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치료 20만명 돌파, 집에서 원활한 처방·배송 받으려면?

코로나19 감염 재택치료 대상 확진자 수가 20만명을 넘었다. 이에 확진자를 위한 검사물품·의약품·식료품 등 물자 전달에 보건소와 지자체가 애를 먹고 있다. 물량 폭증과 업무 포화로 각 가정별 원활한 배송이 불가능한 것이다. 이에 몇몇 구청 등에서는 민간 서비스와 협력해 위기를 해결하고 있다. 자택에 고립된 확진자가 원활한 추가 진료와 물자 조달을 받을 수 있도록 새로운 민관협력 모델을 구축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왜 3일이 지나도 안 올까?

중앙사고수습본부는 국내 코로나19 재택치료자가 13일 기준 총 21만4869명이라고 밝혔다. 그중 서울·경기·인천을 포함한 수도권 내 인원은 총 11만8388명으로 약 55%를 차지하고 있다. 방역당국은 한정된 의료자원을 고위험군에 집중 투입하기 위해 10일부터 신규 재택치료 환자를 ‘집중관리군’과 ‘일반관리군’으로 나눠 관리한다. 이중 60세 이상 등 집중관리군에게만 하루 2회 건강 모니터링을 하는 방식의 새 재택치료 체계를 시행하고 있다.

새로운 재책치료 체계 아래 일반관리군 환자가 치료약을 구하기 위해서는 먼저 비대면 진료가 가능한 병원을 찾아야 한다. 이후 전화로 상담·처방을 받은 뒤 지정 약국에 처방전을 보내야 한다. 치료약 수령은 동거인이나 퀵서비스를 통해 수령할 수 있다. 먹는 치료제인 팍스로비드는 집중관리군 환자에게만 처방 가능하기 때문에 일반관리군 환자들은 해열제 등 증상 치료용 약만 받을 수 있다.

재택치료 시 집으로 배송되는 치료 물품 예시(자료: 보건복지부)

관련해 최근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고 재택치료를 경험한 모 경기도민은 “확진 판정을 받은 이후 보건소와의 소통이 어려웠고, 비대면 진료 가능 병원을 찾기도 힘들었다. 약 3일 정도가 지나니 의료키트, 식료품 등이 하나둘 배송되기 시작했다. 재택치료 중에는 어디 장을 보러 갈 수도, 아파도 병원에 갈 수도 없더라. 나와 접촉한 가족들이 대신 가기에도 불안해 손쓸 방법이 없었다”라는 경험을 전했다.

전부터 재택치료를 위한 의료용품, 식료품 등을 물자 전달은 각 지자체와 보건소가 담당하고 있었다. 해당 기관들은 팬데믹 기간 동안 지속적으로 업무 과중을 겪고 있는데, 이번 재택치료 체계 개편으로 문제가 심화된 것으로 보인다. 결국 재택치료자의 물자 배송 날짜도 차츰 지연되는 형국이다.

모 관계자는 “재택치료 대상자들에게 전달해야 할 물자 수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이를 담당하는 구청과 보건소 담당자의 업무 또한 포화상태를 넘어섰다. 해당 시설이 물류센터 역할까지 수행하며 담당자들은 밤낮없이 일하지만, 확진자들은 자택에 고립돼 하염없이 배송 지연을 겪는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새로운 ‘재택치료 프로세스’ 구축한다

위 문제 해결을 위한 지자체들의 선택은 민간기업과의 협력이었다. 비대면 의료 서비스, 퀵서비스, 당일배송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는 업체들과 각자 환경에 맞는 ‘재택치료 프로세스’를 구축하기 시작한 모습이다.

① 비대면 의료 서비스 ‘무료 확대’

최근 비대면 의료 플랫폼 ‘닥터나우’에는 코로나19 확진자의 진료 후기가 업로드됐다. “양성 판정 이후 대리처방 과정도 복잡해 진료가 어려웠는데, 간편히 전화로 해결할 수 있었고 담당 의사도 매우 친절했다”라는 내용이었다. 해당 이용자는 ‘돌발성난청’으로 진료를 받았다. 코로나19 재택치료 중 발생한 예기치 못한 증상에 원격진료 서비스를 찾은 것이다.

닥터나우에 업로드 된 재택치료자의 비대면 진료 후기(사진: 닥터나우 앱 캡처)

2020년 11월 서비스를 론칭한 닥터나우는 팬데믹과 함께 빠르게 이용자 수를 늘리고 있다. 이번 보건당국의 방역·의료체계 개편에 따라 지자체들과의 협력관계 구축에도 적극적이다. 일반관리군 재택치료자를 대상으로 코로나19 증상 관련 진료비와 약 배송에 이르는 전 과정을 무료로 제공하고, 지정 약국 선정과 노출을 돕는 등 정보 전달에도 힘쓰고 있다.

