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 누가 법원의 마음을 얻을 것인가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의 항소심이 진행 중입니다. 16일은 2차 변론기일이었는데요. 두 회사가 법원에서 각자의 주장으로 판사를 설득하는 날이었습니다. 핵심은 넷플릭스가 망 사용료를 내지 않아 부당이득을 취했는지 여부입니다.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에게 “니네가 엄청나게 많은 트래픽을 쓰고 있으니까 그에 합당한 망 사용료를 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요, 넷플릭스는 “무슨 소리냐. 모든이에게 보장된 망 사용 권리를 어기고 트래픽 전송료를 별도로 내라고 주장하는 것은 망중립성에 위배된다”고 반박하고 있습니다. 망 중립성이란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가 인터넷에 존재하는 모든 데이터를 동등하게 취급하고, 전송에 어떠한 차별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원칙을 말합니다.

이 싸움은 지난하게 펼쳐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6월, 법원은 일단 SK브로드밴드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로부터 인터넷 망 연결과 유지 서비스를 받고 있으니 그 대가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법원이 판결한 것이죠. 그렇지만, 이 판결의 구체적 내용을 뜯어보면 누군가를 완벽한 승자라고 보기엔 애매한 구석이 있습니다. 당시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가 자신들의 망을 이용해 부당이득을 얻고 있으니 이를 반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법원이 이건 인정하지 않은 거죠. 명분은 SK브로드밴드를 챙겨주되 실질적인 이익 환수는 막아놓았고, 대가를 얼마나 지불해야 할지는 둘 사이에 알아서 원만히 합의보라는 결과를 내놓았습니다.

어느 한쪽도 딱히 마음에 드는 판결은 아니었을 거고, 그래서 항소심이 현재 진행 중입니다. 이 싸움이 중요한 이유는, 그 결과가 단지 두 회사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 판결에 따라 수많은 콘텐츠 제공업체(CP)와 인터넷 서비스 제공업체(ISP)의 관계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세상에 CP와 ISP가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만 있는 것은 아니죠. 유튜브나 페이스북 같은 글로벌 기업부터 네이버나 카카오, 왓챠와 같은 국내 기업이 이 판결에 관심을 갖습니다. KT나 LG유플러스도 마찬가지죠. 이들의 수익에 결정적 영향을 끼치는 분수령이 될 수 있는 것이 이번 판결입니다.

SK브로드밴드 권리 침해에 따른 부당 이득 토해내라

먼저, 돈을 달라고 주장하는 쪽 이야기부터 들어봐야겠죠. 어차피 넷플릭스가 소송을 낸 것도 SK브로드밴드 측의 요청을 거절하기 위한 방편이었으니까요.

SK브로드밴드 측 주장은 명확합니다. “망 썼으니까 망 이용료를 내라”입니다. 넷플릭스가 망 이용 대가를 지급하지 않는 것은 자신들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고, 그로 인해 부당하게 이득을 얻고 있다는 겁니다. 넷플릭스 외의 다른 CP들로부터는 현재 망 이용대가를 지급받고 있으며, 그 대가로 망 이용을 허락하고 있다고 설명하는데요. 특히 최근들어 넷플릭스와 같은 거대 CP로 인해 망에 대한 투자가 늘고 있는데, 그 비용 일체를 ISP가 일방적으로 부담하는 것은 억울하다고 주장합니다.

따라서 이번 항소심에서는 마음대로 망을 무상으로 쓴 것에 대한 민법상의 부당이득 청구 외에 상인의 보수 청구권을 더했습니다. 자신들은 인터넷 망이라는 시설과 이를 유지보수하기 위한 인력을 서비스로 제공하고 있는 상인인만큼, 이 서비스를 제공받는 원고에게 보수를 받을 권리가 있다는 주장입니다. 상법 제61조를 근거로 하는데요, SK브로드밴드가 이 조항을 들고 나온 것은 앞선 1심에서 부당 이득에 대한 반환채무가 성립하기어렵다는 판단을 냈기 때문입니다. 법률상의 원인이 부존재하다는 주장을 타개할 근거를 상법에서 가져온 것이죠.

이들은 망 사용자들이 망에 투자하는 것은 CP들이 원활하게 자신의 콘텐츠를 이용자에게 전송할 수 있도록 도로를 깔아준 것이므로, 그 도로를 이용하는 통행세를 걷는 것이 합당하다고 주장합니다. 돈 들여 도로를 닦고 유지했더니 다른 사람들이 돈도 안 내고 도로를 이용해서 수익을 내면 공평하지 않다는 이야기입니다. 고속도로를 이용자에게 열려 있지만, 이는 요금을 지불하는 것을 전제로 그 사용이 허용되어 있다는 것이죠.

서비스를 쓴 만큼 돈을 내라는 주장, 합당해 보이죠? 그러면 이제는 넷플릭스 측 얘기를 들어볼 차례입니다.

