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다로운 IT] 애플은 왜 굳이 모니터에 고성능 프로세서를 넣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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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종철의 까다로운 IT, 오늘은 왜 애플이 모니터에, 프로세서를 넣었는지를 파악해봅니다.

애플이 9일 발표한 제품 중 가장 제 눈길을 끈 건 일반 모니터인 스튜디오 디스플레이입니다. 제가 저번 리뷰에서 말씀드렸듯이 이 제품 모니터로 굉장한 사양은 아닙니다. 미니-LED·OLED 아니고요. 그냥 LCD입니다. ProMotion 디스플레이 없고요. HDR도 없습니다. 디스플레이만 보면 평이한 사양이죠. 해상도가 5K로 4K보다 조금 높지만 그렇게 엄청난 차이는 아니죠. 그런데 애플이 컬러 세팅∙캘리브레이션 정말 잘하거든요. 실제로 보면 좋아 보일 겁니다. 그런데 좋아 보이는 거지 수치상으로 실제로 그렇게 뛰어난 디스플레이는 아니에요. 그런데 가격이 209만원이나 하죠. 심지어 이게 기본이고 스탠드 더하고 나노 텍스처 글래스 더하고 하면 303만원이 됩니다.

의외의 사양이 A13 바이오닉 탑재인 건데요. 이거 지금 기준으로도 굉장히 좋은 프로세서거든요. 벤치마크 결과를 보면 지금 안드로이드 플래그십 제품인 퀄컴 스냅드래곤 8 1세대랑 비슷한 수준인데요. 여러분 잘 아시겠지만 이 제품은 지금 GOS가 걸리면 성능이 30~40% 떨어집니다. 그러니까 A13 바이오닉보다 못해지는 거죠.

하여튼 A13 바이오닉은 아이폰 11 시리즈, 아이패드 9세대 등에 탑재됐죠. 왜 이런 고성능 제품을 모니터에 탑재해야 됐을까요. 모니터 상세 사양을 보겠습니다.

우선 센터 스테이지가 되거든요. A13 바이오닉에서 처음으로 적용됐습니다.

돌비 애트모스 공간 음향, A12부터 적용됐습니다.

시리야, A9부터 됩니다.

1200만화소 카메라? 아이폰에선 장난이죠.

3 마이크 어레이, 맥북 프로 16, 아이맥 24에서 됩니다.

자, 그러니까 이 중에서 꼭 A13을 써야 하는 기능은 센터 스테이지 하나뿐이예요. 센터 스테이지가 실시간으로 많은 성능을 요하긴 합니다. 이게 초광각 카메라로 사람을 잡고 사람이 이동할 때 카메라가 따라가는 것처럼 보여주는 거거든요. 실제로는 따라가는 게 아니라 그만큼 잘라내 주는 겁니다. 그런데 잘라내는 자체는 그렇다 치고, 이 광각 카메라는 끝으로 갈수록 왜곡이 심해요. 이걸 실시간으로 보정해주는 겁나다. 높은 성능을 요하겠죠.

