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2022] 세상에서 가장 비싼 스타트업, 스트라이프

아마 우리나라에서는 ‘스트라이프(Stripe)’라는 이름이 낯선 이들도 꽤 있을 것이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페이팔과 양대산맥을 이루는 온라인 결제업체다. 스트라이프는 지난 해 944억 달러(112조원)로 가치평가를 받으면서 미국에서 가장 비싼 유니콘 스타트업에 등극했다. 상장 전의 페이스북이나 우버보다 더 높은 가치평가를 받은 것이다.

스트라이프의 가치가 급등한 것은 코로나19 이후로 이커머스 시장이 폭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대면 산업이 급성장하면서 이커머스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오프라인에서만 활동하던 기업들이 이커머스 시장에 진출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까다로운 결제 시스템 연동, 지역마다 다른 세금까지 생각해야 하기 때문. 스트라이프는 이들의 어려움을 해소한다. 간단한 결제 시스템 연동부터 대출까지 중소 기업들이 필요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스트라이프란?

2010년 아일랜드 출신 패트릭 콜리슨, 존 콜리슨 형제가 설립한 전자지급 결제대행(PG) 기반 핀테크 기업이다. 두 형제는 인터넷 세상의 GDP를 키우겠다는 목표로 스트라이프를 시작했다. 앞으로 이커머스 시장이 빠르게 성장할 거라는 판단 하에서다. 설립 13년 차인 현재, 46개 국가에 공식 진출했고 312만 여개 기업들이 스트라이프를 이용한다. 미국 PG업계에서 스트라이프의 시장 점유율의 16.3%로 업계 2위다.

스트라이프는 기업들에게 API(어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 기반 결제시스템을 제공한다. 블룸버그는 스트라이프를 ‘일곱 줄의 코드’(seven lines of code)로 소개한 바 있다. 실제로 스트라이프를 이용하면, 기업들은 오직 코드 몇 줄만으로 자사 홈페이지에 결제 시스템을 설치할 수 있다. 스트라이프는 이제 세금 계산, 수익 확인, 구독서비스 지원, 대출 등 비즈니스에 필요한 다양한 서비스도 제공한다.

스트라이프는 지난 2년 간 빠르게 성장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때문에 비대면 결제가 활발해지면서 많은 기업들이 스트라이프를 이용했기 때문이다. 지난 해에 기업가치 944억 달러로 평가받으며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스트라이프를 창업한 콜리슨 형제들(왼쪽부터 존, 패트릭)

장점

우선 스트라이프는 판매자 수수료가 저렴하다. 거래액 2.9%에 거래 당 30센트를 수수료로 받는다. 그에 비해 PG업계의 1위인 페이팔 경우, 거래액 3.4%에 거래 당 30센트를 받는다. (2022년 1월 28일 기준) 타사 대비 저렴한 수수료는 기업들이 스트라이프를 선호하는 이유 중 하나다.

또한 결제 시스템을 간편하게 연동할 수 있다. 개발자들의 부담을 줄인 셈이다. 페이팔은 결제 시스템을 연동하려면 최대 9단계를 거쳐야 했다. 스트라이프는 3단계면 결제시스템을 연동할 수 있다. 기업들은 스트라이프에 가입한 뒤 스트라이프가 제공하는 API 코드를 복사해 자사 홈페이지에 넣기만 하면 된다. 개발자가 있는 회사들은 보다 편하게 결제시스템을 연동할 수 있기 때문에 스트라이프를 이용했다.

스타트업, 중소기업들을 주요 대상으로 한 다양한 서비스도 장점이다. 사기를 막기 위한 스트라이프 레이더(Stripe Radar), 구독서비스를 지원하는 스트라이프 빌링(Stripe Billing), 대면 거래를 위한 포스기 서비스인 스트라이프 터미널(Stripe Terminal), 세금을 자동으로 계산하고 징수할 수 있는 서비스인 스트라이프 텍스(Stripe Tax) 등 스트라이프는 사업을 위한 폭넓은 서비스를 제공한다.

스트라이프는 사업 중 필요한 일들 뿐 아니라 기업들의 국제 시장 진출을 위한 서비스도 제공한다. 스트라이프는 2016년 미국 델라웨어 법인 설립 및 계좌 설립 등 미국에 진출하려는 스타트업들을 위한 서비스인 스트라이프 아틀라스(Stripe Atlas)를 출시했다. 운영을 위한 대리인, 법인세 준비, 세금 신고 등 기업 관리를 위한 패키지도 있다. 많은 스타트업들이 미국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아틀라스를 이용했다.

기업들 뿐 아니라 일반 고객들도 스트라이프를 편리하게 이용한다. 스트라이프는 별도 창을 열지 않고도 바로 결제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투자

스트라이프는 지난해 초까지 미국에서 가장 가치 있는 비상장기업이었다. 설립 10여년만에 미국 내 가장 전도유망한 기업으로 평가받은 셈이다.

