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커머스 사업, 괜찮을까?

전세계에서 퀵커머스 전쟁이 활발하다. 퀵커머스는 고객이 온라인(모바일)으로 상품을 주문하면 즉시 배송을 해주는  서비스다. 처음에는 1시간 이내 배송을 이야기 하더니, 이제는 30분, 일부 해외 업체는 10분대 배송 보장을 내세우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배달의민족, 쿠팡, GS리테일, 이마트, 롯데까지 쟁쟁한 기업들이 퀵커머스에 뛰어들었다. 해외에서는 미국 고퍼프(Gopuff), 독일 고릴라스(Gorillas), 터키 게티르(Getir) 등이 유명하다. 이들은 모두 보다 더 빠른 속도로, 보다 더 싼 가격에, 보다 더 많은 지역에서 배달하겠다는 구호를 외친다.

소비자에게는 퀵커머스가 편리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이제 요리를 시작했는데 알고 보니 양파 등 꼭 필요한 식재료가 다 떨어졌다면 불을 끄고 외출해야 하지 않는가. 이렇듯 빠른 배송이 필요한 순간 고객에게 퀵커머스는 좋은 대안이 된다.

그러나 퀵커머스가 e커머스의 주류로 자리잡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부정적 시각이 많다. 가격경쟁력이 떨어지고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또 골목상권 침해 논란 등으로 인해 사회적 저항에 부딪힐 가능성도 있다. 

 

높은 고정 비용

퀵커머스 서비스를 운영하기 위해서 업체에서 마이크로풀필먼트센터(MFC)와 배달원이 필요하다. 

MFC는 퀵커머스 배송을 위해 존재하는 도심형 물류창고다. 퀵커머스 업체들은 도심 곳곳에 MFC를 설치해야 한다. 빠른 배송을 위해서는 소비자 가까이에 물류창고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배달원이 아무리 빠르다고 할 지라도 물류창고가 멀면 단시간 내 배송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중국, 미국에서 영업하는 퀵커머스 업체들은 지역 내 소비자에게 평균 3km 안에 창고를 설치하려 한다. 우리나라 B마트 경우 서울, 수도권 등 서비스 지역 내 40여개 창고를 운영한다. 서울 전체 면적이 605 제곱 킬로미터니 해외 기업과 비슷한 기준으로 배치한 셈이다. 

퀵커머스 사업은 촘촘하게 MFC를 설치해야 하기에 임대료와 매장 관리 직원의 인건비 등 고정비용이 여러 곳에서 지출된다. 이에 더해 배송에 필요한 배달원을 유지하는 것도 만만치 않은 비용이다.

이로 인해 현재  퀵커머스 업체는 대부분 적자를 감수하고 있다. 

왼쪽: 미국 고퍼프 , 오른쪽: 독일 고릴라

 

미국 대표 퀵커머스 업체인 고퍼프는 지난해 중순 3억 4천만 달러 매출에 마이너스 1억 5천만 달러 EBITDA(법인세, 이자, 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를 보고했다. 독일 월간지 매니저 매거진은 독일 퀵커머스 업체 고릴라스가 6%의 적자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우아한형제들의 경우 2016년~2018년 이윤이 계속 증가하다가 퀵커머스에 진출한 이후 2019년부터 적자로 전환했다.

 

성장 여지?

일각에서는 시장이 아직 초기단계이기 때문에 현 시점에서의 적자는 감수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다. 퀵커머스 시장이 성장하면 규모의 경제가 실현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빠른 배송으로 편리함을 느낀 이용자들은 퀵커머스 서비스를 다시 이용하게 돼 계속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하는 것이다. 

과연 어느 정도 성장을 기대하길래 기업들이 자본싸움을 벌일까?

2020년 기준 국내 퀵커머스 시장 규모는 3500억원이다.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을 인수한 딜리버리히어로(DH)는 국내 퀵커머스 시장이 2025년 5조원대로 성장할 예정이라고 추정했다. 2020년 예측한 2030년 글로벌 퀵커머스 시장 추정 규모는 약 5080억 달러(약 600조)다.  

그러나 퀵커머스가 가장 빠르게 발전한 중국 상황을 보면 얘기가 좀 달라진다. 중국은 세계 최대 규모의 온라인 식료품 시장을 가지고 있다. 2020년 기준 4000억 달러에 달한다. 그런 중국의 퀵커머스 시장 규모는 5% 내외에 불과하다.

테크크런치는 그 원인으로 다른 소매채널에 비해 판매가가 높아질 수 밖에 없는 구조를 꼽았다. 고정비용이 높기에 다른 소매채널에 비해 가격 인하에 집중할 여력이 적다는 의미다. 특히 유럽, 미국, 한국 등 인건비가 높은 국가에서는 퀵커머스 수요가 증가할수록 배달비가 비싸진다.

