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은] 핀테크-카드사가 심각하게 싸운다고?

‘사실은’은 바이라인네트워크에서 최근 이슈를 심층 취재해 사실과 핵심을 들여다보는 코너입니다. 최대한 중립적인 선에서 취재하고 기사를 쓰려고 합니다.

최근 카드사와 핀테크 업체 간 마이데이터 정보제공을 두고 신경전을 벌인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한 마디로 정리하면, 카드사가 핀테크 기업들에게 환불정보인를 주지 않겠다는 내용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마이데이터 정보를 주지 않기 위한 업권 간 밥그릇 싸움으로 보이는데 논란의 사실은 무엇인지, 또 핵심은 무엇인지 바이라인네트워크가 심층 취재해봤다.

매입취소 정보란 환불정보를 말한다. 예를 들어, 고객이 한 가맹점에서 결제를 했다고 가정하면 이때는 ‘승인’에 해당된다. 이후 가맹점이 결제했다는 내용을 카드사에 보내는 것이 ‘매입’인데, 통상 매입은 승인일로부터 최소 2일에서 4일이 걸린다. 그런데, 여러 이유로 고객이 환불을 하게 되면 매입취소라는 데이터가 발생한다. 즉, 이번에 논란이 된 것은 핀테크 업계가 매입취소의 데이터가 필요하지만, 카드업계에서는 이를 주기가 어렵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자, 그렇다면 먼저 핀테크 업계에서는 이 정보가 왜 필요한지 보자. 마이데이터 기반으로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핀테크 업계는 실시간 정보를 필요로 한다. 사용자의 결제액이 얼마인지, 계좌 잔고는 얼마인지 등을 실시간으로 보여줘야 한다. 즉 실시간 금융자산 현황을 파악은 핀테크 업체에는 필수적인 요소인 셈이다. 그런데 카드를 긁은 후 취소했을 때 환불정보가 곧바로 들어오지 않는다면, 사용자에게 틀린 정보를 보여줄 수 있 있다.

예를 들어, 한 사용자가 A 가맹점에서 30만원을 결제했다고 가정하자. 그런데 얼마 후 환불을 하면 핀테크 업계에서는 이를 서비스에 곧바로 반영할 수가 없다. 마이데이터 정보제공 범위에 매입취소 데이터가 포함되지 않아, 사용자에게 환불금액으로 언제 얼마가 들어왔는지 카드사로부터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포인트 지급, 실시간 알림 등을 기반으로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핀테크 업계 입장에선 아쉬울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신용카드사에서는 해당 정보를 주고 싶어도 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업계에 따르면, 카드사는 승인 시스템과 매입 시스템이 구분되어 있다. 카드사가 타 업권에 줘야 하는 마이데이터 정보제공 범위에는 승인 시스템이 포함되어 있다. 이때 타 업권에 승인 시스템을 연결해주는 구조인데, 매입 시스템에서 매입취소 정보를 따로 뽑아서 시스템에 넣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 카드업계의 입장이다. 또 경우에 따라서 매입 취소가 몇 년 후에 이뤄질 수 있어, 카드사 또한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뽑아내는 것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또 카드업계에 따르면, 이미 정보제공 범위에 대한 논의가 끝났다. 지난해부터 마이데이터 워킹그룹을 통해 업권별로 어떤 정보를 주고받을지 논의하고 결정했는데, 정식 서비스를 앞둔 상황에서 매입취소 정보를 주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다만, 카드업계에서는 핀테크 업계에서 강력하게 정보를 요구한 것이 아니라, 가능하다면 데이터를 줬으면 한다는 조심스러운 입장이었다고 전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지금 기사가 나오고 있는 것처럼 업권 간 다투는 것이 아니라, 막상 마이데이터를 시행해보니 핀테크 업계에서 필요한 정보여서 가능하다면 줬으면 하는 분위기일 뿐”이라며 “지금 언론에서 확대 해석하고 있어 핀테크 업계에서도 당황스러워 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핀테크 업계에서도 “실제론 심각한 분위기가 아니”라고 동감했다.

또 핀테크 업계에서 환불정보를 아예 못 받는 것은 아니다. 한 달에 한 번씩 카드 사용 내역이 정산되는 ‘청구정보’를 활용할 수 있다. 청구정보를 통해 마이데이터 사업자들은 사용자가 어떤 항목을 얼마나 샀는지 확인할 수 있다. 또 한달 간의 환불 내역도 확인할 수 있다. 다만, 한달 후에 나오는 정보이기 때문에 실시간으로 반영할 수 없는 한계점이 있다.

일각에서 이번 일을 확대해석 한 것은 업권 간 마이데이터 전략이 다르기 때문이다. 현재 마이데이터 사업자는 핀테크, 은행, 카드사, 금융투자, 보험사, IT기업 등 다양하다. 업권별로 제공해야 하는 데이터가 있고, 제공하지 않아도 되는 데이터가 있다. 예를 들어, 핀테크 업계에서는 사용자의 쇼핑 내역을 알고 있다. 사용자가 온라인 쇼핑으로 겨울용 가디건을 샀다고 가정하면, 핀테크 업계에서는 타 업권에 이 정보를 줄 때 겨울용 가디건이 아닌 ‘의류’로 제공한다. 즉, 자세한 품목을 알려주지 않아도 된다.

다른 업권도 마찬가지다. 구체적인 정보를 알지만, 타사에게는 이를 모두 내주지 않는 경우가 있다. 즉, 각 업권별이나 각 사별로 특화된 정보를 보유하고 있는데, 그 정보를 잘 활용해서 서비스에 녹여내는 것이 마이데이터의 경쟁력이다. 이번 사건도 마찬가지다. 핀테크 업계에서는 자사가 가진 정보, 전략을 바탕으로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하기 위해서는 매입취소 정보가 필요했던 것이다.

다음 달부터 마이데이터 서비스의 정식 서비스가 시행된다. 본허가를 받은 58개사가 서비스를 시작하면 업권간 필요하거나, 요구하는 정보가 더 많아질 수 있다. 이제 시작하는 서비스인 만큼 앞으로 업권별로 필요한 데이터가 더 생길 수 있다. 금융당국에서는 그때마다 논의를 하는 등 유연하게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매입정보 취소와 관련해 금융위원회에서는 “내년에 추가적으로 논의해볼 것”이라고 전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홍하나 기자>0626hhn@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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