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시중은행 인증서, 생각보다 잘 나가는 비결은

요즘은 금융사에서도 IT기업 못지않게 서비스의 사용자경험(UX)·사용자인터페이스(UI)를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다. 금융사의 이런 고민의 흔적을 엿볼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인증서다.

지난 2020년 12월, 공인인증서(현 공동인증서)의 독점적 지위 폐지와 함께 일부 시중은행에서는 자체 인증서를 개발해 선보였다. 그동안 공인인증서를 운영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가입단계부터 인증 절차까지 모든 단계를 최소화하고 사용자 편의성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인증서를 개발했다.

그 결과, KB국민은행의 인증서 ‘KB모바일인증서’의 사용자 수는 이번 달 기준 가입자 1000만명을 돌파했다. 시중은행 중에서 가장 먼저 전자서명인증사업자에 선정된 것도 영향이 있지만, 국민은행에서는 철저히 사용자 중심으로 고민하고 노력한 결과라고 자부하고 있다.

실제로, 국민은행에서는 인증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올해 팀 격이었던 모바일인증센터를 부서로 승격했다. 인증사업부는 디지털신사업본부에 속해 있어 인증 서비스 뿐만 아니라 인증을 기반으로 한 신사업을 추진한다.

국민은행은 왜 시중은행 중에서 가장 발 빠르게 인증 서비스를 고민하고 개발한 것일까. 가입자 1000만명 기록의 원동력은 어디로부터 비롯된 것일까. 국민은행의 모바일 인증서 기획부터 개발, 전략, 계획까지의 이야기를 김지영 국민은행 인증사업부 팀장에게 들어봤다.

국민은행의 모바일 인증서, 얼마 전 가입자 1000만명을 달성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 수치가 국민은행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1000만명이라는 수치는 고객이 가입한 뒤 인증서 폐기를 하지 않은 유효 고객 수를 말한다. 시중은행 중에서는 가장 많은 인증서 사용자 수를 보유하고 있다. 물론, 네이버인증서, 카카오인증서 등 빅테크에서는 2000~3000만명 수준의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으나, 이들은 모두 플랫폼 기반의 고객들이다.

반면, 금융 서비스만 제공하는 은행 입장에서는 1000만이라는 수치는 크다. 고객들이 뱅킹 앱을 여는 것은 은행 업무를 보기 위해서인데, 이때 인증서 사용자수가 1000만명이라는 것은 고무적인 수치다.

국민은행을 비롯해 여러 시중은행에서 인증서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은행이 인증서 서비스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무엇인가?

금융은 인증서부터 시작한다. 은행은 금전이 오가는 업무다. 이때 금전이 오고 가는 것에 대한 증명이 필요한데, 그게 바로 전자서명의 역할이다. 그리고 이 역할이 가장 많이 쓰이는 곳이 은행이다. 즉, 인증서가 없으면 금융거래를 할 수가 없다. 은행이 인증서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는 이유다.

또 공동인증서의 독점적 지위 폐지가 확정되기 전 고민이 많았으나, 결국 직접 인증서를 해야겠다는 결심이 섰다. 약 20년간 인증 서비스를 해왔는데 타사 서비스를 쓴다는 것은 자행 입장에서 좋지 않다. 고객 데이터 분석 등의 측면에서 좋지 않으니, 인증 서비스를 직접 제공하는 것으로 결정을 했었다.

공동인증서의 폐지는 은행이 인증서에 관심을 가지게 된 1차적 계기로 보인다. 지금은 단순히 금융 거래를 위한 것이 아니라, 공공 등 여러 분야로 확장하려는 것 같은데.

그렇다. 금융위가 ‘전자서명인증사업자’로서의 자격을 승인했고, 이를 토대로 인증 시장에서 성장해야겠다는 전략적인 목표를 세웠다. 국민은행에서도 인증을 신사업으로 보고 있다. 올해 은행에서 인증사업부를 팁 급에서 부서로 승격해, 사업을 확장할 수 있도록 발판을 마련해줬다.

국민은행은 언제부터 인증서 개발에 돌입한 것인지, 개발 기간은 얼마나 걸렸는지?

2018년 하반기부터 준비를 시작해 개발 완료까지 약 1년이 걸렸다. 1차적인 목표는 공동인증서를 대체할 만한 보안성과 범용성을 갖자는 것이었고, 자행 고객들이 쉽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초점을 맞췄다.

