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반도체] 삼성이 GOS 대신 설계에 더 투자했더라면

편집자주: 반도체, 배터리, 디스플레이 소식을 기업 전략과 경쟁 구도, 시장 배경과 엮어서 설명합니다. 기술의 발전과 함께 반도체, 배터리, 디스플레이 소식이 매일같이 쏟아지지만 익숙하지 않다 보니 어렵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각 기업의 전략과 성장 배경을 알면 왜 그 제품을 출시했는지, 회사의 전략과 특성은 어떤지 엿볼 수 있습니다. 더 넓게는 시장 상황과 전망을 살펴볼 수도 있죠. 하나씩 함께 파고 들어가보면 언젠가 어려웠던 기술 회사 이야기가 친근하게 다가올 거예요.

삼성전자가 갤럭시 S22 시리즈를 공개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GOS 성능 조작 논란에 휩싸였죠. GOS란 Game Optimizing Service의 약자로, 게임 최적화를 위한 시스템 애플리케이션을 말합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S22 시리즈를 처음 홍보할 당시 “역대 가장 강력한 성능”을 강조하면서 “콘텐츠에 따라 최대 120Hz 화면 주사율까지 자동으로 조정해준다”는 구체적인 수치까지도 언급했습니다.

하지만 실제 갤럭시 S22 시리즈의 성능은 홍보한 만큼 구현되지 않았고, 추후 IT 유튜브 채널 ‘오목교 전자상가’를 통해 이같은 사실이 세상에 알려지게 됐죠. 해당 유튜브에서는 삼성전자가 탑재한 GOS 시스템이 실제로는 성능을 낮추는 역할을 해서 애초 회사가 홍보한 만큼의 성능을 갤럭시 S22 시리즈가 내지 못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소비자는 당연히 뿔이 났고, 결국 이 사안은 공정거래위원회에도 넘어가게 됩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8일 삼성전자의 ‘역대 최고 성능’ 홍보가 표시광고법 위반이라는 민원을 접수했습니다. 이후 소비자 집단소송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삼성 갤럭시 S22 시리즈 (출처: 삼성전자)

GOS가 뭐길래

앞서 언급한 것처럼, GOS는 게임 최적화를 위해 만들어진 시스템 애플리케이션인데요. 고사양 게임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고성능 칩셋을 필요로 하죠. 이 성능을 구현하기 위해 화면 해상도를 조절하거나 스로틀링(Throttling) 기능 등을 탑재하는 것입니다. 스로틀링이란 PC, 노트북, 모바일 기기에 탑재된 CPU, GPU 등이 과열될 때 손상을 막기 위해 성능을 낮추거나 전원을 꺼서 발열을 줄이는 기능을 말합니다.

언뜻 보면 이 시스템이 탑재돼 있어 더 효율적으로 프로세서를 구동할 수 있을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실상은 성능 저하가 심각하기 때문에 문제가 됐습니다. 발열 발생 여부와 상관없이 스로틀링 기능이 작동해 성능이 저하되는 현상이 갤럭시 시리즈에서 발생한다는 논란이 있었습니다.

갤럭시를 둘러싼 GOS 성능 제한 논란이 이번에 처음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논란 자체는 2016년 갤럭시 S7에 GOS를 적용할 때부터 있었습니다. 다만 당시에는 게임을 하지 않는 이상 성능 저하를 크게 체감할 일이 없었고, 그나마도 GOS를 우회할 수 있었죠.

하지만 이번에는 GOS를 우회할 수 없도록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게임 외 대부분의 앱에 대놓고 성능 저하를 강제했기 때문에, 더욱 문제가 된 것으로 파악됩니다. 앱 구동 시 휴대폰 성능이 50%, 많게는 70%까지도 하락하는 것인데, 애초에 삼성전자가 홍보했던 성능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게다가 이 기능이 게임뿐만 아니라 기본 앱에서도 작동되기 때문에 더욱 문제가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게임을 할 때에만 성능 저하를 감안하면 됐지만, 이렇게 되면 대부분의 앱에서도 마찬가지 상황이라 봐야 하는 것이죠.