코드 몇 줄만으로 결제 시스템을 구축해 많은 기업들이 온라인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스트라이프의 아이디어는 많은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창립 당시인 2010년에는 미국 실리콘 밸리 유명 엑설레이터인 와이 콤비네이터(Y-Combinator)의 투자를 받았다. 페이팔 마피아인 피터 틸과 일론 머스크도 스트라이프의 엔젤 투자자였다.

설립 이후 스트라이프는 모든 측면에서 빠르게 성장했다.

사용자들이 점점 많아졌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CB 인사이트(CB Insights)는 스트라이프의 결제 처리량이 2015년 이후 매년 최소 50% 이상 성장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결제시스템을 이용하는 사용자가 많아지니 수익도 빠르게 증가했다. 2014년 4천만 달러였던 매출은 2019년 20억달러로 증가했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비대면을 선호하는 고객들 때문에 온라인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하자 스트라이프도 수혜를 입었다. 스트라이프의 2020년 예상매출은 약 74억 달러로 전년 대비 3배 이상 증가했다.

스트라이프는 온라인 사업자에게 편리한 결제시스템을 제공하기에 투자자들에게서 꾸준하게 높은 평가를 받았다. 설립 5년만인 2014년, 시리즈C에서 기업 가치 17억 5000만 달러로 평가받으며 스트라이프는 유니콘 기업이 되었다.

현재 스트라이프의 기업 가치는 944억 달러 가량이다. 2021년 3월 이루어진 시리즈H 투자라운드에서 스트라이프는 6억 달러를 투자 받으며 시드 투자 대비 약 4,700 배 성장했다.

수익원

스트라이프의 수익원은 수수료다. 스트라이프 API를 통한 일반적인 결제 경우, 스트라이프는 거래액 2.9%에 거래 당 30센트를 수수료로 받는다. 스트라이프는 지난해 초당 5000개가 넘는 결제 요청을 처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스트라이프가 제공하는 서비스는 모두 별도의 수수료, 혹은 사용료를 받는다.

가상자산 시장 진출도 스트라이프가 검토하는 사업 중 하나다. 스트라이프는 2014년 처음으로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을 결제수단으로 지원했으나 2018년 가치 불안정과 낮은 유통 수준을 이유로 지원을 종료했다. 그러나 지난해 존 콜리슨 회장은 스트라이프가 앞으로 가상화폐를 결제수단으로 도입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스트라이프 에코시스템

성장

전세계 온라인 결제 시장은 앞으로도 성장할 전망이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비즈니스 인사이더 인텔리전스는 글로벌 전자 상거래 시장 매출이 2024년 6조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세계에서 이커머스 시장 성장에 따라 스트라이프도 전세계 온라인 결제 시장으로 진출할 예정이다. 스트라이프는 2010년대 후반부터 아시아, 남미, 아프리카를 성장 가능성이 높은 시장으로 평가했다. 스트라이프는 2019년부터 덴마크를 포함해 20여개국에 추가 진출했다.

스트라이프는 전 세계에서 입지를 확장하기 위해 동일 업계 기업들에도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필리핀 핀테크 기업인 페이망고(PayMango), 멕시코 모바일 뱅킹 앱 쿠엔카(Cuenca) 등이 있다. 서비스 확장을 위한 기업 인수 또한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스트라이프는 레이더 기능을 향상하기 위해 2021년 바운서(Bouncer)를 인수했다. 2020년 나이지리아 페이스탁(Paystack) 인수는 아프리카 진출을 위한 발판으로 예상된다.

단점

스트라이프에게도 단점은 있다. 스트라이프은 아직 많은 지역에 진출하지 못했다.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결제 플랫폼인 페이팔은 이미 200개 이상 국가에 진출했다. 그에 비해 스트라이프가 진출한 국가는 고작 40여개다.

스트라이프의 국제 시장 점유율이 아직 낮은 가운데, 새로운 경쟁 기업들의 부상은 스트라이프 성장에 있어 걸림돌이다. 예를 들어 영국 결제 기업 체크아웃닷컴은 이번 1월 시리즈D에서 10억달러 규모의 펀딩라운드에서 400억 달러 가량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네덜란드 전자 결제 기업 아디옌(ADYEN)은 더 많은 국가에서 이용이 가능하다는 장점을 내세워 성장 중이다.

외화 환산 수수료도 스트라이프의 숨겨진 단점이다. 스트라이프의 외화 환산 수수료는 다른 기업에 비해 2% 가량 높다. 국외에서 결제할 경우, 스트라이프는 다른 기업들에 비해 더 많은 수수료를 걷어간다.

올해 스트라이프가 기업공개(IPO)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지만, 실제로 실행하게 될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많은 외신에서 올해 스트라이프가 IPO를 할 예정이라고 보도하고 있지만, 스트라이프 존 콜리슨 회장은 지난해 말 비상장 기업 상태에 만족한다고 말한 바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이 언제까지나 비상장 회사로 있을 수는 없다. 투자자들에게 투자금회수의 기회를 제공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스트라이프는 지난 2년간 IPO에 필요한 인재들을 다수 영업하는 등 IPO를 염두에 둔 행보를 많이 보였다. 시장에서는 여전히 올해 스트라이프의 IPO를 기대하고 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성아인 기자> aing8@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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