개발하면서 가장 중점을 둔 것은 무엇이었는지?

고객의 앱 내 행태를 분석해 서비스 가입을 편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어떻게 해서든 고객이 클릭을 적게하자(가입 단계를 최소화하자)는 취지였다. 이를 위해 약 20년 동안 공인인증서를 운영해 오며 축적해 온 고객들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앱 내 고객의 동선을 분석해 이를 기반으로 최소화한 인증서 발급 절차를 만들었다.

예를 들자면?

예를 들어, 인증서 가입을 위한 절차를 쭉 나열해 놓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고객의 이탈이 가장 많이 이뤄지는 곳이 어딘지 분석했다. 그 결과, 첫 단계에서 고객 유입이 약 100명이 이뤄졌다면 특정 단계에서 약 30명으로 줄어든 것을 확인했다. 이렇게 고객의 앱 내 동선을 하나하나 분석하고, 무엇이 불편한지 연구해 이를 반영했다.

물론, 지금도 분석을 계속해서 하고 있다. 다행히 지난해 10월 스타뱅킹이 개편되면서 인증서 발급률이 올라가고 있는 추세다.

사용률이 올라간 것과, 사용자수 1000만명 달성의 원동력이 무엇이라고 보는지?

가장 먼저, 사용자가 대폭 늘어난 계기는 지난 2020년 전자서명시범사업자로 선정되어 국세청에 서비스를 하면서부터다. 이때 대외 고객으로 확장할 수 있는 포문을 연 계기가 됐다.

이후에는 마케팅 측면에서도 노력을 했다. 단순히 돈을 태우는 마케팅이 아니라 스타뱅킹의 앱 푸쉬(알림)를 통해 “KB모바일인증서로 종속세를 낼 수 있다”는 등 서비스 안내를 했고, 이를 통해 신규 고객 유입이라는 효과를 얻었다.

아무래도 연말정산 등 공공에서의 사용이 활발할 것 같은데, 주 사용처 등은 어떤가?

우선 당장 KB모바일 인증서는 국민은행 고객만 쓸 수 있다. 향후 자행 고객이 아니어도 사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사용처의 경우 공공에서의 사용률이 압도적으로 높다. 현재 공공기관 56곳에 인증서 서비스를 하고 있다.

다만, 최근 마이데이터 통합인증 등에서 사용률이 높아지고 있다. 또 KB금융그룹 계열사와 상당한 시너지를 내고 있다. 얼마 전, 한 기업의 공모주 청약을 계기로 KB증권에서 인증서 사용이 급증하기도 했다.

KB모바일 인증서만의 차별점은 무엇인지?

사실 서비스 측면에서 인증을 차별화한다는 것이 쉽진 않다. 다만, 은행인 만큼 금융회사가 서비스한다는 점에서 차별점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국민은행은 약 20년간 공동인증서 등 인증 서비스를 운영했다. 인증 노하우부터 금융사가 가진 높은 보안성이 차별점이라 할 수 있다.

또 사용자가 다양한 영역에서 KB모바일 인증서를 사용할 수 있도록 범용성을 확대하는 것이 전략이기도 하다.

KB모바일 인증서, 다음 전략이나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나?

작년에 이어 올해도 서비스 개편을 진행할 예정이다. 서비스 개편은 절대 게을리해선 안된다. 먼저, 연령대 등 고객 규모를 확장할 생각이다. 어떻게 하면 고객이 가입을 편리하게 할 수 있을지 등을 고민하고 있다.

두번째로, 인증을 기반으로 한 신사업을 준비하고 있으며 올해 선보일 계획이다. 대표적으로 전자문서 서비스가 있다. 스타뱅킹 앱에서 인증서를 통해 전자문서 서비스를 가입하면, 기존에 우편으로 받던 문서를 열람할 수 있다.

또 사용자의 본인확인을 할 수 있는 본인확인기관 심사를 통과하는 것이 올해 목표다. 관련 법에 따라, 금융사는 금융관련 업무에서만 고객의 본인확인이 가능한데 금융 외의 신사업에서도 고객의 본인확인을 직접 진행할 수 있도록 지난해에 이어 본인확인기관 심사에 신청할 계획이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홍하나 기자>0626hhn@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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