그 가운데 삼성전자는 3D마크, 긱벤치, 안투투, GFX벤치를 비롯한 주요 벤치마크 앱에서는 GOS가 비활성화되도록 설정해 놨는데요, 이를 두고 대중은 “벤치마크 성능만 잘 나오면 실제 소비자가 체감하는 성능은 낮아도 상관없다는 것이냐”라며 비판했죠.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벤치마크 앱은 게임으로 분류되지 않기 때문에 GOS가 적용되지 않은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논란이 사그라들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삼성전자가 더욱 비판을 받는 것은 이번 사안에 대한 명확한 해명도 내놓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삼성전자는 GOS 채택과 관련해 “발열에 따른 저온화상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며 “소비자 안전에 관련된 부분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서는 타협점을 찾지 않으려고 노력한다”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결국 사람들은 ‘소비자 기만’이라며 칼을 빼들고 나섰죠.

방열 설계 주력했어야 하는데…

삼성전자가 GOS를 탑재한 이유가 발열을 잡기 위함이라는 말은 아주 틀린 말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미 성능에 대한 홍보를 해 놓았음에도 이를 낮춰 발열을 줄이려 했다는 점, 그리고 막상 갤럭시 S22 신제품을 공개할 때에는 스마트폰 내 열을 외부로 방출하는 베이퍼 쳄버를 개선하고 방열 효율이 높은 소재를 적용해 발열을 낮췄다고만 홍보했다는 부분에서 문제가 됐죠.

그렇다면 왜 그 많은 스마트폰 중에서, 유난히 삼성전자 갤럭시 제품만 발열 문제가 많이 거론되는 것일까요? 그 이유는 어느 한 가지로만 특정하기는 어렵고,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습니다. 우선 제품에 탑재된 AP(Application Processor)에서 발생하는 열이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현재 갤럭시 S22에는 퀄컴 스냅드래곤 8세대 SM8450이 탑재되고 있는데요, 과거부터 스냅드래곤 시리즈에서 열이 발생한다는 평가가 있었기 때문에 일각에서는 AP 발열이 원인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마냥 퀄컴 AP의 발열 때문에 갤럭시 제품 발열이 심하다고 하는 데에는 다소 무리가 있습니다. 퀄컴은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여러 스마트폰 제조업체에 AP를 납품하고 있는데, 이와 비슷한 사건이 발생한 기업은 그리 많지 않거든요. 각 스마트폰 제조업체는 방열 설계에 주력하고 있는 반면, 삼성전자는 원가 절감을 위해 방열 설계를 최소화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곳곳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스마트폰 제조업체가 방열 설계에 주력해야 하는 이유는 현존하는 모든 프로세서에서는 열이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이는 AP뿐만 아니라 CPU, GPU 등도 마찬가지입니다. 각 반도체 기업이 ▲고성능 ▲저전력 ▲발열 개선 방향으로 제품을 개발해 나가는 것도 비슷한 맥락입니다. 100% 도달할 수 없지만, 점차 개선해 나가는 개념인 셈이죠. 게다가 삼성전자가 자체 개발한 AP ‘엑시노스’ 시리즈가 퀄컴 스냅드래곤 시리즈보다 발열이 더 심하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었습니다. 칩셋 부문에서는 삼성전자도 별다른 대안을 찾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습니다.

특히 안드로이드 기반으로 구동되는 스마트폰일수록 방열 설계를 더 신경 써야 합니다. 한 반도체 시장 전문가는 “애플과 같은 경우에는 전용 칩에 전용 소프트웨어를 올려 사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프로세서를 더 효율적으로 구동할 수 있다”며 “반면 삼성을 비롯한 안드로이드 기반의 스마트폰은 구글 소프트웨어에 자체 시스템을 또 한 번 얹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부하가 더 걸리고 발열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제품 내부 설계의 복잡성도 하나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반도체 시장 전문가는 “애플 아이폰에 비해 삼성전자의 갤럭시 내부 설계 구조가 더 복잡하다”며 “내부 구조가 복잡할수록 열 제거가 더 어려운데, 따라서 갤럭시 제품은 더 방열 설계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외에도 다양한 원인이 있는데요, 이유야 다양하지만 결국 삼성전자가 정말 주력해야 했던 부문은 성능 개선보다도 방열 설계였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발열을 잡기 위해서는 GOS 성능 제한을 걸지 않아도 하드웨어 개선을 통해 해결할 수 있으니까요. 또한, 좋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비용도 투자해야 하겠죠. 좀 더 기술 부문을 개선해 다음 언팩 때에는 정말로 성능도 좋고, 발열도 잡은 제품을 출시할 수 있길 바랍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배유미 기자>youme@byline.network

관련 글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