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스리] 스타트업이 엔비디아를 꺾을 수 있을까?
바이라인네트워크에서 스타트업 리뷰를 연재합니다. 코너명은 ‘바스리’, <바이라인 스타트업 리뷰>의 줄임말입니다. 스타트업 관계자분들과 독자님들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리벨리온(Rebellions). 한국어로는 반항, 저항이라는 뜻이다. 일각에서는 혁명을 표현할 때 쓰기도 한다. 다소 모범생 같지는 않지만 혁신적이면서 반항적인 의미를 내포한다.
국내 AI반도체 스타트업 리벨리온은 이 반항적인 의미를 담아 사명을 정했다. 범용적이지는 않지만 혁명적인 제품을 출시해 AI반도체 시장을 뒤집겠다는 포부를 담고 있다. 현재 AI 시장에서 주로 사용되는 반도체는 엔비디아에서 만드는 GPU(Graphic Processing Unit)인데, 리벨리온은 GPU를 넘어 획기적인 AI반도체를 개발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리벨리온을 창업한 박성현 대표 이력도 화려하다. 매사추세츠공대(MIT) 박사 학위를 가지고 있는 그는 인텔에서 전성기 시절을 함께 지냈고, 월가의 모건스탠리, 일론머스크의 스페이스X도 거쳤다. 특별히 모건스탠리에서는 AI로 투자를 진행하도록 하는 퀀트를 개발했다. 소위 말하는 ‘엘리트코스’를 밟아온 박성현 대표는 경험을 토대로 한국에 AI반도체 스타트업을 차렸다.
NPU 시대, 시점은 모르지만 반드시 온다
현재 AI 시장에서 주로 사용되는 반도체는 엔비디아에서 만드는 GPU(Graphic Processing Unit)다. 본래 GPU는 그래픽 처리 성능을 개선하기 위해 개발됐으나, 데이터를 한 번에 대량으로 병렬 처리할 수 있다는 특성상 AI 데이터를 처리하는 데 사용되곤 했다.
하지만 애초에 AI를 타깃으로 만들어진 반도체가 아니기 때문에 한계가 존재했다. AI반도체 개발업체는 입을 모아 “고객사가 GPU에 대한 불만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성능을 높이기 위해서는 GPU 코어 수를 늘려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전력을 더 많이 소비하게 되고 구동하기에도 무거워진다. AI 기업은 NPU를 비롯한 AI전용 반도체를 기다리는 입장이다.
하지만 아직 NPU 시장은 활성화되지 않았다. 그 이유에 대해 박성현 대표는 “사람들이 NPU를 사용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아직 대중적으로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마치 우측통행을 하던 사람이 좌측통행을 하는 국가에 가면 어색한 것과 비슷하다.
박 대표는 NPU를 확산시키기 위해서는 데이터 처리 시간을 몇 밀리세컨(1000분의 1초) 단위로 줄여야 한다고 말한다. GPU와 성능 차이가 현저하게 나지 않는다면, 사람들은 이미 익숙한 GPU를 벗어날 이유가 없다. 하지만 NPU의 성능이 월등히 높아지고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게 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대표적으로 몇 초에 의해 비용 차이가 크게 나는 주식 트레이딩이나 자율주행 부문에서는 충분히 성능 좋은 NPU가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 주식 트레이딩을 비롯한 파이낸스 부문의 경우, 몇 초에 의해 100만 달러 이상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자율주행도 마찬가지로 실시간으로 자동차가 상황을 판단해야 더욱 안전하게 주행할 수 있다. 이외에도 ‘성능 좋은 AI반도체의 필요성은 여러 부문에서 증가하고 있다.
더불어 범용성을 갖출 수 있도록 NPU 소프트웨어 스택을 구축해야 한다. 박 대표는 “일부 AI반도체 기업은 제한된 분야에서만 높은 성능을 나타내는데, 소비자가 어떤 애플리케이션을 올릴 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며 “어떤 부문에서도 작동할 수 있도록 NPU를 개발하는 것이 NPU 기술의 진수”라고 말했다.
