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메타버스에 현실판 ‘내 집 마련’ 게임이 생겼다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사용자는 어디까지 활동을 할 수 있을까. 현실세계와 어디까지 연결이 되는 것일까. 놀랍게도, 현실판 ‘내 집 마련’이 메타버스 세상에 펼쳐졌다. 사용자들은 메타버스 플랫폼 안에서 대출을 받아 내 집 마련을 하고 상환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다.

바로 KB국민은행의 메타버스 서비스다. 국민은행은 지난 9일 메타버스 플랫폼 로블록스에 금융을 접목한 베타 버전 게임을 내놨다. 로블록스의 여러 맵(Map) 중 하나로, 이름은 ‘KB 론 오브 레전드(KB LOAN OF LEGENDS)’다. 게임 속 은행에서 대출받아 집을 사고, 여러 활동을 통해 상환을 하는 다소 현실적인 내용이다.

로블록스 국민은행 버전. 조작 방법은 로블록스와 같다. 메타버스가 처음인 기자는 조작이 어려워 초반엔 캐릭터를 잘 작동하지 못했다. 벤치에서 일어나는 법을 몰라 한참 헤맨 기자는 게임 시작 1시간 만에 은행을 갈 수 있었다.

구체적으로, 사용자는 게임에 접속하면 로블록스 버전의 KB금융타운을 돌아다닐 수 있다. 이곳에서 사람들을 만나 대화할 수도 있다. 다만, 아직까지 서비스가 활성화되지 않아 사용자들을 만나는 건 어렵다.

국민은행 영업 점 내부. 은행을 가면 날개를 달아준다. 기자는 힘들게 은행을 찾아갔지만, 오류로 인해 캐릭터가 은행 밖을 다시 뛰쳐나가기도 했다. (참고로, 모바일 조작이 어려워 중간에 PC 버전으로 바꿨다.)

집을 얻기 위해서는 국민은행으로 가야한다. 은행 내부는 실제 영업점의 모습과 유사하다. 한 쪽 벽에는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글로벌 우량주의 시세가 나온 전광판이 걸려있다. 국민은행의 서비스를 홍보하는 전광판도 볼 수 있다. 은행 관리인이나 지점장에게 말을 걸어, 서비스에 대한 피드백을 보내고 확인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금융 콘텐츠다. 이곳에서 실제 금융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는 것일까.

사용자는 창구 직원에게 말을 걸어 카드발급, 대출상담을 받을 수 있다. 카드발급은 핸드폰 번호를 입력하면, 문자로 뱅킹 앱 URL을 받아 실제로 카드발급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다. 대출은 플랫폼 내에서 집을 마련하기 위한 게임 장치로, 게임머니를 대출 받을 수 있다. 물론, 그 전에 부동산에 가서 매물을 봐야 한다.

부동산에서 매물을 확인할 수 있다. 기자는 현실에서 못 다 이룬 꿈을 이곳에서나마 이루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매물이 없었다.

실제 금융 활동과 연계되는 서비스도 있다. ‘아빠에게 용돈 조르기’는 미성년자 고객들이 갖고 싶은 아이템을 부모님께 대신 사달라고 하는 서비스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사용자와 보호자 모두 국민은행 계좌가 있어야 한다.

미성년자 사용자는 국민은행의 뱅킹 앱인 리브를 통해 본인인증을 해야 한다. 최초 1회만 인증을 하면 된다. 이후 게임 상에서 ‘조르기’를 누르면 보호자에게 앱 알림을 통해 요청이 가고, 승낙하면 자녀의 계좌로 필요한 금액만큼 입금이 된다. 다만, 국민은행은 아직까지 게임 요소가 부족하다고 판단해 이 기능을 막아 놓은 상태다.

로볼록스 국민은행 버전 미션

돈을 버는 방법은 간단하다. 플랫폼 곳곳에 있는 게임머니를 획득하면 된다. 또 보물상자를 열어 게임 내에서 신용등급을 높일 수 있다. 아직까지 게임이 고도화되어 있지 않아, 전반적으로 사용이 쉽고 직관적인 편이다.

이곳에서의 게임머니인 KBC는 플랫폼을 돌아다니면서 획득할 수 있다.

국민은행이 현실판 ‘내 집 마련’을 메타버스에 구현한 이유는 무엇일까. 국민은행은 이 게임으로 고객들을 대거 유치하겠다는 목적이 아니라, 메타버스를 금융 서비스와 연계하고 각종 기술을 테스트해 자체적으로 메타버스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것이 궁극적 목적이라고 밝혔다.

이 게임을 개발한 조태원 국민은행 혁신기술개발부 차장은 “과거에는 고객들이 필요하면 은행 영업점에 직접 찾아와 금융 활동을 했지만, 지금은 플랫폼에서 금융 활동이 활발하다”며 “사람들이 모이면 금융 서비스에 대한 요구가 생길텐데 이를 어떻게 제공해야 하는지 고민에서 출발했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직접 해봐야 무엇이 되고 안 되는지, 플랫폼의 특성은 어떤지 알 수 있다”며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서비스나 플랫폼을 고민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가끔 걷는게 아니라 벽을 타는 캐릭터. 메타버스에 익숙하지 않은 기자는 난감함을 감출 수 없었다.

그 중 국민은행이 로블록스를 테스트베드로 선택한 것은 기술 구현의 자유도가 높아서다. 로블록스는 오픈형 플랫폼으로 외부와의 연계가 자유롭고 타 플랫폼 대비 지원 서비스와 기술이 많다는 것이 은행 측의 설명이다.

조태원 차장은 “로블록스는 별도 서버를 만들어 연계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라며 “로블록스에서 지원하지 않는 기능을 외부에서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은행은 메타버스 플랫폼을 활용한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있다. 추가적인 시도를 위해 타 부서와 협의하고, 다른 플랫폼도 물색하고 있다. 조태원 차장은 “이곳에서 금융 연계 비즈니스를 실험적으로 적용해보고 괜찮다면 다른 플랫폼과 제휴해 적용할 수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국민은행은 로블록스 게임을 통해 미래고객인 10대 고객유치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향후 10대들에게 인기 있는 로블록스의 타 맵(Map)과 제휴해 아이템을 지급하는 이벤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조태원 차장은 “이 게임을 통해 메타버스 연계 비즈니스를 파악하고, 여기에 해당되는 기술을 테스트해 서비스를 확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홍하나 기자>0626hhn@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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