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추얼 휴먼’에 미래 거는 게임 회사들

‘국내 1호 가상 인플루언서’ 로지의 파급력은 강력했다. 작년 7월 로지가 출현한 신한라이프 광고 영상은 28일 기준 조회 수 970만에 달한다. 뮤직비디오 광고 조회 수는 1000만 뷰를 넘었다. 광고업계에 따르면 작년 로지의 광고 수익만 10억원에서 15억원 사이다. 로지의 승승장구는 광고에 국한하지 않는다. 지난 22일에는 데뷔곡 ‘후 엠 아이’를 공개하는 등 가수, 배우로도 그 범위를 넓히고 있다.

가상인간 ‘로지’ (출처:로지 공식 인스타그램)

로지의 등장으로 ‘버추얼 휴먼(가상 인간)’이 상업적으로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기업들도 알게 됐다. 스마일게이트, 넷마블, 크래프톤 등의 게임사들도 버추얼 휴먼을 미래 먹거리로 점찍으며 적극적으로 신사업에 진출하고 있는 모습이다.

버추얼 휴먼 시장 노리는 게임회사들

스마일게이트는 가상현실(VR) 게임 ‘포커스 온 유’의 캐릭터 ‘한유아’를 버추얼 인플루언서로 제작했다. 지난 14일에 한유아는  YG케이플러스와 전속 계약을 맺고 25일 음원 ‘I Like That’의 뮤직비디오 티저 영상을 공개했다.

YG케이플러스 고은경 대표는 “한유아는 신선함과 재미를 추구하는 MZ세대의 흐름에 맞는 아티스트이며 다방면에서 출중한 실력을 갖춘 준비된 엔터테이너”라고 평가하며 계약 이유를 밝혔다. 스마일게이트 측은 이후로도 한유아가 모델, 배우로도 활약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넷마블 또한 작년 8월 메타버스엔터테인먼트를 만들고 버츄얼 휴먼 ‘제나’를 소개했다. 넷마블의 메타버스엔터테인먼트는 VR 플랫폼 개발, 가상 아이돌 매니지먼트 등 게임과 연계된 메타버스 콘텐츠를 제작하고 서비스하는 사업을 펼칠 계획이다.

방준혁 넷마블 의장은 지난 1월 미디어간담회서 가상 인간인 ‘제나’, ‘리나’, ‘시우’의 활동 계획을 밝히며 “메타버스는 될까 안 될까 재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진출해야 할 시장”이라고 말하며 포부를 드러낸 바 있다.

크래프톤의 디지털 휴먼, 스마일게이트의 ‘한유아’, 넷마블의 ‘제나’

크래프톤도 지난 8일 ‘버추얼 휴먼’ 데모 영상을 공개하며 본격적인 신사업 진출에 나섰다. 크래프톤 역시 버추얼 휴먼을 게임 캐릭터, 가수, e스포츠 등 다방면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크래프톤이 공개한 버추얼 휴먼은 움직임과 다채로운 표정 연기는 물론, 피부의 솜털과 잔머리까지 구현해 실제 인간과 매우 흡사한 비주얼을 보여준다.

잘 만든 가상인간, 회사의 100년을 책임진다

버추얼 휴먼은 메타버스에서 셀럽 역할을 담당한다. 키움증권의 이남수 연구원은 버추얼 휴먼이 “메타버스의 시그니처이자 쌍방향 의사소통이 가능한 NPC의 기능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버추얼 휴먼은 실제 인간 인플루언서보다 위기대응 관리가 쉽고 커머스, 마케팅 등 활동 범위를 자유롭게 확장할 수 있어 그 활용도가 커지는 추세다.

실제로 버추얼 휴먼의 시장 규모는 급격한 성장 추세를 보인다. 미국 경제지 블룸버그에 따르면 2025년 기준 버추얼 휴먼의 시장은 약 14조원 규모로 예상된다. 이는 인간 인플루언서의 매출 규모인 13조원을 추월하는 수치다.

자체적인 메타버스 생태계를 구축하고자 하는 게임사들에게 버추얼 휴먼 시장은 회사의 새로운 미래를 책임질 발판과도 같다. 따라서 이전부터 관련 IT 기술을 활용해 가상 캐릭터를 만들어왔던 경험을 무기로, 적극적으로 시장 진출 포부를 드러내고 있다. 현재 게임사들이 추구하는 종합 콘텐츠 IP 엔터테인먼트 업체로 나아가기 위한 방향과 맞닿아 있기도 한 부분이다.

‘소통’이 게임사들에게 중요한 요건이 된 현 시점에서 버추얼 휴먼은 게임사들에게 기존 이미지 변화의 주축이 되기도 한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서 발간한 ‘2021 KISA REPORT 10월호’ 에 따르면 버추얼 휴먼은 기존의 가상 캐릭터들과 다르다. 예컨대 스마일게이트의 한유아의 경우에도 성명, 출생, 성격, 취미 등이 이미 마련돼 사람들에게 공개됐고 사람들은 이러한 한유아의 프로필을 참고로 소통을 시도한다. 만일 소통의 내용을 개발사가 통제했다면, 버추얼 휴먼 시장의 성장이 지금처럼은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버추얼 휴먼, 그들의 운명은?

1998년 국내 최초 사이버 가수 ‘아담’을 기억하는가. 아담은 3D 그래픽으로 구현된 가상 인간으로, 당시 파격적인 시도로 큰 화제를 모았던 가상 인간이다. 그러나 기술력의 한계 탓에 3D 만화 주인공의 이미지가 컸다. 그리고 약 20년이 흐른 지금 버추얼 휴먼은 실제 인간만큼 많은 영역에서 활동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특히 광고나 마케팅의 영역에서 인간보다 더 유용할 수 있다는 시사점을 남겼다.

사이버가수 아담 (출처 : 아담소프트)

그러나 버추얼 휴먼의 한계점은 여전히 존재한다. 최형규 EBS 연구위원은 “버추얼 휴먼도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과 같은 콘텐츠로 전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무리 버추얼 휴먼이라는 정체성과 완벽한 인성을 구현했다고 해도 인간이 개발한 기술에 불과하다는 말이다. 오히려 더 사람 같은 버추얼 휴먼을 원하면 원할수록 이에 대한 생산량이 늘어나 일개 콘텐츠 형태로 전락할 가능성이 더 높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그럼에도 버추얼 휴먼 시장의 성장은 막을 수 없다. 백민정 스마일게이트 IP 사업 담당 상무는 “최근 사회적으로 메타버스와 버추얼 인플루언서가 각광받고 있는 추세”라며 “가상의 인물은 시공간을 넘나드는 활약으로 대중과 접점을 늘리는 데 이점이 있다”고 사업 진출 이유를 밝혔다.

글.바이라인네트워크
<박지윤 기자> nuyijkrap@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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