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에 꽂힌 은행들의 진짜 목적

은행이 배달도 한다. 편의점 배달부터 음식점 배달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생활편의 서비스를 강화하겠다는 취지에서 시작했는데, 많은 것 중에 왜 하필 배달 산업에 꽂힌 것일까. 은행마다 배달 서비스를 시작한 구체적인 이유는 다르겠지만, 큰 틀에서 신규 고객을 영입하기 위한 목표는 동일하다.

최근 시중은행들은 배달 서비스를 시작했거나, 선보일 예정이다. 지난 19일 우리은행은 편의점 배달 서비스를 선보였고, 신한은행은 오는 22일 음식 배달 전용 앱을 내놓을 계획이다.

은행들이 배달 서비스를 하는 이유는 두 가지로 해석할 수 있다. 여기서 얻은 데이터를 금융상품에 접목할 수 있다. 은행들은 그동안의 영업을 바탕으로 금융 데이터는 충분히 보유하고 있다. 그에 반해 비금융 데이터는 부족한 상황이다. 이때 비금융 데이터는 금융 데이터를 제외한 모든 것을 말한다. 인터넷 쇼핑 결제 내역, 통신비 내역 등이 포함된다. 그러나 비금융 데이터는 타 업종으로부터 얻기 어려워, 결국 직접 서비스를 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이는 곧 금융취약 계층을 공략한 금융상품을 내놓겠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고신용자는 금융사가 보유한 금융 데이터로 상환능력 등을 충분히 평가할 수 있지만, 중저신용자는 그렇지 않다. 상대적으로 금융 데이터가 부족해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비금융 데이터가 필요하다.

신한은행의 경우 배달 앱 서비스를 통해 얻은 비금융 데이터를 바탕으로 가맹점과 배달 라이더의 금융 상품을 기획할 계획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배달앱을 통해 확보한 비금융 데이터를 기반으로 다양한 여수신 상품 출시를 계획 중”이라며 “확보된 비금융 원천데이터 기반 금융서비스를 확장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라고 밝혔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편의점 배달 서비스에서 발생하는 데이터에서 금융상품과 연계할 수 있는 의미 있는 데이터가 추출될 경우 이를 활용할 방안을 고민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은행이 배달 서비스에 뛰어든 두 번째 이유는 자사 앱 활성화를 통한 주거래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은행들은 자사 뱅킹 앱을 금융거래 서비스 이상으로 확장하고 싶어 한다. 과거에는 지점에 온 고객들을 대상으로 영업을 할 수 있었다면, 이제는 고객들이 지점이 아닌 뱅킹 앱을 통해 주로 거래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고객들이 뱅킹 앱을 자주 사용해야 금융상품 가입 확률도 높아진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사용자들은 뱅킹 앱은 무겁고 복잡하다는 이유로 주로 금융거래를 할 때만 사용하고 있다. 그래서 은행이 선택한 것 중 하나가 비금융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다. 편의점 배달, 택배 등 실생활에서 자주 쓰는 서비스를 접목해 사용자들이 앱을 자주 쓸 수 있도록 활성화하기 위한 취지다.

우리은행에서는 뱅킹 앱의 ‘생활 플랫폼화’라고 표현한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생활플랫폼을 통해 뱅킹 앱 월활성자수(MAU) 증대를 기대한다”며 “관련해 다양한 콘텐츠를 도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즉, 생활 플랫폼을 위해 선택한 콘텐츠 중 하나가 배달 서비스다. 최근 배달서비스 이용이 늘어나는 등의 추세를 반영했다는 설명이다. 디지털 로그 분석 등을 통한 빅데이터 정보를 수집해 서비스 이용 연령대나 빈도수를 확인하고, 서비스에 반영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 생활밀착형 콘텐츠를 통해 유입한 고객들을 주거래 고객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생활밀착형 콘텐츠로 유입된 고객에게 자행 금융상품을 지속적으로 노출시켜 가입을 유도하거나 주거래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금융, 비금융 플랫폼 연계를 통한 고객기반 확대를 목표로 한다”고 전했다.

다만, 이종산업 진출이라는 과감한 도전에도 불구하고 성공 여부는 아직 알 수 없다. 따라서 은행은 더 많은 시도를 할 계획이다. 우리은행은 편의점 배달 서비스를 기획한 디지털융복합금융팀을 통해 노년층을 위한 서비스를 기획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서비스를 통해 배달 앱을 꾸준히 고도화할 계획이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홍하나 기자>0626hhn@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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