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아이폰14 프로에만 새 반도체 탑재할까…속내는?

애플이 올해 9월 출시 예정인 아이폰14 시리즈 중 프로 제품에만 신형 칩 A16 바이오닉을 탑재할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애플 전문 분석가로 알려진 밍치 궈(Ming-Chi Kuo)는 13일(현지시각) 트위터를 통해 “아이폰 시리즈 중 두 개의 프로 모델에만 A16 바이오닉(이하 A16) 시스템온칩(SoC)이 탑재될 것”이라며 “아이폰14, 아이폰14 맥스는 기존에 사용하던 A15 바이오닉(이하 A15) SoC가 적용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새 아이폰에 들어갈 칩 A16는 지난 아이폰 13 시리즈에 탑재한 A15 칩의 후속작이다. A16는 원래 대만 TSMC가 3나노 공정으로 생산할 것으로 알려져왔으나 TSMC가 3나노 반도체 양산을 연기하면서 4나노 공정 생산을 확정한 상황이다. 모바일 전문 매체 샘모바일(Sam Mobile)에 따르면, 애플은 A16 생산을 위해 TSMC 생산라인에서 12만~15만장의 웨이퍼를 확보했다.

애플이 신제품 일부에 이러한 구형 프로세서를 탑재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그간 애플은 신제품 대부분에 새로 개발한 칩을 탑재해 왔기 때문이다. 게다가 A16과 A15는 성능도 어느정도 차이가 날 것으로 보인다.

밍치 궈에 따르면, A16에는 모바일용 D램 LPDDR 중에서도 최신형인 LPDDR5가 적용되는 반면, A15에는 LPDDR5 전작인 LPDDR4x가 탑재된다. LPDDR5는 LPDDR4x에 비해 읽고 쓰는 속도가 50% 정도 빠르고, 전력 소모는 30% 가량 절감된다. 이외에도 두 SoC는 성능 부문에서 차이가 날 전망이다.

한 반도체 시장 전문가는 애플이 아이폰14 프로 시리즈에만 A16 바이오닉을 탑재하는 이유에 대해 “제품 간 성능을 차별화하기 위한 애플의 전략 때문”이라고 말했다. 애플은 그간 중저가형보다는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 주력해 왔다. 또한 같은 시리즈 내에서는 카메라, 화면 크기, 부가 기능 등을 다르게 적용해 제품 차별화를 이뤄 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성능까지 차별화해 프로의 프리미엄 속성을 강화하고, 가격대는 다양하게 제공해 선택지를 넓힐 것으로 보인다. 성능이 강화된 애플 제품을 사용하려면 아이폰14 프로를, 적당한 비용의 프리미엄 제품을 사용하고 싶다면 아이폰14 프로보다 가격대가 저렴한 아이폰14나 맥스를 구매하라는 것이 애플의 속내라는 분석이 시장에서 나오는 이유다.

A16 SoC 생산량에 한계가 있어 애플이 프로 제품에만 새로운 칩을 탑재한다는 추측도 제기되고 있다. 반도체 수급난으로 파운드리 생산라인 확보가 힘든 가운데, 애플도 선단 공정 생산라인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해외 IT전문매체 더블유시시에프테크(WCCFtech)에 따르면, TSMC는 최근 파운드리 가격을 올리면서 애플에도 높은 출하 가격을 제시했다. 애플은 TSMC의 제안을 받아들였으나, 생산라인 확보 과정에서 큰 비용을 지불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지배적이다.

결국 애플은 아이폰14 프로 제품군에만 A16을 탑재해 반도체 공급량에 맞춰 제품을 생산하고, 프리미엄 제품군 중에서도 가격대와 성능을 다양하게 제공해 소비자에게 더 많은 선택지를 제공하는 전략을 취할 계획이다.

애플 제품군에 3나노 반도체가 언제 적용될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평균적으로 2년에 한 번씩 디바이스에 탑재하는 반도체 공정 노드를 업그레이드해왔다. 그 가운데 애플은 올해에 한 차례 4나노 공정으로 반도체 공정 노드를 한 단계 올렸다. TSMC의 3나노 수율도 현재 계획대로 나오고 있는 상황은 아니기 때문에, 3나노 도입 시점은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 국내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3나노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장비도 교체해야 하고, 가격 상승이 불가피하다”며 “파운드리 가격이 상승하면 그만큼 고객사의 진입장벽이 높아지게 되는데, 3나노에 모든 기대를 걸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배유미 기자>youm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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