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이 파운드리 경쟁력 강화 방침을 선언하고, 본격적으로 팔을 걷어붙였다. 지난 해 3월 IDM 2.0을 선언한 이후, 인텔은 본격적으로 미국과 유럽 등지에 생산라인을 증설하고 나노 공정 기술을 개발해 왔다. 최근에는 생태계 확장을 위한 펀드를 마련하고, 파트너사 지원 방안도 마련했다.

그러나 모두가 인텔의 행보를 긍정적으로 보는 것은 아니다. 일각에서는 “이미 TSMC,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시장에서 3나노 공정을 한창 개발하고 있기 때문에 인텔이 뒤처졌다”는 주장도 나온다. 반면, 일각에서는 인텔 파운드리가 로드맵대로 가고 있으며, 아직 뒤처졌다고 하기에는 이르다고 보고 있다. 인텔의 미래를 보는 입장이 분분하다.

파운드리 강화하는 인텔

인텔은 지난 7일(현지시각) 파운드리 생태계에 속한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10억달러(약 1조1963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한다고 발표했다. 그 내용에 따르면, 인텔은 해당 자금을 기반으로 고객사에게 자사 반도체 모듈형 제품을 제공하고, x86, ARM 아키텍처 등의 명령어 집합(ISA)을 활용한 설계 방식을 지원할 예정이다.

생태계 확장과 더불어 인텔은 생산라인 증설과 기술 경쟁력 확보를 위한 노력도 하고 있다. 지난 1월 21일에는 인텔이 오하이오주 콜럼버스 인근에 200억달러(약 23조9300억원) 규모의 신공장을 설립하고, 미국 내 최대 8개 생산라인을 건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같은 달 19일에는 반도체 장비 생산업체 ASML로부터 차세대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하이NA를 공급받기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 인텔은 2025년부터 차세대 EUV 노광장비를 활용해 18A 공정을 진행할 계획이다. 기존 EUV 공정은 2023년 4공정(7나노 공정, 타 파운드리 4~5나노 공정에 준한다)부터 도입할 예정이다.

인텔은 4공정 돌입 이후 2023년 하반기에 인텔 3을 선보이고, 20A, 18A 공정도 순차적으로 공개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인텔 관계자는 “현재 시점에서는 인텔 4공정이 로드맵대로 진행되고 있으며, 계획에 큰 변동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펫 겔싱어 인텔 CEO

IDM 2.0 이후의 인텔, 파운드리 전망은?

인텔은 타사에 비해 파운드리 파트너사를 확보하기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인텔은 x86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시스템반도체를 만들고 있는 기업이기 때문이다. 인텔은 x86 아키텍처를 파운드리 파트너사에 제공하고, 제품을 위탁 생산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그간 다양한 프로세서를 개발해 온 경험을 토대로 팹리스 기업에게 아키텍처를 제공하고, 설계부터 생산까지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한 반도체 시장 전문가는 “팹리스 기업의 경우 반도체 아키텍처를 확보하고 있어야 이를 기반으로 반도체를 개발할 수 있다”며 “인텔은 파트너사를 대상으로 설계부터 생산까지 지원해줄 수 있는데, 팹리스 기업에게는 이 점이 메리트로 다가올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인텔 파운드리가 시장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생태계보다도 공정 개발에 더 주력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공정 부문에서 경쟁력을 보여 주면 고객사는 자연스레 따라온다는 것이다.

현재 개발하고 있는 4공정보다도 3공정 미만 중심으로 공정법을 개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한 국내 주요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하나의 공정을 개발해서 제품을 생산하고 매출을 내는 데까지는 1년 이상의 시간이 걸리는데, TSMC·삼성전자는 이미 4나노 공정을 진행하고 있다”며 “인텔이 파운드리 경쟁사를 앞서기 위해서는 4공정이 아닌 20A, 18A 공정 개발에 더 주력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4공정부터 성공해야 이후 공정 성공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인텔은 4공정과 함께 3공정도 개발하고 있다. 여기서 3공정은 타 파운드리 3나노 공정에 준하는 수준으로, 4공정에 비해 앞선 공정이다. 두 공정법은 구조상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따라서 4공정을 성공하면 3공정 성공 가능성도 높다. TSMC와 삼성전자도 아직 3나노 공정을 개발하고 있는 가운데, 인텔이 3공정 면에서 따라잡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앞서 언급한 애널리스트는 “팻 겔싱어(Pat Gelsinger)가 인텔 CEO로 취임한 이후, 7나노 공정 도입 시점이 미뤄지지 않고 있다”며 “이는 인텔 파운드리 로드맵이 긍정적으로 흘러가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팻 겔싱어가 CEO로 취임하기 전까지만 해도, 인텔은 7나노 공정 도입 시점을 지속해서 지연하고 있었다. 하지만 인텔은 이번에 7나노 공정 명칭을 4공정으로 변경하고, 지속해서 개발하고 있다. 이번에는 그 시점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는 분석이다.

인텔 오리곤 팹 (자료: 인텔)

인텔은 2월 17일(현지시각) 애널리스트를 대상으로 인베스터 데이를 개최한다. 해당 행사에서 인텔이 7공정 도입 시점을 비롯한 구체적인 파운드리 로드맵을 공개할 것이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배유미 기자>youme@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