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신상보다 중고품 시장이 커지는 세상 올 것”

2011년 첫선을 보인 중고거래 앱 ‘번개장터’는 지난해 출시 10주년 만에 연간 거래액 1조7000억원을 달성했다. 명품, 스니커즈, 골프, 바이크 등 이용자들의 취향 거래가 고도화되면서 거래 가격 역시 나날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정 카테고리는 이미 중고차 시장처럼 중고상품 거래량이 신상품을 넘어서는 모습이다.

관련해 정용준 번개장터 CPO(최고제품책임자)는 “우리나라는 이미 고소득 국가다. 그러나 여전히 개인 간 거래는 낯설고 다소 불편하다. 특히 고가의 상품일수록 그렇다. 여기에 적절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C2C 시장도 폭발적인 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 본다”라고 말한다. “개인 취향이 고도화될수록 전국 방방곡곡으로부터 시공간 제약 없는 중고거래를 원하게 될 것”이라는 가설이다.

최근 중고거래 플랫폼 3대장 중 유독 M&A, 오프라인 매장 운영, 물류 서비스 고도화에 박차를 가하는 번개장터. 이들이 바라보는 중고거래 시장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정 CPO를 만나 직접 이야기를 들어봤다.

정용준 번개장터 CPO

카카오 부사장 및 SNS 사업본부장을 거쳐 번개장터로 합류한 배경은

누구나 좋은 산업, 그리고 좋은 팀 소속으로 일하고 싶을 것이다. 번개장터는 이 2가지를 모두 만족시켰다.

개인적으로 해외 여러 국가에서 생활해 볼 기회가 있었다. 각국에서 느낀 점은 ‘중고거래 시장이 정말 활성화돼 있구나’라는 생각이었다. 주기적으로 큰 시장이 열리고, 사람들이 몰려와 실제 본인이 사용했던 중고물품을 가지고 참여한다. 반면 국내에서 열리는 비슷한 콘셉트의 시장들을 가보니 대부분 공예품이나 새 제품을 판매하더라. 각종 플랫폼이 등장하며 중고거래량은 계속 늘었음에도 말이다. 이에 ‘국내 중고거래 시장은 아직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구나’, 그리고 ‘편리한 서비스 경험을 제공한다면 더 빠르게 성장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재후 번개장터 대표의 경영 철학도 마음에 와닿았다. 합류 전부터 많은 이야기를 나눴는데, “더 빠르게 성과를 낼 방법이 있다고 하더라도, 조직 문화를 해치는 길이라면 피하고 싶다”라고 하더라. 좋은 리더라 생각했고, 향후 비전도 일치해 합류를 결정했다.

‘취향을 잇는 거래’는 어떤 의미인지

‘가치 소비’와 일맥상통한다. 오픈런, 리셀 등의 현상을 보자. 원하는 가치를 얻기 위해 시간, 돈, 노동력 등 무엇이든 지불할 준비가 된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개인 취향을 발견하고, 관련 상품을 쟁취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다.

그리고 위 과정에서 취향은 한층 깊어진다. 상품 관련 조건들을 세분화해 정보를 모으며, 한정판, 빈티지, 역대 최고라 평가받는 모델 등을 찾는다. 그 결과 무대는 전국 방방곡곡으로 확장된다. 어떤 상품은 ‘팝니다’는 없는데 ‘삽니다’ 게시물만 넘쳐난다. 일종의 간절한 기도가 아닐까. 번개장터는 이들의 취향을 잇고, 간절히 원하는 가치를 얻게끔 돕는 플랫폼을 지향한다.

취향의 고도화가 중고거래시장 성장을 견인한다는 의미인지

그렇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중고거래 시장 규모는 2008년 4조원에서 2020년 20조원으로 5배 이상 성장했다. 여기에 번개장터 데이터를 더하면 소비자들은 개인 취향을 위해 보다 자주, 차츰 더 큰 금액을 지불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현재 번개장터에서 이뤄지는 거래의 판매 단가는 타 커머스 플랫폼보다 높다. 명품, 스니커즈, 골프용품, 바이크 등의 거래가 늘어남과 동시에 단가도 높아지는 추세기 때문이다. 또 브랜드관을 새롭게 열었더니, 본인 취향의 브랜드도 새로 추가해달라는 요청이 계속 들어오더라.

번개장터의 가설은 이렇다. 모든 사람은 저마다 취향을 가지고 있고, 개인 소득은 올라가기 때문에 이 취향은 갈수록 더 드러날 것이다. 이때 국내 소비자들의 중고거래 니즈도 미국, 일본 등 해외와 다르지 않기에 우리나라 중고거래 시장은 지금보다도 더 크게 성장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번개장터는 시기마다 적절한 서비스를 제공하여 소비자의 원활한 C2C 거래를 도우려 한다.

‘포장택배’ 서비스도 위와 같은 맥락인지

그렇다. 취향을 추구하다 보니 전국단위 거래가 됐는데, 여전히 소비자 다수는 상품 판매 경험이 적다. 몇 번 해본 사람도 가끔이다 보니 매번 낯설다. 포장택배는 이 초창기 판매 경험을 개선하기 위한 서비스 중 하나다.

