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배터리] 중국의 배터리 1등업체 CATL, 미국 진출 가능할까?

편집자주: 반도체, 배터리, 디스플레이 소식을 기업 전략과 경쟁 구도, 시장 배경과 엮어서 설명합니다. 기술의 발전과 함께 반도체, 배터리, 디스플레이 소식이 매일같이 쏟아지지만 익숙하지 않다 보니 어렵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각 기업의 전략과 성장 배경을 알면 왜 그 제품을 출시했는지, 회사의 전략과 특성은 어떤지 엿볼 수 있습니다. 더 넓게는 시장 상황과 전망을 살펴볼 수도 있죠. 하나씩 함께 파고 들어가보면 언젠가 어려웠던 기술 회사 이야기가 친근하게 다가올 거예요.

중국 배터리 생산업체 CATL이 미국 시장 진출을 노리는 모양입니다. 지난 달 말 중국 언론은 CATL 고위 경영진이 기관 투자자 설명회에서 “CATL은 반드시 미국에 진출해야 한다”고 발언한 녹취록을 공개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인물이 이 발언을 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CATL이 미국 진출에 대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알 수 있게 한 대목입니다.

CATL은 테슬라를 비롯한 기업과 교류하면서 미국 진출 기회를 엿보고 있습니다. 일부 언론에서는 CATL이 공장 설립에 필요한 부지도 일부 확보했다고 보도하기도 했죠. 하지만 CATL의 미국 진출은 쉽지 않을 전망입니다. 한번 그 내막을 살펴보도록 할까요.

CATL 성장 비결은 중국 정부 지원정책?

CATL은 2011년에 설립한 중국 이차전지 생산업체입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CATL은 지난 2021년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점유율 32.6%를 기록했습니다. 점유율 조사를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 국한한 이유는 최근 전기차 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하면서 관련 수치가 유의미하게 작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차량용 배터리 수요가 증가하다 보니 전기차 배터리 경쟁력이 곧 회사의 경쟁력이라는 인식도 있는데요, 앞으로도 차량용 배터리 수요는 지속해서 증가할 것으로 보입니다.

CATL이 크게 성장할 수 있었던 데에는 중국 정부의 역할이 컸습니다. 뉴욕타임즈 등 외신은 중국 정부가 배터리 제조에 필요한 원료를 확보하는 데 관여하고, 정책 은행이 생산라인 건설에 투자를 단행했기 때문에 CATL이 현재 1위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여기에 중국 정부가 중국산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에 대해서만 보조금을 지급한다고 밝혔습니다. 그 결과 주요 완성차 생산업체들은 중국에 수출하는 전기차에 CATL 배터리를 탑재하기 시작했습니다. 중국 회사는 중국 정부의 정책에 힘입어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시장조사업체 글로벌데이터(Global Data)도 보고서를 통해 “CATL은 중국 정부의 전기자동차에 대한 진보적인 정책으로 보상을 받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중국 정부는 ‘중국 제조 2025’의 일환으로 전기차 시장을 키우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 일환으로 CATL을 비롯한 배터리 기업에 전폭 지원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CATL은 중국 정부의 지원에 힘입어 저가 공세를 시작했습니다. CATL을 비롯한 중국 기업이 주로 생산하는 배터리는 저가형으로 잘 알려진 리튬인산철(LFP)입니다. LFP 배터리는 가격이 저렴하면서 안정성이 높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게다가 만드는 방법도 우리나라에서 주로 생산하는 하이니켈(니켈 함량을 높여 고성능을 구현하는 배터리)보다 간단해 물량도 많이 공급할 수 있습니다.

확실히 중국 기업은 우리나라 회사와는 다른 방향으로 시장에 접근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성능이 좋은 프리미엄 배터리 위주로 공급하고 있는데요, 현 시점만 놓고 보면 한국 배터리 시장과 중국 배터리 시장은 상호 보완하는 관계입니다. 마치 지금의 가솔린과 디젤처럼 말이죠.  최근 전기차 배터리 부족현상이 나타나면서 비교적 쉽고 싸게 구할 수 있는 LFP 배터리를 찾는 완성차 업체도 생겨나고 있는데요, 이를 기회 삼아 CATL은 내수시장뿐만 아니라 유럽 등지에도 손을 뻗었죠.

