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딥러닝으로 식물인간 진단 혁신하는 연구 등장

딥러닝 기술을 활용해 식물인간과 같은 의식 장애 환자 진단에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하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수술 중 환자의 마취 심도 측정이나 수면 관련 질병에서 유용하다. 의식을 지각(awareness)과 각성(arousal)으로 나눠 두 개 모두를 1초만에 측정하는 기술로 세계 최초다.

고려대 인공지능학과 이성환 교수와 이민지 박사 연구팀은 25일(현지시간) 세계적 과학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논문을 게재했다. 논문명은 ‘Quantifying Arousal and Awareness in Altered States of Consciousness using Interpretable Deep Learning’이다. 연구는 과기정통부와 정보통신기획평가원의 ‘인공지능대학원지원사업’과 ‘AI혁신허브사업’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설명 가능한 딥러닝을 사용해 매우 짧은 뇌 신호만으로 의식의 깊이를 정량화할 수 있는 의식 지표인 ECI(Explainable Consciousness Indicator)를 제안했다. ECI는 의식의 두 가지 구성 요소인 지각과 각성을 동시에 측정하는 세계 최초의 의식 지표다. 1초 가량의 짧은 뇌 신호만으로도 실시간으로 의식의 깊이를 측정할 수 있으며, 의식 수준과 관련한 뇌 활성 부위를 설명해준다.

다음은 연구 제1저자인 이민지 박사와의 일문일답.

이민지 박사(왼쪽)와 이성환 교수(오른쪽)

딥러닝으로 실시간 의식의 깊이를 측정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딥러닝이 정확히 어떤 역할을 하는지 궁금하다.

딥러닝에서는 어떤 데이터의 특징을 스스로 학습해서 결과를 제시한다. 우리 연구팀에서는 의식을 지각과 각성 두 가지로 나누며, 이것들은 의식에서 각기 다른 역할을 한다. 한 가지의 같은 딥러닝 모델을 넣었을 때 딥러닝 모델 자체가 스스로 각성과 지각 각각에 해당하는 특징들을 학습해서 결과를 도출한다.

기존 방법과 딥러닝 방법의 차이가 있다면?

기존 머신러닝 방법에서는 모델에 넣을 특징 자체를 인간 연구자가 추출해서 넣어야 하기 때문에 어떤 특징이 의식과 관련되어 있는지 정확히 알 수 없다. 즉, 정확도가 낮아진다. 딥러닝의 경우 데이터를 넣어주면 스스로 특징을 찾고 분류도 하기 떄문에 정확도가 높다. 인간 연구자가 어떤 특징이 의식과 관련이 있는지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이러한 작업이 가능한 것이다.

1초 가량의 짧은 뇌 신호만으로도 의식의 깊이를 측정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한 성과로 보인다.

기존에는 머신러닝 방법을 활용한 의식 지표 인덱스 자체가 없었다. 통계적인 방법으로 계산하다보니 최소한 5분 정도에 해당하는 데이터는 있어야 신뢰성 있는 지표를 얻을 수 있었다. 우리 연구에서는 이미 학습되어 있는 1초 정도의 짧은 데이터를 활용해 빨리 학습을 시켰다. 그런 다음 테스트 데이터, 현재 사용자의 1초 데이터만 넣으면 의식이 높은지 낮은지, 지각이 어떤지 알 수 있다.

각성과 지각을 동시에 측정할 수 있는 것으로 최초라고 들었다.

그렇다. 기존 의식 인덱스에서는 각성은 구분이 되는데 지각으로 보면 구분이 안 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면 렘수면 같은 경우 우리가 불렀을 때 반응을 하지 않으니 각성은 낮은 상태인데 꿈 속에서 빨간색, 파란색 구분할 수 있으니 지각은 있는 상태다. 이로 인해 (각성과 지각 한 쪽만 측정할 수 있는) 기존 지표에서는 렘수면을 완전히 깨어 있는 상태와 구분하지 못한다. 의식 자체를 두 가지 요소로 나눠서 각 요소에 따라 지표를 만든 것은 우리가 최초다.

이번 연구를 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처음에는 마취와 관련된 연구를 주로 진행했다. 의식에서 무의식 혹은 무의식에서 의식으로 전환될 때 갑자기 변하는 건지 점진적으로 바뀌는 건지 연구하다가 기존에 있었던 의식 지표 문제점을 발견하게 됐다. 여기에 머신러닝 방법을 적용하면 괜찮을 것 같아 연구를 시작했다.

연구 성과가 적용될 수 있는 예시로는 어떤 것들이 있나?

식물인간, 의식 장애 환자 쪽에서 지각과 각성 두 가지가 나오는 지표가 기존에는 없었다 보니 애매하게 진단할 수 있는 환자군이 있었다. 진단에 따라 치료 방향이 달라지는 만큼 진단 자체는 중요도가 크다. 이러한 의식 장애 환자 진단 임상에 직접적으로 우리 연구 결과가 쓰일 수 있다. 의식 장애 환자의 경우 데이터를 길게 획득하기 어려운데, 짧은 신호로 신뢰성 있는 지표를 계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다. 수면, 마취 쪽에서도 지표를 사용할 수 있다. 특히 모든 마취에 통합적으로 쓸 수 있는 하나의 지표라는 데서 의미가 있다.

앞으로 연구를 어떤 식으로 발전시킬 계획인지?

이번 연구는 실제 임상에 적용해본 것은 아니고 임상에서 데이터를 받아와 지표를 제안한 것이다. 향후 실제 임상이나 다양한 인터페이스를 활용해 기기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최근 의료진 대상 의료기기 이외 일반인 대상 헬스케어, 수면 쪽 기기들이 각광받는 만큼 다양하게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박성은 기자<sag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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