번개장터 판매자들이 우체국 택배를 선호하는 이유에 대해 잘 아실 거다. 우체국에 방문하면 포장재를 구할 수 있고, 칼·가위·매직 등 도구가 비치돼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실 우체국도 우체국 나름이다. 저만 해도 집 주변 우체국이 소규모 우편취급국이라 포장재가 없다. 판매가 이뤄지자마자 물류로 좌절을 겪는다. 그렇다고 직거래는 마냥 편한가? 그렇지 않다. 서로 날짜와 장소, 시간을 조율하는 게 생각보다 만만치 않음을 한 번쯤 경험해봤을 것이다.

번개장터는 ‘판매·구매할 물건만 찾으면 나머지는 알아서 해주겠다’라는 마인드다. 그리고 비대면 거래가 훨씬 유리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여러 솔루션 중 하나가 포장택배다. 풀 패키지라고 보면 된다. 집 앞에 물건을 두기만 하면 끝이니까. 풀 패키지 외에도 편의점 택배와 연결한 송장 자동 인쇄, 카카오T와 연결한 당일퀵배송 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개최한 테크 컨퍼런스 ‘NEMO 2022’ 연사로 선 정용준 번개장터 CPO

포장택배의 서비스 확장 계획은 어떻게 되는지?

서비스 품질로는 픽업 품질을 향상해 소비자 불편을 최대한 해소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기존 택배 픽업은 정시성이 다소 떨어진다는 고객 피드백이 있다. 방문 예정 날짜·시간이 지켜지지 않아 불편을 겪는다. 이에 포장택배는 정시성을 확보하면서, 번개장터 앱을 통해 실시간 현황을 정확히 공유할 수 있도록 노력 중이다.

서비스 범위로는 현 서울 전 지역에서 경기지역까지 확장을 계획하고 있다. 토털 배송 솔루션과 함께 카카오T와 연결한 당일 퀵서비스도 적용하려 한다. 그 외에 다른 도시나 전국 진출은 아직 계획에 없다.

직접 3PL 또는 풀필먼트 사업으로 진출할 가능성도 있는지?

번개장터에서 제공하는 물류 서비스를 모두 내재화할 계획은 없다. 효율적인 프로세스를 위해 좋은 파트너가 있다면 언제든 협력하고자 한다. 편의점 택배, 카카오모빌리티와의 협력과 같은 맥락이다.

한편으로는 자체 풀필먼트 역량이 쌓이고 있다. 포장택배와 더불어 중고 명품, 스니커즈 등을 대상으로 매입·인증·판매대행 베타 서비스를 제공 중이기 때문이다. 향후 ‘취향 맞춤 풀필먼트’로 진화할 가능성을 보고 있다. 현재 정품 인증, 컨디션 평가, 세척 등 카테고리별 유즈 케이스를 보유 중이며, 사용자 니즈도 많은 상태다. 보다 편리한 중고거래를 지원할 수 있을 것이다.

브그즈트랩 등 오프라인 매장은 어떤 의미인지?

2가지다. 먼저 소비자들의 취향 발견을 돕는 공간이다. 유니크한 아이템들을 실제로 만나보고, 원한다면 거래까지 할 수 있다. 미래의 중고거래 시장이 어떨지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운영해 나갈 계획이다.

다음은 번개장터의 전문성을 보여주는 공간이다. 유니크한 정품 아이템들을 찾아내고, 인증과 검수 과정을 거쳐 외부에 선보임으로써 번개장터가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 플랫폼인지 보여줄 수 있다. 이는 위에서 설명한 판매 대행 등 번개장터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에 대한 신뢰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한다.

중고거래 플랫폼이 성장하면 매번 ‘업자’ 이슈가 발생하는데

분명 B와 C가 모호해지는 순간이 온다. 중고판매가 늘다 보면 ‘직접 떼다 팔까?’하는 생각이 필연적으로 들 것이다. 번개장터는 이들의 조화를 생각하고 있다. 판매업자라고 커뮤니티를 파괴할까? 그렇지만은 않다고 본다. 오프라인 매장 사장님들을 떠올려보자. 중고 명품, 골프용품 가게에 방문하면 이분들의 이야기가 참 재미있고 또 도움이 많이 된다. 오히려 초심자든, 마니아든 가치 거래를 도와주는 조력자가 될 수 있다. 이를 서비스로 전환하는 방법은 기획 중이나, 중고거래가 활발히 이뤄지도록 돕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다.

향후 번개장터의 목표는?

번개장터 사용자들이 취향 중심 거래를 직접 체험하며 자신만의 취향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 플랫폼이 되겠다. 장기적으로는 신상품 시장보다 중고품 시장이 커지는 세상이 올 것이라 본다. ESG 차원의 논의도 활발하다. 이에 발맞춰 성장하는 플랫폼이 되겠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신승윤 기자> yoon@byline.network

관련 글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