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창업자는 슈퍼주식 갖는다…복수의결권 국회 상임위 통과

대규모 투자 유치할 때 스타트업 창업자의 경영권을 보호하는 복수의결권 법안이 국회 상임위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특별한 일이 없으면 연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전망이다. 스타트업 업계의 숙원이 하나 이뤄지는 셈이다.

2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복수의결권 도입을 담고 있는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개정안에는 비상장 기업 창업자에게 주식 하나에 최대 10개의 의결권을 부여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복수의결권이란 무엇

복수의결권이란 하나의 주식에 여러 개의 의결권이 부여된 것을 말한다. 주식마다 권한이 다르다고 해서 차등의결권이라고도 부른다. 복수의결권을 가진 이는 같은 수의 일반주를 가진 이보다 더 많은 의결권을 갖게 된다.

이 때문에 반대 의견도 적지 않다. 현재 국내 상법은 “주식수에 비례하여 평등하게 취급되어야 한다”는 ‘주주평등의 원칙’을 천명하고 있는데, 이와 같은 원칙을 깨는 제도라는 비판도 있다.

복수의결권 도입은 스타트업 창업자의 경영권을 보호해주자는 취지에서 나왔다. 창업 이후 투자를 받는 과정에서 창업자의 지분은 희석될 수밖에 없다. 특히 기술이나 아이디어가 유망해서 대규모 투자를 받는 회사일수록 창업자 지분율을 50% 이하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창업자가 회사를 빼앗기는 경우도 종종 나온다. 지분 희석 우려 없이 벤처 투자를 활발하게 받도록 하는 것이 법 개정의 취지다.

해외에는 복수의결권을 활발하게 활용하는 나라는 미국이다. 미국 주식회사법에서는 주식의 의결권 수에 대한 규제가 없으며, 기업 정관으로 복수의결권주식을 발행할 수 있다. 다만 상장된 회사는 추가적으로 복수의결권주식을 도입할 수는 없다.

구글의 경우 A클래스 주식은 1주1의결권, B클래스 주식은 1주 10의결권으로 구성돼 있다. 구글의 공동창업자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이 보유한 주식 수는 11.4%에 불과하나 의결권은 51.1%를 차지한다.

법 개정안 내용은 무엇?

복수의결권은 창업자의 경영권을 보호하고 투자를 활발하게 유도하는 효과가 있지만,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많았다. 국내 재벌이 순환출자를 통해 적은 지분으로 대기업집단 전체를 지배했던 것과 다를 것이 없다는 지적도 많다. 일부 대기업이 복수의결권을 악용해 순환출자와 같은 효과를 누릴 것이라는 우려도 많았고, 비상장 계열사를 이용한 재벌들의 경영권 세습에 악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런 우려 때문에 도입 논의가 지지부진하다가 쿠팡이 미국에 상장하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쿠팡이 한국 주식시장이 아닌 미국 시장에 상장한 것이 복수의결권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기 때문이다.

김범석 창업자는 1주당 29배의 의결권을 가진 주식을 가지고 있다. 덕분에 김 창업자가 상장할 때 보유한 지분율은 10.2%에 불과했지만 의결권은 76.7%를 보유하게 됐다. 김 창업자는 “차등의결권을 활용할 수 있는 점이 (미국행에) 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

쿠팡의 성공 이후 많은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한국 주식시장이 아닌 미국 시장을 두드리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국내 주식시장 활성화를 위해 더많은 스타트업의 상장이 필요한데, 이들을 국내 시장에 머무르게 할 유인책으로 복수의결권이 논의되기 시작했다.

문 대통령도 지난 8월 “경영권 부담 없이 대규모 투자를 받을 수 있는 여건도 조성하겠다”며 “비상장 벤처기업의 복수의결권 주식 발행 허용 법안의 조속한 통과를 위해 국회에 협조를 구하겠다”고 했다. 그 결과 국회 상임위 통과까지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됐다.

다만 정부는 복수의결권을 도입하면서도 아래와 같은 여러 제약조건을 달았다. 제기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것이다.

  • 복수의결권 부여는 비상장 벤처기업, 창업자이자 최대주주이면서 등기이사인 자에게만 부여
  • 창업자의 지분율이 지분율이 30% 이하로 떨어지거나 최대주주 지위를 벗어나는 등의 제한된 상황에만 부여
  • 발행 후 최대 10년 이내에만 효력
  • 1주당 최대 10개의 의결권만 부여
  • 총주식의 4분의 3 이상이 동의할 때만 부여
  • 신주로만 발행, 다만 모든 주주가 동의할 때 창업자가 보유한 보통주로 납입 가능
  • 상속이나 양도시 보통주 전환
  • 상장 이후에는 보통주로 전환, 다만 3년 유예 가능
  • 공시대상기업집단(자산 5조원 이상)이 될 경우 보통주 전환

한편 복수의결권 법안은 이르면 오는 9일 본회의에서 통과될 것으로 전망된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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