경쟁력은 맨파워와 소비자 중심 사고로부터
박성현 대표는 리벨리온의 가장 큰 강점으로 ‘맨파워’를 꼽았다. 실제로 박 대표는 리벨리온을 창업하기 위해 여러 인재를 끌어모았다. 이 때 그의 손을 잡은 사람들이 IBM 왓슨연구소에서 AI반도체 수석 설계를 담당했던 오진욱 최고기술책임자(CTO), 국내 의료AI 스타트업 루닛에서 딥러닝 기술을 개발했던 김효은 최고제품책임자(CPO)등이다. 이들을 중심으로 리벨리온이 설립됐다.
리벨리온에는 외국 기업 출신 인재들이 대부분이다. 박성현 대표는 이 같은 특성이 AI반도체 시장에서 큰 강점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는 하드웨어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다. 또한 반도체 아키텍처 설계 기술은 미국 기업이 이끌고 있다.
박 대표는 해외에서 기술을 배워온 인력이 국내 시장 특성을 잘 활용한다면, AI반도체 시장에서 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을 했다.
창립 멤버 중 하드웨어 전문가보다 AI 전문가 비중이 더 높다는 것도 리벨리온의 특징 중 한다. 반도체를 설계하는 사람은 오진욱 CTO 한 명이고, 나머지 네 명은 AI 서비스 전문가다. 이처럼 인력을 구성한 이유는 획기적인 설계보다 실제로 사용될 만한 반도체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AI반도체를 실제로 적용했을 때, 최적으로 머신러닝을 구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리벨리온의 현 과제 중 하나”라며 “공급자 중심이 아닌 수요자 중심의 AI반도체를 만들고 싶다”고 강조했다.
“공격이 최고의 수비”, NPU 시장 선점해야
리벨리온은 NPU 시장에 안착시킬 목적으로 제품을 지속해서 개발하고 있다. 지난 11월에는 리벨리온의 첫 AI반도체 ‘아이온(ION)’ 시제품을 만들었다. 파이낸스 부문에 특화된 반도체로 알려져 있으나, AI 관련 부문이라면 어디든 사용될 수 있다. 아이온은 미국 JP모건, 국내 기업 크래프트테크놀로지를 비롯한 업체에 제공될 예정이다.
리벨리온은 내년 상반기 아이온 시제품을 선보이며 시리즈A 투자를 유치할 예정이다. 시리즈A 이후에도 투자를 지속해서 유치하고, 제품 성능을 기반으로 클로징할 예정이다. 목표 금액은 300억원 이상이다. 투자금은 추후 로드맵에 맞춰 제품을 개발하고, 제품이 시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사용될 예정이다.
현재 리벨리온이 가장 주력하고 있는 부분은 데이터센터용 AI반도체 칩 아톰(ATOM)이다. 아톰을 개발하기 위해 리벨리온은 국내 반도체 디자인하우스 세미파이브(Semifive)와 협업하고 있다. 아톰은 현재 설계 막바지에 접어들었으며, 2022년 6월 설계를 최종적으로 마친 후 같은 해 말에 제품을 정식 출시할 예정이다.
리벨리온이 아톰에 걸고 있는 기대는 크다. 리벨리온은 아톰 출시 이후, 해당 칩을 MLPerf 벤치마크 성능평가에 제출할 예정이다. 박 대표는 “애초에 데이터센터를 비롯한 대용량을 타깃으로 개발한 제품이기 때문에, 괴물 같은 수치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아이온은 TSMC 7나노 공정, 아톰은 삼성 파운드리 5나노 공정으로 생산될 예정이다. 아이온의 경우, TSMC 7나노 공정에서 생산되는 반도체는 한국 팹리스 최초다. 박 대표는 “삼성전자는 에코시스템을 넓히기 위해 주요 스타트업에게 파운드리 생산라인을 열어주고 있고, TSMC는 리벨리온 맨파워와 잠재성을 보고 투자 개념으로 7나노 생산라인을 열어준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박 대표는 “그간 우리나라는 범용 반도체 대부분 수입했는데, 국산 NPU를 우리가 스스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먼저 글로벌로 나아가 깃발을 꽂아야 한다”며 “공격이 최고의 수비”라고 강조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배유미 기자>youme@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