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를 뛰어넘어 성장하고자 하는 베스트바이
모든 산업이 온라인 중심으로 이동하는 시대에 오프라인 업체들은 위기를 맞이했다. 모두 살아남기 위해 각자의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그 중 눈 여겨볼 기업이 하나 있다. 바로 ‘베스트바이(Best Buy)’다.
베스트바이는 전자제품을 판매하는 미국의 대형 유통업체다. 근래 빠르게 성장한 아마존에 밀려나긴 했지만 여전히 온오프라인을 합쳐 미국에서 2번째로 잘나가는 전자제품 판매업체이기도 하다. 오프라인만 보자면 유일하게 미국 전역에서 영업 중인 대형 전자제품 소매업체다.
그러나 그 유명세와는 달리 베스트바이는 꾸준히 하락하는 추세다. 온라인으로 전환하는 시대에 여전히 오프라인 매장으로 인한 고정비용이 발목을 잡았고 아마존, 월마트 등 기업이 전자제품 분야에서 빠르게 성장했다.
매출도 하락 중이다. 지난 3일 베스트바이는 실적 발표에서 2021년 4분기 매출과 2022년 예상 매출치를 보고했다. 베스트바이의 지난 4분기 매출은 163억 7000만 달러로 예상치인 166억 달러를 하회했다. 코로나로 인한 공급망 위기와 영업시간 감소가 매출에 악영향을 미쳤다.
또한 베스트바이 코리 배리 CEO는 매출 하락의 이유로 주력 상품인 휴대폰, 게임, 태블릿 판매가 감소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다행히도 가전제품, VR, 홈시어터, 헤드폰 등 제품이 다른 제품군의 판매 감소를 다소 상쇄하기도 했다.
물론 다른 업체들과 마찬가지로 베스트바이의 온라인 매출은 코로나 기간 동안 크게 증가했다. 베스트바이에 따르면 최근 매출 40% 정도가 온라인에서 발생했으며 코로나 이전과 비교했을 때 거의 2배에 가까운 수치다.
하지만 내년 매출 전망치는 더욱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베스트바이는 2022년 매출이 최대 4% 감소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CNN의 보도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이미 전자제품을 구매할 사람들은 필요한 상품 대부분을 구매한 반면, 다른 소비자들은 금리 인상 등을 예측하고 지출을 줄이고 있다. 네일 사운더스 애널리스트는 “베스트바이가 이전보다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는 사실을 부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베스트바이는 이대로 무너질까?
이러한 우려와 달리 베스트바이 코리 배리 CEO는 지난 3일 “단 한 순간도 우리가 지난해 최고 매출을 달성했다고 생각해본 적 없다”며 성장에 대한 자신감을 밝혔다. 또한 베스트바이는 3년 내에 매출이 증가할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밝히기도 했다.
그렇다면 베스트바이는 재도약을 위해 어떤 전략을 선택했을까? 베스트바이는 성장하기 위한 핵심 사업으로 새로운 사업 분야 개척, 옴니채널 전략, 그리고 멤버십을 꼽았다.
우선 베스트바이가 변화하는 시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점을 살필 필요가 있다. 외신에 따르면, 코리 배리 CEO는 베스트바이의 전략에 3가지 개념이 영향을 미쳤다고 지난 3일 설명했다.
베스트바이는 우선 앞으로 고객의 쇼핑이 더욱 디지털화되고 쇼핑은 고객이 원하는 방식으로 완벽하게 통제될 것이라고 보았다. 예를 들어 국내 온라인 이커머스 시장 규모는 2021년 기준 190조원대로 추정되며 NH투자증권에 따르면 2025년에는 270조원까지 증가할 예정이다. 이커머스 시장의 성장세는 점점 더뎌진다지만 고객들의 소비는 온라인을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
또한 베스트바이는 이제 기술이 코로나 이전보다 사람들의 삶에 중요한 역할을 미친다고 파악했다. 코리 배리 CEO는 원격 회의와 같은 방식을 예시로 들며 이 시대에 다양한 성장 이니셔티브를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 밖에 베스트바이가 직원에게는 더욱 유연한 기회를 제공하면서 고객의 요구를 충족시킬 방향으로 발전할 것이라는 믿음도 포함했다. 베스트바이의 최대 장점은 고객 응대 서비스다. 지금까지 긱 스쿼드(Geek Squad)라는 전자제품 전문 고객 상담팀을 통해 양질의 고객서비스를 제공한다는 호평을 받아왔다.
베스트바이는 이와 같은 분석과 신념을 바탕으로 새로운 사업 분야를 개척하고 있다.
지난 몇 년간 베스트바이는 시장 확대를 위해 카테고리를 다각화해왔다. 특히 피트니스, 개인형 이동 수단(PM), 아웃도어 상품 뿐 아니라 기존 전자제품군이 아닌 분야에서 사람들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분야를 공략했다. 바로 원격 의료를 중심으로 한 헬스 케어 시장이다.
