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준비하는 미국의 디시인사이드 ‘레딧’

2021년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IPO 열풍이 불었던 해다. 메타버스 열풍을 일으킨 로블록스를 비롯해 1000억달러의 평가를 받은 전기차 회사 리비안, 코인베이스, 앱러빈, 로빈후드  등 대형 IPO가 줄을 이었다. 쿠팡도 뉴욕거래소에 상장됐다.

이같은 분위기는 올해도 이어질 듯 보인다. 대형 IPO가 다수 예정돼 있다. 올해 IPO를 준비하고 있는 기업 중 주목할만한 회사를 하나씩 소개한다. [편집자주]

지난해 초, 월가 대형 헤지펀드사들이 개인투자자들에게 한 방 먹은 사건이 있었다. 헤지펀드사들이 게임스톱에 대한 공매도를 진행하자 일명 ‘개미’들이 몰려들어 훼방을 놓은 사건이다. 블룸버그 등 외신은 이번 개미들의 단합에 대해 어릴 적 월가에 의해 가정이 무너진 중산층 가정의 자녀들이 분노로 투합했다고 분석했다.

그렇다면 이들은 대체 어디에서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다 함께  헤지펀드사에게 대항할 수 있었던 걸까? 사람들은 그 장소로 미국의 디시인사이트라 불리는 ‘레딧(Reddit)’ 을 꼽는다.

레딧이란?

‘Dive into anything’ 이라는 기치를 내세운 레딧(reddit)은 미국의 소셜 커뮤니티 사이트다. 금융, 경제, 헬스와 같은 큰 주제들을 다루는 커뮤니티 뿐 아니라 ‘식빵을 굽는 고양이’ (r/catloaf) 커뮤니티와 같이 사소한 주제도 레딧의 커뮤니티가 될 수 있다. 레딧의 커뮤니티는 ‘서브레딧 (Sub Reddit)이라고 불리며 현재 활성화된 서브레딧은 10만 개에 달한다. 레딧의 이용자인 레디터(Redditor)들은 커뮤니티에 익명으로 글, 사진, 영상 등을 업로드해 이야기를 나눈다. 레디터들은 다양한 주제의 커뮤니티를 직접 만들 수도 있다. 현재 레딧의 일일 활성사용자수는 5천만 명에 이른다.

레딧의 게시물 시스템은 간단하다. 누군가 글을 업로드하면 사람들은 해당 글에 대한 선호도를 표현하는 위아래 화살표를 누를 수 있다. 페이스북의 좋아요, 싫어요 버튼과 비슷하다. 많은 사람들이 위 화살표를 누르면 게시글은 커뮤니티 상단으로 이동한다. 댓글도 같다. 재밌거나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은 댓글일수록 댓글창 상단에 위치한다. 반대의 경우, 밑으로 내려가 다른 사람들이 보기도 어려워진다.

레딧은 원래 올라온 글이나 사진의 내용에는 별로 관여하지 않았다. 그러나 2020년 백인 경찰이 흑인 용의자를 사망케 한 조지 플루이드 사태 이후 인종, 종교, 성별, 성적 취향 등에 대한 다양한 혐오 표현을 규제하기 시작했다.

다만 모니터링을 위해 직원들을 고용하는 다른 기업들과는 달리, 레딧은 자원봉사자를 통해 혐오 표현을 관리한다. 이들은 커뮤니티 내 혐오 표현을 발견하면 직원에게 해당 게시글을 전달해 증오 콘텐츠 확산을 막는다. 최근에는 혐오 표현의 확산을 막기 위한 AI 기반 도구도 도입되었다.

히스토리

레딧은 2005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스티브 허프만(Steve Huffman)과 알렉시스 오헤니언(Alexis Ohanian)이 공동 창립했다. 창립 1년만인 2006년 미디어 기업 ‘콘데 나스트(Condé Nast)’ 에 인수되었으나 2011년 독립했다. 이후 다양한 벤처 캐피탈(VC)의 투자를 받으며 성장했다.

