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쇼크’의 캔 레빈은 왜 신작을 내놓지 않을까?
‘바이오 쇼크’ 시리즈를 만든 스타 개발자 캔 레빈이 또다시 구설에 오르는 모양새다. 8년째 신작을 내놓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중순에도 캔 레빈의 리더십을 믿지 못해 개발자들이 떠나고 있다는 이야기들이 나왔는데, 이번에는 블룸버그통신이 아예 캔 레빈의 주변인들을 인터뷰하면서 “그의 완벽주의가 신작이 나오지 못하는 이유”라고 보도했다. 지난 4일(현지시각) 나온 뉴스다.
바이오 쇼크는 캔 레빈을 스타 대열에 올려 놓은 게임이다. 비행기가 추락해 대서양 한가운데 떨어진 주인공 잭이 해저 도시 ‘랩처’를 탐험하는 일대기를 다룬 FPS 게임이다. 2007년 출시돼 캔 레빈의 이름을 알렸다. 캔 레빈은 이후 제작자로 ‘더 다크 프로젝트’, ‘시스템 쇼크2’, ‘프리덤 포스’를 만들었다. 바이오 쇼크의 경우 2015년 기준, 세계적으로 2500만장이나 팔리는 흥행 게임의 반열에 올랐다.
그러나 바이오 쇼크도, 캔 레빈도 2017년 런던의 인디 게임 이벤트 EGX 레즈드(Rezzed)에서의 인터뷰 이후 소식이 잠잠해진 상태다. 당시 캔 레빈은 “새로운 신작을 만들고 있다”는 내용을 언론에 공개했는데, 이는 2015년 신작을 위한 개발자 채용 공고 이후 처음 나온 공식 발언이었다.
당시 캔 레빈의 인터뷰는 국내외에서 모두 화제가 됐다. 게임 산업에서 스타 개발자와 제작자의 한마디 한마디는 게이머들의 흥분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후 캔 레빈은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다. 지난 2020년, 캔 레빈의 ‘고스트 스토리 게임즈’가 구인 광고에서 ‘RPG 요소를 포함한 SF게임의 개발 후반부에 돌입했다’고 언급된 것이 전부다.
신작 공개가 늦어지면서 캔 레빈의 리더십 부재에 대한 비판도 계속해 이어지고 있는 분위기다. 앞서 캔 레빈은 1999년 발매한 시스템 쇼크2를 1년 반 만에 완성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게임이 출시되는 속도는 점차 늦어지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와 관련해 “리더십과 경영 능력이 부족한 결과”라고 진단했다. 고스트 스토리 게임즈의 전・현직 직원 15명이 여러 번의 기획수정과 방향 변경으로 괴로워 했다는 것이다.
선장이 방향타를 못잡았다는 이야기로, 그의 완벽주의 성향으로 인해 게임 기획이 계속 엎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인터뷰에 응한 직원들은 “캔 레빈은 자신에게 도전하거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부하 직원을 소외시킨다”고 토로했다. 고스트 스토리 창업자 마이크 스나이트 또한 캔 레빈의 업무수행 방식에 불만을 품고 게임사를 그만둔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오 쇼크의 아버지는 엄청난 성공을 거뒀으나, 직원들에게는 매우 혹독하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앞서 2014년, 바이오 쇼크 시리즈의 큰 성공에도 불구하고 당시 게임을 만들었던 제작사 일레셔널 게임즈의 직원 대다수를 해고하는 구조조정을 감행했기 때문이다. 성공의 과실을 직원들과 나누는 것이 아니라 해고로 갈음하면서, 직원들로부터 신뢰받을만한 리더는 아니라는 평가가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이후 캔 레빈은 2015년, 규모가 작은 게임에 집중하겠다며 고스트 스토리 게임즈라는 새 게임사를 창업했다.
미국 게임전문 언론 코타쿠는 신작 출시가 늦어지는 이유에 대해 회사 규모 때문이라고 뼈 있는 비판을 했다. 코타쿠는 “현재 고스트 스토리의 직원 수는 32명”이라며 “시스템 쇼크2나 바이오 쇼크 같은 프로젝트는 수백 명이었기에 할 수 있는 일”이었다고 규모에 비해 매우 협소한 개발 환경을 지적하기도 했다.
글.바이라인네트워크
<박지윤 기자> nuyijkrap@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