중국 기업의 미국 진출, 가능할까?

이제 CATL에게 남은 미션은 미국 진출입니다. 미국은 전기차 시장이 크게 성장하고 있는 국가 중 하나입니다. 유럽 등 다른 국가에서 친환경 정책과 함께 전기차 산업을 키웠던 반면,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집권 시절 전기차 보조금을 축소시켰습니다. 친환경 정책에 소극적으로 반응하면서 미국 전기차 시장은 후발주자가 되었죠.

하지만 조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때부터 친환경 정책을 강조했죠. 그 결과 미국에 친환경 기조가 강해졌고, 완성차 업체는 다시 전기차 개발에 팔을 걷어붙였습니다. 이미 앞서 나간 유럽 등 다른 국가의 전기차 시장을 미국이 따라잡기 위해서는 공격적인 투자가 불가피했습니다. 미국 정부는 전기차 관련 정책을 다수 마련하고, 금액 투자도 단행했습니다. 배터리 기업을 대상으로 미국에 생산라인을 건설하도록 유도하고, 한국 배터리 업체들과 합작법인을 설립하게 만들기도 했죠.

여기에 2025년부터는 미국·캐나다·멕시코 무역협정(USMCA)이 발효됩니다. 이 협정에 따르면, 미국에서 생산하는 자동차에는 북미에서 생산된 부품이 70% 이상 탑재돼야 합니다. 해외 수입이 불가피한 요소를 고려했을 때, 웬만한 부품은 다 미국에서 생산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배터리 업체는 2025년 안에 미국에 생산라인을 만들어 배터리를 생산할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도 지난해 미국 진출을 확정짓고, 청사진을 공개하기도 했죠.

CATL도 마찬가지로 이 급성장하는 시장을 노리고 있으며, 이를 위해 미국 내 생산라인 증설을 희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이 CATL의 자국 내 생산라인 증설을 허가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한 배터리 시장 전문가는 “미국은 반도체와 이차전지를 핵심 산업으로 지정했다”며 “그런데 미국은 중국을 제재하고 있는 상황이기에, 허가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이 배터리 산업에는 반도체 산업에 비해 크게 제재를 가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배터리 산업은 그래도 안전하다, 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이 또한 반도체 산업 구조와 배터리 산업 구조가 다르기 때문에 접근 방식이 다를 뿐이지, 결국 미국은 중국을 제재할 수밖에 없습니다.

미국은 반도체 원천 기술을 다수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미국은 중국이 기술을 개발할 때 자국 기술을 침해한다며 표면적으로 제재를 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배터리 산업에서는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그리 크지 않습니다. 배터리 경쟁력은 한국, 중국, 일본 등 아시아권에 치우쳐 있죠. 미국이 직접적으로 제재를 가할 만한 요소는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여전히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고 있는 중입니다. 미국이 굳이 중국에게 좋은 일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앞서 언급한 배터리 시장 전문가는 “이차전지는 백악관에서 생각하는 핵심 아이템 중 하나인데, 정치적인 이유로 이를 허가해주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습니다.

CATL의 미국 진출설은 2019년부터 나왔는데요, 여전히 추측일 뿐이고, 아직까지 구체적인 사항은 공개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1월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LFP 배터리 시장에 진입할 것이라고 밝혔죠. 국내 배터리 기업은 현재 미국 생산라인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습니다. 이 기세가 이어진다면 우리나라 배터리 업체가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이득을 볼 것으로 보입니다.

CATL이 미국 진출에 성공한다고 해도, 국내 기업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우리나라는 프리미엄 배터리 위주로 생산하기 때문입니다. 저가형 배터리를 공급하는 중국과는 조금 주력 제품이 다르죠. 물론 CATL에 비해 국내 기업 시장점유율은 다소 낮아질 수는 있습니다. 중국 기업이 워낙 물량과 저가 중심으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프리미엄 전기차 수요는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 배터리 기업은 그 가운데에서도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 전망입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배유미 기자> youm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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