스티브 허프만(왼쪽), 알렉시스 오헤니언 (오른쪽)

그러나 레딧의 성장에는 잡음도 있었다. 2014년 레딧에 무단 유출된 유명인들의 사진이 활발하게 유포된 사건과 2015년 레디터들과 경영진 사이의 소통업무를 담당했던 직원이 일방적으로 해고된 사건이 벌어졌다. 이 시기 두 최고경영책임자(CEO)가 연이어 사임했다.

전 CEO들의 사임 이후 2015년 창립자인 허프만이 CEO로 취임했다. 레딧으로 복귀한 그는 스팸 광고, 미성년자가 등장하는 선정적인 콘텐츠, 다른 사람의 개인 정보 공유 등을 금지하는 콘텐츠 정책을 추진했다. 2018년 디자인도 전면 개편했다. 그 결과, 그 해 레딧은 구글, 유튜브에 이어 미국 내에서 3번째로 인기 있는 사이트로 부상했다.

레딧이 전세계에서 관심을 받기 시작한 시기는 2021년 1월 레딧 내 주식 토론 커뮤니티 ‘월스트리트베트 (r/wallstreetbets)’가 헤지펀드사의 미국 비디오게임 소매업체 ‘게임스톱 (Gamestop)’ 공매도를 막기 위해 여론을 주도하면서부터다. 실제로 개미투자자들의 단합으로 인해 공매도한 대형 헤지펀드사들은 큰 손실을 입었다. 게임스톱 사건 이후 레딧에 대한 관심은 크게 증가했다.

Times Square right now from wallstreetbets

레딧은 최근 미국 반노동운동의 중심이 되는 등 미국 온라인 여론을 주도하는 커뮤니티로 성장했다.

투자유치

허프먼과 오헤니언은 대학 재학 시절, 미국 엑셀레이터 Y 콤비네이터(Y Combinator)의 투자를 받아 2005년 레딧을 창립했다. 1년 뒤 두 창립자는 2006년 콘데 나스트에 레딧을 매각했다. 공동창립자인 오헤니먼은 당시 회사가 1000만 달러에 매각되었다고 말했다.

2011년 콘데 나스트로부터 독립한 후, 레딧은 많은 투자자들의 투자를 받아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2014년 시리즈 B에서 5000만 달러의 투자금을 유치한 레딧은 기업 가치가 5억 달러에 이른다고 평가받았다. 레딧이 다른 경쟁사들에 비해 높은 평가를 받은 이유는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기 때문이다. 또한 당시 다른 경쟁사에 비해 레딧 일일 사용시간이 높다는 사실도 하나의 장점으로 꼽혔다. 이러한 긍정적인 평가로 인해 2017년 레딧은 약 18억 달러의 기업 가치를 인정 받았다.

레딧은 2021년 게임스톱 사태 당시 여론을 주도할 만큼 영향력이 크다는 사실을 인정 받으며 레딧은 지난 해 2월 2억 5000만 달러 가량을 투자받았다. 이어 6개월 뒤인 작년 8월 시리즈F에서 7억 달러 가량 투자금을 유치했다. 이 때 레딧의 기업가치는 약 100억 달러 정도로 평가되었다.

수익모델

레딧은 광고를 통한 B2B 사업과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한 B2C 사업을 통해 수익을 얻는다.

레딧은 2009년부터 광고사업을 시작했다. 현재는 배너・검색・전면・피드 광고 등 다양한 광고 서비스를 제공한다. 작년 8월 레딧은 21년 2분기 광고로만 10억 달러의 수익을 얻었다고 발표했다.

 

레디터들을 통한 수익도 적지 않다. 사용자들은 레딧 내 결제수단인 ‘레딧 코인 (Reddit Coin)’을 사용할 수 있다. 사람들은 자신의 마음에 드는 글이나 댓글에 레딧 코인을 주거나 실버, 골드, 플라티늄 뱃지를 살 수 있다. 뱃지는 포스팅 옆에 표시되기에 뱃지가 달린 글은 사람들에게 좀 더 인기가 있다. 현재 레딧 코인은 500개당 1.99달러로 판매된다.

