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소법에 부딪힌 보험앱, 어떻게 생존길 찾고 있나

보험 앱으로 성장하던 보맵은 지난해 직원의 절반을 내보내야 하는 어려움을 겪었다. 작년 9월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이 본격 시행되면서, 마이데이터 자격을 취득한 보험 앱은 핵심 서비스인 상품중개 서비스를 할 수 없게 됐다. 주요 사업을 접게 된 보험 앱 서비스 업체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사업방향을 틀고 새로운 생존법 모색에 나섰다.

10일 인슈어테크(보험+기술) 업계에 따르면, 보맵과 해빗팩토리는 지난 9월 이후로 사업 방향을 전면 수정했다. 앱 기반의 상품추천 서비스에서 보험대리점(GA) 중심의 사업으로 무게 중심을 바꿨다.

보맵의 경우 금소법 계도기간이 끝나기 전인 작년 상반기까지만 하더라도 앱 기반의 상품추천 서비스를 제공했다. 주로 여행자보험이나 자동차보험 위주였다. 그러나 지난 9월 24일부터 금소법 계도기간이 끝나면서 보험상품 추천 서비스를 중단했다. 금소법에 따라 마이데이터 서비스 업체인 보험 앱 업체는 개인화된 보험상품 추천이 위법이기 때문이다.

기존에도 사업 특성상 수익이 나지 않던 보맵은 금소법으로 상황이 악화되자, 결국 직원들에게 이 사실을 공표했다. 어려워진 회사 사정을 솔직하게 공개하고 직원에게 회사를 떠날 수 있는 선택권을 줬다는 것이 보맵 측의 설명이다. 그 결과, 기존에 약 70~80명이었던 보맵은 현재 약 40여명 정도로 인원이 절반 가량 축소됐다.

이 과정에서 최고기술책임자(CTO)나 최고마케팅책임자(CMO), 홍보담당자 등이 회사를 떠났다. 한동안 직원들의 대규모 퇴사가 이어지며 회사 분위기가 어지러운 듯 했으나, 곧 보맵은 공석이었던 리더 자리를 채웠다. 얼마 전 영어회화 기업 튜터링 출신의 이귀행 씨를 CTO로, 트렌비 출신의 최진욱 씨를 CMO로 영입했다.

비즈니스 모델도 바꿨다. 보맵은 사업모델을 상담사가 사용자에게 상담을 통해 보험을 추천해주는 형태로 바꿨다. 보맵의 상담사가 사용자에게 맞는 보험사의 상품을 추천해주고, 가입까지 이어지면 보험사로부터 중개료를 받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 보맵은 자회사 GA의 조직을 충원했으며, 올해 15명에서 30명 더 충원하는 것이 목표다.

아이러니하게도 지난해 대규모 구조조정과 사업모델 교체 등을 거친 보맵은 오히려 성과 지표가 개선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보맵의 김옥균 부대표는 “지난해 경영 효율화 측면에서 그런 게(구조조정)이 있었다”며 “매출 성과는 지난 6월부터 (새로운 사업을) 시작해서 6개월만에 1000% 상승하는 등 계속 성장하고 있는 추세”라고 전했다.

결과적으로, 구조조정을 통해 인력비 감소 등 비용효율화를 꾀했고 새로운 사업모델로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는 것이 보맵 측의 설명이다. 해당 수치를 바탕으로 보맵은 올 상반기 투자유치를 받기 위해 벤처투자사를 찾아다니는 등 고군분투하고 있다.

아울러 보맵은 신규사업을 계획 중이다. 기존에 해오던 상품추천 서비스의 알고리즘을 보험사들에게 판매하는 기업간기업(B2B) 사업이다. 김옥균 부대표는 “가지고 있던 데이터 분석 시스템을 제품화해 기업들에게 판매하는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며 “현재 데이터 분석 알고리즘을 마이데이터 사업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는데, 여기에 이은 B2B사업의 연장선”이라고 설명했다.

유사한 보험 앱 서비스 기업 해빗팩토리는 GA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기존에 사용자가 가입한 보험상품을 분석해 부족한 부분을 알려주고 상품을 추천해줬는데, 이 과정에서 회사의 상담사가 투입됐다. 마찬가지로, 해빗팩토리도 금소법 이후 GA사업에 힘을 싣고 있다. 다만, 해빗팩토리의 경우 상담이 온오프라인을 병행한다는 점에서 보맵과 차이를 보인다.

해빗팩토리 측은 GA사업을 강화한 결과, 매출이 작년 1월 대비 12월 10배 증가했다고 전했다. 오는 4월에는 월 손익분기점(BEP)에 도달, 흑자전환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윤호 해빗팩토리 대표는 “지난해 사업 프로세스를 개선하는 과정에서 실적이 좋아졌다”며 “곧 흑자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해빗팩토리나 보맵 모두 출범 이후 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한 상품추천 서비스에 집중해온 만큼 올해는 마이데이터 사업을 시작하길 기대하고 있다. 관련해 두 업체는 금융위원회에 규제샌드박스 신청을 한 상태다.

보맵의 김옥균 부대표는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할 수 있게 되면 기존보다 사업영역이 확장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해빗팩토리의 정윤호 대표는 “금융위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홍하나 기자>0626hhn@byline.network

관련 글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