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급난으로 반도체가 금값이라 대부분의 관련 기업이 설비 증설에 나서고 있는 판인데, 미국에서 오히려 생산라인 매각에 나선 곳이 있다. 차량용·아날로그 반도체 제조업체인 온세미컨덕터(이하 온세미)다.

온세미는 최근 미국 메인(Main)주 사우스 포틀랜드(South Portland)에 위치한 8인치 웨이퍼 생산라인을 매각하는 데 최종 계약했다. 포틀랜드 웨이퍼 제조시설은 또 다른 미국 아날로그 반도체 제조업체 다이오즈 인코퍼레이티드(Diodes Incorporated)가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이를 통해 다이오즈 인코퍼레이티드는 자사 8인치 웨이퍼 생산량을 확대하고, 제품 생산량을 늘릴 계획이다. 해당 거래는 2022년 2분기에 체결될 예정이다.

온세미가 웨이퍼 생산라인을 매각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월 8일에는 벨기에 아우데나르더에 위치한 6, 8인치 웨이퍼 제조 시설을 벨기에 GaN 파운드리 업체 ‘벨간그룹(BelGaN Gropu)’에 매각한 바 있다. 벨간은 인수한 생산라인에서 6·8인치 GaN 웨이퍼를 생산할 예정이다. GaN 웨이퍼는 전력 효율성이 좋은 전력반도체를 생산할 때 사용된다.

온세미는 매각 예정인 웨이퍼 공장을 제외하고도 미국, 캐나다, 벨기에, 체코, 중국, 한국, 일본, 말레이시아, 필리핀, 베트남 등지에서 생산라인을 가동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캘리포니아주 산호세, 미시간주 디트로이트 등지에서 반도체를 생산하고 있다. 매각한 공장을 제외하고도, 생산라인을 어느 정도 확보하고 있는 것이다.

반도체 공급난에도 온세미가 생산라인을 지속해서 매각하는 이유는 유지비용 절감과 원가 개선 때문이다. 하나의 생산라인에서 어느 정도 반도체가 생산돼야 손실이 일어나지 않는데, 이를 충당하지 못할 시 매각하는 것이 더 이득이 될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하나의 생산라인을 가동하기 위해서는 공장이 세워진 부지 금액부터 이를 운영하기 위한 전기세, 용수 등 관련 비용이 지속해서 발생한다. 생산라인이 활발하게 운영되면 이 비용을 충당할 수 있으나, 방치되는 생산라인이 있으면 이는 곧바로 손실로 이어진다. 생산라인도 결국 회사의 규모와 생산량에 맞춰 가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부 종합반도체기업(IDM, 반도체 설계부터 생산까지 모두 담당하는 업체)은 같은 이유로 생산라인을 구조조정하고, 핵심 제품을 제외한 나머지 반도체를 파운드리에 맡기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이처럼 생산시설을 보유하고는 있지만, 그 규모를 줄인 IDM을 ‘팹라이트(Fab-Lite)’라고 부른다.

최근 차량용 반도체 업체 중에서는 팹라이트 전략을 쓰는 곳이 있다. 차세대 반도체 설계 역량을 늘리는 등 신형 반도체에 투자를 집중하고, 구형 반도체는 외주를 맡기는 것이다. 차량에 탑재되는 기술이 늘어나면서 완성차 업체에서 높은 성능의 반도체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수여에 맞춰 반도체 생산업체는 생산라인을 재구성하고, 효율적으로 공장을 운영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온세미도 마찬가지다. 온세미 관계자는 “생산라인 매각을 통해 제조 시설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고정 비용을 줄여 원가 구조를 개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온세미는 지속해서 매출과 수익을 확대하고 지속 가능한 재무 성과를 위한 전략, 일명 ‘팹 리터(Fab-Liter)’ 전략을 취할 계획이다.

또한 생산라인을 인수한 기업 입장에서도 이익이 될 전망이다. 반도체 생산라인을 건설하는 데에는 2~3년 가량 시간이 소요되는데, 이미 가동이 가능한 공장을 인수하면 이 시간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생산라인을 인수하고 반도체 생산량을 늘릴 수 있는 것이다.


하싼 알커리(Hassane El-Khoury) 온세미 CEO는 “이번 매각은 우리가 고객사를 대상으로 장기적인 제품 공급을 보장하기 위한 노력 중 하나”라며 “온세미는 매각된 공장 직원들에게 지속적인 고용과 성장 기회를 제공했으며, 동시에 다른 제조 현장으로의 원활한 생산 전환을 달성했다”고 말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배유미 기자>youme@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