넷플릭스 왜 이제와서 말이 달라지나

앞서 이야기와 반대로 넷플릭스가 보기에 SK브로드밴드는 뻔뻔합니다. 2016년에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가 처음 망 이용 계약을 맺을 때는 “망 사용료”와 관련한 어떠한 주장도 나오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처음에는 SK브로드밴드가 국내의 다른 ISP와 마찬가지로 넷플릭스가 제공하는 ‘오픈커넥트(OCA)’를 사용하는데 군말없이 합의했다는 겁니다. 오픈커넥트가 뭔지는 조금 이따가 마저 설명하겠습니다. 넷플릭스는 SK브로드밴드가 자신들과 직접 망을 연결하기 때문에 보다 규모가 큰 해외 ISP에 지불해야 했던 트랜짓(인터넷 접속료)을 아낄 수 있었을 거라고 설명합니다.

부연이지만, 넷플릭스 측에서는 SK브로드밴드의 주장이 2016년 시행된 상호접속고시의 효과를 봤기 때문일거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상호접속고시는 동등한 수준의 망사업자(통신사)들이 상호 간의 데이터 전송에 따른 비용을 정산하지 않는 무정산 원칙을 폐기하고, 데이터 발신자의 부담으로 정산하도록 정한 것입니다. CP들은 이 고시가 세계적으로 유례가 드물다고 지적합니다. CP들의 망 사용료를 올리는 원인으로도 지목합니다. 상호접속고시로 ISP가 버는 돈이 늘어났고, 따라서 아예 망사용료 지불을 법으로 명령한 판례가 나온다면 향후 CP와 ISP의 분쟁에서 ISP가 유리해질 것은 자명한 일이죠. 망사용료가 법제화되는 초석이 될 수도 있겠네요.

넷플릭스가 주장하는 것은 다음의 두 가지입니다. CP는 CP의 일을, ISP는 ISP의 일을 하자는 것입니다. CP의 책무는 좋은 콘텐츠를 공급하는 것이고, ISP의 일은 이용자가 망 이용에 어려움이 없도록 잘 투자하고 관리하는 일이라는 것이죠. 사람들이 비싼 인터넷 요금을 내는 이유는 좋은 콘텐츠를 끊김없이 보기 위해서인데, ISP가 이용자로부터 돈을 받으면서 CP들로부터 돈을 따로 받으면 이중으로 과금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합니다. 만약 넷플릭스 같은 콘텐츠가 없었다면 사람들이 굳이 대용량 인터넷 서비스를 쓰려고 하겠느냐는 지적이죠. SK브로드밴드가 소비자에게 최저 속도를 보장하는 것 자체가 콘텐츠 전송의 의무를 인정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합니다.

넷플릭스 측은 택배의 예를 듭니다. 이용자가 택배를 받기 위해서 택배 회사에 돈을 내죠. 택배회사는 이용자로부터 택배 이용대금을 받았기 때문에 물건을 보내는 사업자에게는 별도의 택배비를 받지 않습니다. 이걸 콘텐츠에 대입하면, 이용자들이 이미 인터넷 사용자에게 월마다 접속료를 받고 있으므로, 콘텐츠를 파는 제공업체는 별도의 망 이용료를 낼 필요가 없다는 얘기입니다. 다만, SK브로드밴드 측은 자신들의 역할은 택배사가 아니라 택배 차량이 원활히 움직이도록 돕는 도로 건설업체라고 설명합니다.

두번째는, 망 투자와 관련해서 넷플릭스도 할만큼 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앞서 언급한 오픈 커넥트가 여기에서 나옵니다. CDN이라는 기술인데요. 그러니까 소비자 가까운 곳에 캐시 서버를 설치해 두고 남들이 잘 쓰지 않는 시간대에 빈 망을 활용해서 미리미리 콘텐츠를 가져다 놓는 것을 말합니다.

한 번 시청할 때마다 미국에 있는 서버에 가서 콘텐츠를 가져와야 하면 해외 망을 많이 써야할 뿐더러 속도도 느려지겠죠. 그래서 비교적 가까이에 CDN을 설치해서 망을 조금 쓰고 빠르게 스트리밍 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인데요. 넷플릭스는 이 오픈 커넥트를 다른 ISP에 제공하고 대신 망 사용료를 내지 않고 있습니다. SK브로드밴드는 이 방식이 넷플릭스의 독자 알고리즘에 의해 결정, 실행되고 자신들은 아무런 개입을 할 수 없으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넷플릭스는 이 CDN을 활용하면 망 사용 자체를 줄일 수 있으므로 SK브로드밴드가 돈을 더 아낄 수 있고, 이용자도 빠르게 스트리밍을 할 수 있다고 설명하죠.

독자님들의 생각은 어떠한가요? 누구의 말에 더 일리가 있다고 보시나요? 법원은 누구의 손을 들어주게 될까요?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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