하나금융투자 박종대 애널리스트는 도심 내 가까이 있는 편의점만 가도 6000원 정도밖에 쓰지 않는데 소비자가 배송비만 2500-3000원에 이르는 비용을 부담하면서 더 오랜 시간을 기다리는 것이 합리적인지 모르겠다며 의문을 제기했다. 퀵커머스를 이용하는 경우는 보통 갑작스러운 일이 생긴 경우, 즉 일시적/비정기적인 수요일 확률이 높다는 뜻이다. 

공산품 경우 일시적이고 비정기적인 수요를 감당할 수 있지만 신선식품은 이야기가 다르다. 수요에 맞추지 못해 대량 폐기할 확률이 높다. 미국 경영 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는 퀵커머스 업체 고퍼프가 공급/수요 예측에 자주 실패한다고 보도했다. 고퍼프는 창고 내 관리되지 못한 상품들을 버리거나 부족한 재고를 채우기 위해 식자재 배달 서비스인 인스타카트를 이용한다고 전했다.

 

지역 사회의 반발

지역사회의 반대도 퀵커머스 업체가 넘어야 할 산이다. 우선 MFC가 지역사회에서 크고 작은 갈등을 유발한다.

해외 퀵커머스 서비스 지역 주민들은 MFC가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뉴욕타임즈는 베를린 시민들이 퀵커머스 업체 고릴라스가 주거 지역 내에 소규모 창고를 설치해 소음과 위험한 교통환경에 시달린다고 보도했다. 퀵커머스는 빠른 배송이 생명이기에 업체들은 주거지역 가까이에 MFC를 설치한다. 많은 국가에서 상업 구역과 주거 지역을 분리하지만 퀵커머스산업은 신사업이라 아직 관련 시설을 분류하는데 있어 기준이 확실하지 못한 경우도 있다.

게다가 다수의 배달원으로 인한 업체 주거지역 내 소음도 문제로 제기된다.단시간 내로 배송해야 하기에 기사들은 보다 빠르게 달릴 수 밖에 없다. 그 덕에 소음은 커지며, 지역 교통 질서가 위험해지는 것은 덤이다. 

또한 퀵커머스는 지역 사회의 일부인 지역 상권, 특히 골목 상점을 위협할 수 밖에 없다. 미국 모퉁이 상점인 보데가 주인들은 퀵커머스가 손님을 뺏어갈 것을 우려한다. 지난 10월 뉴욕 당국은 이러한 우려에 발맞춰 MFC가 구역 규정에 부합한지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만일 MFC가 상업시설로 판별된다면 제조 및 상업 지구로 이동하거나 관련 법을 재정비할 수도 있다. 우리나라 정부도 지난해 국정감사 이후 퀵커머스산업 등 디지털 유통산업이 시장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는 연구에 착수했다. 

 

업체들의 전략

높은 고정비용, 모호한 시장 전망, 그리고 지역 사회의 반대 모두 퀵커머스 업체가 직면한 걸림돌이다. 이 때문에 퀵커머스는 그 자체로 큰 수익을 얻기보다는 다른 사업과 함께 병행해 시너지를 노리는 경우가 많다. 

국내 GS리테일 경우, 전국의 GS25 편의점이 퀵커머스의 물류 거점이 된다. 편의점 사업의 온라인 확장이라고 볼 수 있다. MFC 구축을 위한 추가 비용이 많이 발생하지 않아 경쟁사보다 효율적인 운영이 가능하다. 뷰티분야에서 퀵커머스 서비스를 운영하는 올리브영도 오프라인 지점와 연계해서 온라인 비즈니스를 펼친다.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는 기존의 배달 플랫폼과 인력을 활용하고 있다. 그럼에도 MFC 운영을 위해 많은 비용이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배달의민족이 적자로 전환한 것만봐도 알 수 있다. 

해외 퀵커머스 스타트업도 이윤 창출을 위해 새로운 수익모델을 탐색 중이다. 고퍼프는 커피, 피자, 샌드위치를 만드는 고퍼프 키친을 런칭해 음식 배달로 분야를 넓혔다. 고릴라스도 뉴욕에서 조리음식을 배달한다.

많은 투자자들은 소수의 업체가 살아남는 미래를 그리며 다수 퀵커머스 스타트업에게 막대한 투자를 지속한다. 아직 제대로 개척되지 않은 시장에서 투자한 회사 한둘만 살아 남는다 해도 시장 성장 후 막대한 투자액을 회수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다. 

박종대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9월 보고서에서 퀵커머스가 별도 시장과 사업으로 자리매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퀵커머스는 기존 유통 대기업의 온라인 유통 확대나 배달의민족과 쿠팡처럼 식자재시장 등 지속적인 신규사업 확대를 위한 도구적 측면으로 한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해외 조사기관 크런치베이스 또한 퀵커머스업체가 다른 소매업체에게 인수되거나 규모의 경제가 실현돼 다른 사업으로 확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성아인 기자> aing8@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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