멤버십 서비스도 수익원 중 하나다. 멤버십인 ‘레딧 프리미엄 (Reddit Premium)은 매달 5.99달러, 혹은 연간 49.99달러를 내고 사용할 수 있는 멤버십 서비스다. 프리미엄 멤버십에 가입한 레디터들은 사이트 내 광고 제거 기능, 프리미엄 유저를 위한 아바타 장비, 매달 레딧 코인 700개 등의 서비스를 제공받는다.

앞으로의 전망

레딧은 지난 12월 15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기업공개 초안을 제출했다고 발표했다. 더불어 공모가, 공모주 개수 등은 아직 정해진 바 없다고 밝혔다. 지난 10월 월스트리트저널(WSJ) ‘테크 라이브 (Tech Live)’ 컨퍼런스에서 허프만 CEO는 상장에 대해 “이용자들이 레딧에 대한 소유권을 느끼길 바란다”고 밝혔다.

레딧은 지난 2년 간 서비스를 빠르게 확장했다.

플랫폼을 활성화하기 위해 레딧은 지난 20년 12월 숏 비디오 플랫폼 ‘덥스매쉬(Dubsmash)’를 인수했다. 레딧은 덥스매쉬 개발팀을 통해 작년 11월 자체적인 영상 제작 기능을 출시했다.

레딧은 영어권이 아닌 다른 지역에도 활발하게 진출하고자 한다. 레딧 대변인은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사용자들이 더 많은 언어로 레딧을 이용할 수 있도록 투자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 일환으로 지난해 10월, 레딧은 독일에 공식 진출했다.

레딧의 커뮤니티 포인트를 통한 웹 3.0 진출 시도도 화제다.

지난 20년 5월 레딧은 이더리움 기반 ‘커뮤니티 포인트 (Community Points)’를 시범 도입했다.  양질의 글이나 댓글을 단 레디터들은 커뮤니티 포인트를 받을 수 있다. 배지를 디자인하는 등 커뮤니티 내 다양한 창작 활동을 하는 사용자들도 마찬가지다. 레딧은 사용자의 닉네임 옆에 얼마나 많은 커뮤니티 포인트가 있는지를 표시한다. 커뮤니티 포인트 수 표기를 통해 레딧은 커뮤니티 사용자들의 인정욕구를 충족할 수 있다. 포인트를 사용해 커뮤니티 내 특별 멤버십을 구매할 수도 있다.

또한 레디터들은 커뮤니티 포인트를 레딧 코인으로 바꿔 프리미엄 서비스를 구입하는데 사용할 수 있다. 토큰화한 커뮤니티 포인트는 거래소에서 다른 가상자산을 거래하는 데에도 활용된다.

지난 12월 레딧은 커뮤니티 포인트를 더 많은 서브레딧에 보급하기 위해 베타 서비스를 개시했다. 이번 시도가 성공한다면 온라인 커뮤니티의 전환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한편 지난 12월 기업공개 신청 이후, 전문가들은 기업공개 후 레딧의 기업 가치를 약 150억 달러 정도로 전망했다.

레딧의 위협요소

레딧의 혐오표현 관리 시스템은 양날의 검이다.

레딧은 많은 기업들이 혐오표현을 관리하기 위해 직원들을 고용하는 것과는 달리 현재까지도 자원봉사자들을 활용하고 있다. 관리구조의 한계로 영어권에 비해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지역에서는 혐오표현이 제대로 관리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미국 주간지 ‘타임’은 레딧이 영어권이 아닌 지역 이용자들의 혐오표현을 방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한 자원봉사자들이 계속해 레디터들의 협박을 받고 있어 높은 피로감을 느낀다고 전했다. 엘렌 파오 전 CEO는 레딧이 혐오표현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우선 혐오표현을 모니터링하는 직원들을 직접 고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많은 레디터들은 레딧의 자원봉사자 모니터링 시스템이 표현의 자유를 강화한다고 생각한다. 불건전한 생각도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레딧의 장점이 사라지면 이용자가 떠날 수도 있기 때문에 표현의 자유 보장과 혐오표현 억제 사이라는 가치 사이에서 현명한 줄타기가 필요하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성아인 기자> aing8@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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