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과 삼성이 손을 놓을 수 없는 이유

IBM이 삼성전자와 함께 신규 반도체 디자인(VTFET) 기술을 발표했다. 해당 반도체는 삼성 파운드리에서 5나노 공정으로 생산될 예정이다. 파운드리 1, 2위를 달리고 있는 TSMC와 삼성전자가 고객사 유치를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가운데, IBM과의 협력으로 삼성 파운드리가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IBM의 VTFET 웨이퍼 (출처: IBM)

IBM은 15일 삼성전자와 함께 개발한 신규 반도체 디자인 VTFET(Vertical Transport Field Effect Transistors) 기술을 발표했다. VTFET 아키텍처는 더 조밀하게 반도체 소자(트랜지스터)를 배치하기 위해 각 부품을 수직으로 쌓은 구조를 말한다.

이 기술을 사용하면 한정된 면적에 더 많은 트랜지스터를 배치하고, 반도체 성능을 높일 수 있다. 또한 기존에 적용되던 핀펫(FinFET) 아키텍처 대비 전력 사용량을 최대 85% 절감할 수 있다는 것이 IBM 측 설명이다.

IBM의 이번 반도체는 삼성 파운드리에서 생산된다. 우선 VTFET 아키텍처가 삼성전자와 IBM이 함께 뉴욕 올버니 나노테크 연구단지에서 공동 연구한 기술이기 때문이다. 기술을 개발한 기업이 제품을 생산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이야기다.

하지만 이번 반도체 합작 외에도 IBM과 삼성전자가 오랜 기간 기술적 협업을 해 왔기 때문에, IBM은 추후 삼성 파운드리를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 IBM은 삼성전자와 약 16년 간 반도체 부문에서 협업해 왔다. 생산보다는 기술 개발에 좀 더 초점이 맞춰져 있긴 했으나, 그만큼 삼성전자와 IBM은 탄탄한 협업 관계를 구축해 왔다.

위탁생산 부문도 마찬가지다. IBM은 그간 삼성전자와 미국 소재 글로벌 파운드리(Global Foundries)에 위탁생산을 맡겨 왔다. 그 중 글로벌 파운드리가 7나노 미만 선단(Advanced) 공정 진입에 실패하면서, IBM은 첨단 반도체 위탁생산을 삼성전자에 맡기게 됐다.

IBM 특성상 TSMC보다 삼성전자에 맡기는 것이 유리하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그간 IBM은 파운드리만을 전문적으로 진행하는 TSMC보다는 기술 개발을 함께 할 수 있는 삼성전자와 더 많이 협업해 왔다. 제품을 대량으로 생산하는 것보다는 테스트 제품만 소량 생산하고, 나머지는 기술 개발에 주력하면 충분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TSMC와 갑작스럽게 협업을 추진하기에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TSMC는 현재 2023년까지 선단 공정 주문이 가득 차 있어, 추가 주문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아직 10나노, 7나노 주문은 넣을 수 있으나, 그 미만은 이미 물량이 가득 차 있다. 결국 IBM에게 선택지는 삼성 파운드리밖에 없었다.

한 반도체 시장 전문가는 “그간 삼성 파운드리는 수율에 대한 논란이 있었는데, 최근 수율이 개선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며 “2023년까지 TSMC 주문이 가득 찼기 때문에 팹리스 기업은 대안을 찾고 있는데, 삼성전자가 그 수혜를 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IBM은 다른 파운드리와의 협업 가능성도 열어놓고 있다. 또한 앞서 언급한 반도체 시장 전문가도 “IBM은 인텔과 오랜 기간 협업해 온 기업이기 때문에, 추후 양사가 협업할 가능성도 높다”며 “하지만 현재 7나노 미만 공정이 가능한 업체가 TSMC와 삼성전자 두 곳뿐이다 보니, 현재 IBM의 선택지는 하나”라고 말했다.

IBM 관계자는 “현재 인텔과 협업 관련 이야기가 오가고 있다”며 “다만 아직 어떤 부문에서 협업할 지 구체적인 사항은 공개된 바는 없다”고 말했다.

IBM은 지속해서 트랜지스터 집적도를 높이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5월에는 2나노 반도체 기술을 공개했다. 해당 반도체도 삼성 파운드리에서 생산될 것이라는 추측도 제기된 바 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배유미 기자>youm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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