사실 센터 스테이지도 이전의 프로세서에서 구동은 가능할 거예요. 그러니까, 이 모니터에 A13 바이오닉을 탑재한 이유, 여기서부터 뇌피셜입니다. 재고 문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역대 아이폰 판매량을 보면 답이 나오는데요. 아이폰은 아이폰 5 이후로 계속 1억대 이상 팔았습니다. 특히 사이즈가 한번 바뀐 아이폰 6에서 2억대를 넘겼죠. 그리고 계속 1억5000만대에서 1억7000만대쯤 팔다가 아이폰 12 시리즈가 또 2억3800만대를 넘겼죠. 역대급입니다. 이 중에서 가장 안 팔린 제품을 꼽아보면요, 아이폰 XS∙XR 시리즈와 아이폰 11 시리즈가 나옵니다. 그러니까 A12 탑재 제품과 A13 탑재 제품이 남는 거죠. 자 그럼 A12와 A13 바이오닉의 재고가 좀 남았다는 예측이 가능하죠. 애플은 특정 부품이 남으면 재활용을 잘하거든요. 예를 들어서 홈버튼 같은 경우에 아이폰 용이랑 아이패드 용 크기가 원래는 달랐어요. 근데 나중에 같아졌고요. 아이폰 5 후면 유리는 아이폰 4 재고에서 남는 걸 잘라서 썼죠. 그리고 작년에 아이패드 9세대 나왔죠. A13 바이오닉을 탑재했습니다. 이거 재고가 좀 있다는 뜻입니다. 아이패드 9세대를 지금 판다는 건 A13 재고가 있거나 생산 중이라는 뜻입니다. 그러니까 생산이 종료된 제품을 다시 가동시키는 것보다 재고가 있거나 생산 중인 제품을 활용해야 기업에 유리하죠. 생산 라인을 다시 안 만들어도 되니까요. 여기서 애플의 혜안을 알 수 있습니다.

이건 팀 쿡 CEO 전문 분야거든요. 팀 쿡은 원래는 SCM 전문가예요. 공급 사슬 관리라는 뜻인데 쉽게 말하면 재고 관리 전문가입니다. 기업에서 재고가 있다는 건 곧 돈이 나간다는 뜻이예요. 기대되는 매출이 발생하지 못한 것에 대한 비용도 있겠고요. 창고로 갖고 있는 데도 돈이 나갑니다. 재고보유량은 그래서 일수로 치는데요. 공급에 문제가 없으면서 재고보유량이 짧을수록 훌륭한 기업입니다. 애플은 한 5일 치 정도 제품만 갖고 있는 걸로 유명하죠. 팀 쿡 취임 전에는 무려 한달 치를 갖고 있었습니다. 굉장히 유능한 사람인 거죠. 이런 재고에 대한 감각이 제품을 만드는 데도 영향을 미치는 겁니다.

A13 바이오닉 성능으로 봐도 충분하죠. 초당 1조개 연산이 가능하도록 했습니다. 화면, 소리 이런 거 대부분 AI가 처리하거든요. 재고 면에서나 성능 면에서 모두 가장 적합한 칩입니다. 그런데 가격이 안 적합하죠. 우리한테는 안 적합한데, 애플한테는 뭐 적합할 겁니다. 그래서 애플 스튜디오 디스플레이는 지금 갤럭시 S22 울트라보다 성능이 높다는 얘기를 하고 있죠. 갤럭시 S22 울트라는 지금 에어팟과 성능 대결을 해야 하는 수준입니다.

이 제품은 OS를 탑재하고 있지는 않지만 펌웨어는 갖고 있거든요. 맥에 연결해 놓으면 앞으로 자동으로 업데이트될 겁니다. 그럼 이 정도 성능이 있으니까 페이지, 키노트 이런 오피스 기능이랑 웹 브라우저 정도 실행하게 해주면 좋지 않을까요? 안 해줄 겁니다. 맥 팔아야 되니까요. 잘 팔리는데 굳이 그럴 필요는 없겠죠. 그래도 아직은 성능이 많이 남아돌 것 같아서 앞으로 어떤 기능이 추가될지 또 모르는 일입니다. 지금보다는 미래가 굉장히 기대되는 제품이죠.

자, 이 제품 아직 실물이 등장하지 않았기 때문에 구매를 결정하는 건 좀 이른 것 같고요. 실물이 나오면 빠르게 가져와서 테스트해보고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자, 다음 까다로운 IT 시간도 기대해주시고요. 구독, 팔로우, 알림 설정, 적합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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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철 기자> jud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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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댓글

  1. 별생각 없이 클릭했는데 글을 깔끔하게 잘 쓰시네요. 왜 센터스테이지 기능이 a13을 필요로 하는지와 팀쿡이 scm전문가 인것도 잘 짚어주신듯합니다. 그리고 글 전개가 쉽게 잘 읽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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