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이 심각하다는 이야기,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반도체 시장 전반에서 수급난이 일어났는데요, 그 중에서도 차량용 반도체가 특히 심각했습니다. 완성차 업체가 공장 가동을 중단할 정도였으니까요. 급기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차량용 반도체 부족 현상은 자동차 생산 차질로 이어지며, 이는 미국 내 일자리 문제에 악영향을 끼친다”고 직접 언급하기도 했죠.

각 반도체 기업은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 해결을 위해 생산라인을 증설하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단기간에 수급난이 완화될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게다가 최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고, 일본에 강진이 발생하면서 차량용 반도체 공급망은 또 다시 위기를 겪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인사이드 반도체에서는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이 극심해진 이유와 현황, 그리고 최근 발생한 리스크와 그 여파를 전반적으로 다뤄보고자 합니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의 시작

2020년 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퍼지면서 국가와 지역을 봉쇄하는 곳이 늘어났죠. 재택근무와 원격수업이 늘어나고, 대부분의 활동도 비대면으로 진행이 됐습니다. 이 같은 양상에 맞춰 코로나19 팬데믹 초창기에는 소비가전, 게임·IT 플랫폼, 스마트폰, PC를 비롯한 기기 수요가 급상승했습니다. 사람들이 집에 오래 머물다 보니 가전 교체의 필요성을 느끼거나, 혹은 집에서 즐길 거리를 찾는 경우가 늘었기 때문입니다. 재택근무와 원격 교육 등도 PC의 수요를 키웠죠.

이와 달리 완성차 업계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자동차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 판단했습니다. 비대면 활동이 늘어나면 그만큼 사람들의 이동도 줄어들고, 자동차의 필요도 적어질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부품 공급 업체는 2020년 내내 자동차 관련 부품 생산량을 줄이고 재고를 소진하기 시작했습니다. 심지어 유통 채널에 있는 부품까지도 회수하거나 소진하도록 조치를 취했습니다. 반도체 업체도 차량용 반도체보다 가전제품용 반도체를 우선 생산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업계의 예상을 깨고, 자동차 수요는 빠르게 회복했습니다. 2020년 말에는 코로나19 팬데믹에도 일상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이 늘어났고, 국가와 지역 봉쇄도 완화되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자동차 수요도 급증했습니다. 그간 소진하고 있던 부품이 빠른 속도로 소진된 데다가, 각 기업은 자동차 관련 부품을 미리 생산하지 않은 상황이었죠. 결국 이는 극심한 반도체 수급난으로 이어졌습니다.

특히 최신 차량에는 탑재되는 기능이 다양합니다. 첨단운전자지원시스템(ADAS), 차량용 인포테인먼트(IVI) 등 전자시스템이 다수 장착되고 있죠. 이 시스템은 모두 반도체를 기반으로 구동되기 때문에 차량용 반도체 수요는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고, 수급난은 심각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이 어느 정도인지 보여주는 것은 리드타임(발주부터 납품까지 걸리는 시간)입니다. 차량용 반도체는 일반적으로 리드타임이 약 6~9주 정도 걸립니다. 하지만 2021년 8월에는 차량용 반도체 중 마이크로컨트롤러(MCU)와 시스템반도체 부족 현상이 심각해졌고, 리드타임이 26.5주까지 늘어났습니다. 이 같은 현상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결국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으로 소비자도 타격을 입었습니다. 2021년 한 해 동안 현대, 기아를 포함한 완성차 업체는 공장 가동 중단과 재개를 반복했습니다. 일부 완성차 업체는 특정 부품과 기능을 제거한 채 차량을 출고하기도 했습니다. 또 다른 업체는 조건이 맞는다는 전제 하에 일반 범용 반도체를 차량용 반도체 대신 탑재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소비자는 “신차 가격이 곧 중고차 값”이라며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죠.


2023년 수급난 완화, 가능할까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을 완화하기 위해 각 반도체 생산업체는 뒤늦게 생산라인을 증설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뒤늦게’라는 표현을 쓴 이유는 그간 반도체 기업이 생산라인 증설보다는 연구개발에 좀 더 주력해왔기 때문입니다.

공장을 가동하면 부지, 용수나 전력을 비롯한 자원 등에서 비용이 발생합니다. 이 비용을 충당할 만큼 수요가 나지 않는 상황이라면 생산라인을 줄이는 것이 기업 입장에서 유리하죠. 공장 가동 지출을 줄이고, 다른 부문에 자금을 투자하는 선택지가 있습니다. 따라서 반도체 기업은 외부 파운드리에 더 많은 주문을 맡기고 자체 생산라인 규모는 줄이는 팹라이트(Fab-Light) 전략을 취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영위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반도체 수급난이 극심해지니, 부랴부랴 생산라인을 증설하기 시작한 것이죠.

반도체 수급난이 완화되는 시점은 2023년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통상적으로 반도체 생산라인은 착공부터 양산까지 약 2년이 걸립니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의 심각성이 대두되고 본격적으로 기업 차원에서 생산라인 증설에 뛰어들기 시작한 시점이 2021년이니, 새로운 공장이 가동되는 시점은 빨라도 2년 뒤인 2023년이 되겠죠. 이 같은 이유로 2023년쯤에는 반도체 수급난이 완화될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시장에 여러 변수가 생기면서,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우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차량용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희귀가스의 수입이 어려워졌습니다.

차량용 반도체는 7나노 이상 공정으로 생산되는 레거시 반도체에 속합니다. 이 같은 반도체는 보통 심자외선(DUV) 노광장비로 생산하는데요, 이 장비로 회로를 그릴 때 네온가스가 사용됩니다. 전 세계 네온가스의 절반 정도는 우크라이나의 잉가스, 크라이오인이라는 기업에서 공급하고 있습니다. 이번 전쟁으로 두 기업 모두 가동이 중단된 상황입니다.

각 반도체 생산업체는 다른 공급망으로 네온가스를 확보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다른 국가에서 네온가스를 공급받는다 하더라도, 기존의 공급량을 충족하기에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게다가 지난 16일에는 일본에서 강진이 발생해 일본 반도체 생산업체 르네사스반도체 공장 가동이 중단되기도 했습니다. 당시 르네사스반도체 측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일본 내에서 가동하는 세 개의 공장 중 두 곳의 가동이 중단됐고, 나머지 한 곳도 일부만 운영이 가능했습니다. 공장 가동은 다시 재개된 상황이지만, 강진이 공장에 어떠한 영향을 얼마나 미쳤는지에 대한 평가가 아직 남아 있습니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르네사스반도체는 전 세계에 차량용 반도체 시장점유율 3위를 달리고 있는 기업입니다. 전 세계 차량용 반도체의 15% 정도를 이 르네사스반도체가 공급하고 있는 것이죠.

전황수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연구원은 “이번 강진으로 르네사스반도체 공장이 중단돼 차량용 반도체 부족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며, 전 세계 완성차 업체는 자동차 생산에 타격을 받을 것이다”라며 “더불어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인해 전반적인 부품 가격 상승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을 단시간에 해결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앞으로의 수급난을 막기 위해서는 생산라인을 증설하고, 부품 재고 확보에 최선을 다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일각에서는 과잉 공급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으나, 국내 한 반도체 시장 전문가는 “앞으로 차량에 탑재되는 반도체의 수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지금 생산라인을 증설해도 과잉공급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배유미 기자>youme@byline.network


Similar Posts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