재택치료자는 닥터나우 앱에서 병원을 골라 자신의 증상을 기입하면, 병원에서 직접 환자에게 연락이 오는 방식으로 진료를 받을 수 있다. 거주지 위치와 상관없이 전국 닥터나우 제휴병원 중에서 선택하면 된다. 진료 완료 후 처방받은 약은 당일 배달 또는 택배로 배송된다. 현재 닥터나우 앱에는 400여개의 제휴 의료기관이 연결돼 있다.

또 다른 서비스로 카카오톡 기반 비대면 의료 서비스 ‘솔닥’이 있다. 솔닥은 별도의 앱 다운로드 없이 카카오톡 채팅과 영상통화 기능만을 활용해 이용할 수 있다. 솔닥 측은 “거세지는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확산에 대응하기 위해 재택치료 중인 코로나 19 확진자들을 위한 맞춤형 진료를 별도로 제공한다. 또 처방 약품은 배송료 없이 우선 배송한다”라고 밝혔다.

② 재택치료물자도 ‘당일배송’ 서비스로

현재 지자체별 구청과 보건소는 폭증하는 재택치료 물자로 매우 혼잡하다. 기존 업무 공간이 물자 분류·배송을 위한 물류센터 역할까지 겸하게 됐기 때문이다. 물량이 폭증하면 물리적 공간이 부족해짐은 물론 관련 업무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재고관리, 배송지 관리, 포장과 분류, 배송, 반품과 교환 등 물류 업무는 전문 역량과 노하우 없이 수행하기 어렵다. 이커머스 업체만 보더라도 물량 폭증에 따른 업무 미숙으로 사라지는 사례가 많다.

모 관계자는 “보건소와 구청 담당자들이 밤낮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이 정도로 물량이 폭증해버리면 웬만한 전문가도 쉽지 않을 것이다. 때문에 지자체 차원에서 빠르고 효과적인 물자 배송을 위해 민간업체와 협력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적절한 비용, 리드타임 등을 고려한 배송 모델을 구축 중”이라고 밝혔다.

최근 강남구보건소는 카카오모빌리티가 운영하는 ‘카카오T퀵’과 계약을 체결했다. 재택치료자 대상 방역물품 배달을 퀵서비스를 통해 빠르게 배달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방역물품은 카카오퀵 강남구 사무실에서 각 재택치료자들의 거주지로 배송된다. 이를 통해 강남구보건소는 매일 수백건의 물품 전달에 필요한 물류 업무를 카카오퀵으로 해결할 수 있게 됐다.

구청 청사 내 재택치료물자 관리를 위한 별도 공간이 마련된 모습
서울시 내 구청과 협력해 재택치료물자 당일배송에 나선 ‘두발히어로’

당일배송 서비스 ‘두발히어로’는 구청과 협력하고 있다. 서울시 몇몇 구청과 재택치료물자 당일배송 프로세스를 구축한 두발히어로는 기존 고객사인 브랜디, 배달의민족 등에 제공하던 서비스를 새로운 재택치료 체계에도 적용했다. 구청 청사를 물류센터로 삼으며, 두발히어로 소속 전문 인력이 직접 센터 운영과 배송에 도움을 주고 있다.

두발히어로 측은 “오미크론 확산으로 인해 방역당국과 현장 실무자, 재택치료자 모두 수고와 고통을 견디고 있다. 이에 자사가 보유한 당일배송 솔루션을 통해 도움을 드릴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 현재 협력 중인 구청 내 재택치료자들은 별도의 추가 비용 없이 치료 관련 물자를 당일배송 받을 수 있다. 재택치료자마다 배송 관련 문자를 발송하고, 배송현황도 조회할 수 있도록 제공 중”이라고 소개했다.

진료·배송 가능 여부 확인이 중요

지난 10일 새로운 재택진료 체계가 수립되었으나 관련 정보가 부족하다. 일례로 여전히 지역 커뮤니티, 맘카페 등에는 매일 ‘비대면 진료 가능 병원이 어딘가요?’, ‘우리 동네에 지정 약국이 있나요?’ 같은 질문이 활발히 업로드되고 있다. 관련해 비대면 의료 플랫폼을 통해 무료 원격진료를 신청하거나, 구청과 보건소를 대상으로 재택치료물자 배송 서비스 관련 정보를 문의하는 것이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특히 재택치료물자 배송의 경우 지자체마다 처리 방식이 서로 다르다. 때문에 해당 물자의 당일배송 여부, 택배 배송 시 예상 소요시간, 퀵서비스 신청 가능 여부 등을 파악한 뒤 재택치료자별 상황에 맞는 적절한 조치가 필요하다. 특히 위 서비스들은 비대면 환경에서 가족, 지인 등이 대리로 신청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활용도가 높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신승윤 기자> yoon@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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