고 느끼면 전략적으로 사업에 뛰어들겠지만, 지금은 출범한지 얼마 안 된 상황에서 기본 사업에 집중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홍하나 기자>0626hhn@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