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을(乙) ASML, 인텔 손잡고 올해도 ‘청신호’ 가겠다

ASML이 호실적을 기록하며 슈퍼 을(乙) 입지를 다시 한번 다졌다. ASML은 반도체 회로를 그릴 때 꼭 필요한 ‘EUV(극자외선) 노광장비’를 만드는 회사다. 반도체 수급난으로 덩달아 몸값이 올라 슈퍼을로 통한다.

ASML은 19일 실적발표를 통해 4분기 매출 50억유로(약 6조7533억원), 순이익 18억유로(약 2조4312억원)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총 이익률은 54.2%로, 당초 예상했던 51~52%에 비해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현지에 있는 장비를 관리하고 업그레이드하는 서비스 사업이 성장한 것이 한몫했다.

연간 실적도 선방했다. ASML에 따르면, 2021년 한 해동안 총 매출 186억유로(약 25조1288억원), 순이익 59억유로(약 7조9710억원)를 기록했다. 매출 총이익률은 52.7%인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총매출액 중 EUV 장비 판매에서 발생한 매출은 63억유로(약 8조5123억원) 가량 된다.

ASML은 2022년에도 20%의 매출 성장을 이룰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 발생한 베를린 공장 화재 여파를 반영해도, 실적이 더 좋아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반도체 생산업체에서의 장비 수요가 여전히 공급량에 비해 많은 데다가, ASML도 장비 솔루션을 업그레이드하고 리드타임을 줄이기 위한 조치를 취했기 때문이다. 반도체 생산업체는 더 많은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는 ASML 장비를 이전보다 더 빨리 받아볼 수 있을 예정이다.

피터 베닝크(Peter Wennink) ASML CEO는 “반도체 장비 리드타임을 줄이기 위해 출하 전 공장 테스트(Factory Acceptance Test) 단계를 없애고, 대신 고객사 측에서 최종 테스트를 진행해 정식 인수를 인정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고객사는 더 빨리 장비를 사용하고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2022년 1분기 매출과 이익률은 전분기 대비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ASML은 올해 1분기에 매출 33~35억유로(약 4조4612억~4조7316억원), 이익률 49%를 기록할 것이라고 추측한다. 조기 출하된 20억유로(약 2조7038억원) 규모의 반도체 장비가 2분기 실적으로 반영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ASML은 이번 실적발표에서 인텔과 협력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 일환으로 인텔은 업계 최초로 미국 오레곤 공장에 ASML의 최신 하이NA EUV 장비 ‘트윈스캔(TWINSCAN) EXE:5200’ 장비를 적용한다.

여기서 하이NA는 개구수(Numerical Aperture, 렌즈 크기)가 큰 극자외선(EUV) 장비를 말한다. 일반 EUV 장비 개구수는 0.33NA정도 되는데, 이를 0.55NA까지 올린 것이 하이NA다. 이 개구수가 높을수록 더 얇은 선폭으로 반도체 회로를 그릴 수 있다.

앤 켈러허(Ann Kelleher) 인텔 기술 개발 총괄 책임자는 “ASML과 긴밀히 협력해 무어의 법칙을 이어가고, 하이NA EUV 고해상도 기술을 활용해 집적도 우위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ASML은 DUV(심자외선) 제품도 지속해서 개발해 나갈 예정이다. 지난 2021년 말 ASML은 최신 DUV 장비 XT:860N을 처음으로 고객사에 출하한 바 있다. 해당 장비는 불화크립톤(KrF)을 사용한 기술이 적용됐다. 이는 기존 불화아르곤(ArF) 기반 DUV 장비보다 생산성은 높이고, 발생 비용은 절감할 수 있다. ASML은 KrF 기술을 적용한 DUV 장비를 지속해서 생산할 예정이다.

마틴 반 덴 브링크(Martin van den Brink) ASML CTO는 “EUV 로드맵에 하이NA 장비를 추가해 반도체 산업에 10년 이상 적용할 수 있는 혁신적인 리소그래피 기술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포부를 전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배유미 기자> youm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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