디지털 헬스 케어 시장의 전망은 긍정적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리서치앤마켓은 미국 디지털 헬스 시장이 2021년부터 2025년까지 매년 28% 성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코리 배리 CEO는 헬스 케어 분야가 베스트바이의 성장 기회라고 보았다. 전자제품 시장은 아마존 등 강력한 경쟁자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지만 원격 의료를 포함한 헬스 케어 시장이 아직 비어있다고 본 것이다.
미국 경제매체 CNBC는 코리 배리 CEO가 헬스 케어 분야의 성장 이유로 “베이비 붐 세대가 노년층을 맞이해 노년기를 집에서 보내고자 하는 욕구, 비용을 관리해야 하는 의료 산업의 필요성, 사람들의 건강을 추적하는 웨어러블 기기 및 기타 기술이 유행하는 추세”를 꼽았다고 보도했다. 즉, 베스트바이는 노령인구가 급증하고 새로운 기술이 발달하는 사회에서 새로운 성장 이니셔티브를 포착한 것이다.
원격 의료 및 헬스 케어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베스트바이는 지난 몇 년 간 적극적인 인수를 진행했다. 우선 지난 2018년 ‘그레이트콜(GreatCall)’을 인수했다. 그레이트 콜은 핸드폰과 연결된 헬스케어 웨어러블 기기와 가족과 보호자에게 긴급 상황에 바로 알리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2019년에도 ‘그레이트콜’과 유사한 원격의료 서비스 업체인 ‘크리티컬 시그널 테크놀로지’를 인수했다. 지난해 10월에는 원격 환자 모니터링 및 원격 의료를 지원하는 기업 ‘커런트 헬스(Current Health)’를 인수하기도 했다. 새롭게 부상하는 원격 의료 분야에서 다른 기업은 제공하기 어려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또한 베스트바이는 옴니채널 전략에도 주력한다. 이제는 기업이 온오프라인채널을 통합해 고객에게 연결된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지난 3일 베스트바이 다미엔 하몬 부사장은 “오늘날 베스트바이 고객의 84%는 쇼핑 전반에 걸쳐 디지털 채널을 활용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베스트바이는 온라인으로 전환하는 시장 추세에 대응하기 위해 향후 3년 간 20~30개에 이르는 오프라인 매장을 폐쇄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베스트바이는 이미 지난 8년간 700여개에 가까운 매장을 폐쇄해왔다. 온라인으로 이동하는 소비자에 발맞추기 위해서다.
그렇다고 오프라인 매장을 포기하지는 않는다. 오프라인 매장은 고객이 직접 제품을 살펴보고 고를 수 있는 중요한 판매채널이기 때문이다.
베스트바이는 오프라인 매장을 다양하게 활용할 계획이다. 우선 체험형 매장을 확대한다. 베스트바이측은 2025년까지 체험형 매장 300곳을 운영하겠다는 목표 하에 2023년까지 매장 50개를 체험형 매장으로 개편할 계획이다. 또한 지난해 베스트바이는 고객 상담원이 직접 제품을 시연하고 상담할 수 있는 유통센터 내 가상 매장, 할인 상품을 판매하는 아울렛 매장을 도입했다.
오프라인 매장을 온라인 채널을 위한 발판으로 활용할 계획도 있다. 베스트바이는 매장을 판매채널 뿐 아니라 물류채널로 활용해 옴니채널 전략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국내 H&B스토어인 올리브영이 매장을 물류창고로 활용하는 것과 유사하다.
베스트바이는 올해 멤버십 프로그램에도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베스트바이는 지난해 10월 연간 멤버십 프로그램인 ‘토탈텍(TotalTech)’을 공식 출시했다. 가격은 연간 199.99달러다. 경쟁사인 아마존이나 월마트도 구독 경제에 뛰어든지 오래다. 많은 기업들은 구독경제가 안정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수익원이라고 보고 있다.
‘토탈텍’ 구독 고객은 24시간 기술지원, 멤버십 회원 한정 상품 독점가, 최대 2년 제품 보호, 무료 배송 및 설치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베스트바이는 이전에도 유사한 멤버십을 운영했지만 다른 점은 아마존의 멤버십 ‘아마존 프라임’을 겨냥한 듯한 서비스가 추가되었다는 점이다. 여기에 더해 베스트바이가 전자제품 시장에서 스트바이의 전자제품 전문 고객 상담팀 긱 스쿼드(Geek Squad)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장점으로 내세운다. ‘토탈텍’과 ‘아마존 프라임’ 모두 회원 독점가와 무료 배송을 지원한다.
이번 실적발표 당시 코리 배리 CEO는 멤버십 프로그램이 이미 효과적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녀는 멤버십에 가입한 고객이 그렇지 않을 경우보다 베스트바이에서 20% 가량 더 많이 소비한다고 설명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성아인 기자> aing8@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