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장 건설에 속도 늦춘 인텔, 보조금 정책이 관건

인텔이 파운드리 사업 재개를 위해 생산라인을 증설한다. 그 가운데 유럽 내 공장 설립에 특히 속도를 내고 있다.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최근 인텔은 유럽 내에 공장을 건설하기 위해 논의를 다수 거치는 중이다. 지난 23일(현지시각)에는 인텔이 이탈리아에 80억유로(약 10조7542억원) 규모의 반도체 패키징 공장을 건설할 것이라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이에 반해 인텔의 미국 투자 관련 소식은 비교적 뜸하다. 지난 9월 진행된 애리조나 오코틸로 캠퍼스 생산라인 착공식 이후, 인텔은 미국 내 추가 증설에 대해 별다른 이야기를 하지 않고 있다. 인텔은 왜 이러한 행보를 보이는 것일까? 외신에서는 보조금 정책과 연관이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인텔은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파운드리 사업을 재개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지난 3월 인텔은 IDM 2.0 전략을 발표했는데, 당시 “아시아 지역에 몰려 있는 생산 역량을 미국과 유럽 등지에도 분배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인텔이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공장을 증설하는 이유다.

그러나 최근 인텔의 미국 내 라인 증설은 감감 무소식인 상태다. 미국 애리조나주에 대규모 생산라인 두 개를 증설할 것이라고 밝힌 이후, 별다른 발표를 하지 않고 있다. 9월만 하더라도 팻 겔싱어 CEO가 “장기적인 투자를 바탕으로 미국이 다시 반도체 리더십을 되찾도록 기여할 것”이라며 “이번 생산라인 증설을 통해 200억달러(약 23조7400억원) 규모의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추후 40년 간 애리조나에 500억달러(약 59조3500억원) 이상 투자하겠다”고 말한 것과는 사뭇 다른 행보다.

인텔 관계자는 회사가 미국 증설에 대한 계획을 가지고 있으며, 추후 확정될 시 공식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힌 상태다. 하지만 인텔의 유럽 투자 관련 이야기가 지속해서 나오는 것과 비교하면, 미국 관련 소식은 잠잠하다. 당시 인텔은 미국 내 반도체 생산라인 증설에 집중하고, 자국 반도체 경쟁력을 강화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였었다.

반대로 유럽에서의 활동은 발빠르다.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은 시장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인텔이 독일에 주요 생산기지를 마련하고, 프랑스와 이탈리아에 공장을 증설할 것”이라고 일제히 보도했다. 보도 내용에 따르면, 인텔은 프랑스에 디자인센터, 이탈리아에 반도체 후공정 처리의 일종인 패키징 공장을 설립할 계획이다. 지난 9월에는 로이터통신을 비롯한 외신이 “인텔이 유럽 생산거점을 독일로 삼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인텔 입장에서는, 현재 미국보다 유럽에 더 투자하는 것이 유리하다. 각 지역의 보조금 정책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이탈리아는 최근 보조금 관련 상한선을 폐지했다. 처음 이탈리아가 인텔 공장에 투자하기로 한 금액은 35억~40억유로(약 4조7039억~5조3758억원) 정도였다. 하지만 이번 상한선 폐지로 이탈리아는 인텔에 80억유로(약 10조7157억원)까지 투자할 수 있게 됐다. 애초에 인텔은 계획했던 것보다 더 많은 보조금을 탈 수 있게 된 것이다.

다른 EU 국가도 마찬가지로 반도체 관련 보조금 상한선 폐지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반도체 수급난이 2023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안정적인 부품 공급을 위해서라면 어떻게 해서든 생산라인을 늘려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유럽 각 국가가 보조금 확대를 논의하는 가운데, 인텔도 이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고 할 것이다.

반면 미국은 현재 반도체 관련 보조금을 대거 지급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미국 복지·인프라 법안, 일명 BBB(Build Back Better) 법안이 통과되지 않고 있기때문이다.

BBB법안은 조 바이든 대통령의 핵심 정책으로, 반도체 기업에 대한 보조금 관련 내용도 포함돼 있다. 현재 조 맨친(Joseph Manchin) 미국 상원의원은 인플레이션, 적자 등에 대한 우려로 입법을 반대하고 있는데, 따라서 법안 통과가 늦어지고 있다.

이 법안이 통과되지 않았기 때문에, 인텔은 현 시점에서 아무리 공장을 증설해도 보조금을 크게 얻을 수 없다. 앞서 언급한 관계자는 “원래는 올해 말에 추가증설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어야 하지만, 아직 나오고 있지 않다”며 “BBB 법안이 통과될 때까지는 인텔도 미국 내에서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인텔은 유럽 내 생산라인 증설 관련 소식에 대해 부인했다. 인텔 관계자는 “유럽 진출 계획을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아일랜드에 모빌리티 생산라인을 증설한다는 소식 외에는 모두 인텔의 공식입장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배유미 기자> youm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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