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대행업체가 대체 왜 배달료 인상을 반대할까?

최근 경기도 의정부 지역 배달대행업체들이 모여 ‘누가 배달료 인상을 부추기는가?’라는 제목의 전단지를 배포했습니다. 핵심 내용은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 같은 거대 플랫폼 기업이 배달업에 직접 진출하는 바람에 배달료가 계속해서 올라가고 있다. 이는 음식점 사장님과 소비자, 배달대행업체 모두를 피해자로 만든다”라는 것이었는데요.

여기서 이런 의문이 들 수 있습니다. ‘배달료가 오르는데 왜 배달대행업체가 반대하지? 더 벌 수 있으니 오히려 좋은 것 아닌가?’ 실제 주문·배달대행 플랫폼의 수수료, 배달료 관련 이슈는 항상 가게 사장님이나 소비자들과 갈등을 겪어왔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배달대행사가 배민1의 수수료 정책에 정면으로 맞서며 보이콧을 선언한 것입니다. 대체 왜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일까요?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일대’가 무엇인지부터 알아야 합니다.

의정부 지역 배달대행업체들이 배포한  전단지(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일반배달대행 ‘일대’란 무엇인가

배달 라이더들은 지역별 배달대행업체 소속 라이더를 ‘일대’ 또는 ‘일대 타는 라이더’라고 부릅니다. 일대는 일반배달대행의 준말인데요. 이들은 배달대행업체가 사용하는 생각대로, 바로고, 부릉 등 프로그램을 통해 업무를 진행합니다. 원래는 그냥 ‘배달대행’으로 불렸습니다. 이후 어떤 계기를 통해 접두사 ‘일반’이 붙은 것이죠.

배달의민족은 직고용 라이더 조직 ‘배민라이더스’에 이어 배민커넥트를 출시해 누구나 원하는 시간에 배달대행업을 할 수 있도록 서비스하고 있습니다. 쿠팡이츠 배달파트너도 배민커넥트와 같은 방식의 플랫폼입니다. 이를 두고 배달 라이더들은 ‘배민 한다’, ‘쿠팡 탄다’, ‘배팡(배민쿠팡)’ 등으로 표현하는데요. 일대라는 표현은 긱(Gig) 라이더인 배팡과 기존 배달대행을 구분하기 위해 등장했습니다.

일대와 배팡의 차이점

그럼 일대와 배팡의 차이점은 무엇일까요? 핵심은 소속이 있느냐, 없느냐입니다. 일대는 배달대행업체 소속으로 보험, 오토바이 지원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또 배달구역이 배달대행업체 주변 지역으로만 한정돼 있는데요. “내비 볼 필요 없이 익숙한 지역 내에서 비교적 편하게 일할 수 있다”라고 합니다. 또 당일 벌어들인 수익을 바로 정산받을 수 있습니다. 업무 시간 역시 고정된 출퇴근 시간 외에 ‘프리 기사’로서 계약 조건에 따라 자유롭게 출퇴근할 수도 있죠.

반면 배팡은 보험료와 오토바이 마련 비용을 스스로 부담해야 합니다. 플랫폼의 AI 배차에 따라 장거리를 왕복해야 하는 경우도 발생하고요. 정산은 일주일 단위로 진행되죠. 특정 소속 없이 원하는 아무 때나 홀로 일할 수 있다는 자유가 보장되지만, 그만큼 스스로 책임져야 하는 요소들이 많습니다. 결국 일대나 배팡이나 각자의 장단점이 있기에 라이더 개인 성향에 따라 적절한 형태를 선택해왔는데요. 그런데 “최근 분위기는 배팡이 대세”랍니다. 이유는 무엇일까요?

모든 것의 시작에 ‘단건배달’이 있다

쿠팡이츠의 강남 3구 돌풍으로 인해 촉발된 배민과 쿠팡이츠의 ‘단건배달’ 전쟁은 배달대행시장의 지형을 급격하게 바꿔놓았습니다. 배민은 기존 배달 건을 일대에게 주고서, 별도 단건배달 서비스 ‘배민1’을 출시해 이를 배민커넥트 라이더들에게 맡기는데요. 이때 배민과 쿠팡이츠 양사는 시장 점유율 확보 & 더 빠른 배송을 위한 라이더 모시기에 혈안이 됩니다. 각종 프로모션을 통해 라이더에게 추가 수익을 지급하는 한편, 악천후 보상, 거리별 할증, 배달 미션에 따른 추가금 등을 제공했죠.

이에 “많은 수의 일대 라이더들이 배팡으로 갈아타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일대는 배팡처럼 매번 프로모션을 제공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닙니다. 오히려 4000원 내외의 배달료에서 400~600원 정도의 수수료를 가져가는 입장이죠. 게다가 장거리 등 라이더들이 기피하는 주문에 대해서는 강제 배차를 진행하고요. 위 설명한 프리 기사 계약의 경우 배달 건당 15%의 수수료를 요구하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니 일대 소속 라이더들의 불만은 늘어났고, 끝내 소속을 벗어버리고 긱 라이더인 배팡을 찾아가는 것이죠.

배달료 인상 반대는 ‘일대 사무실’의 입장

자,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봅시다. ‘누가 배달료 인상을 부추기는가?’라는 제목의 전단지를 배포한 경기도 의정부 지역 배달대행업체들은 당연히 일대 사무실들이겠죠? 배팡 배달료가 끊임없이 올라가니, 소속 라이더 유출을 막기 위해서는 덩달아 배달료를 올려주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배민이나 쿠팡 같은 거대 플랫폼을 상대로 소규모 사무실들이 단가경쟁을 펼쳐봤자 금방 한계에 다다른다는 것입니다. 결국 배민 보이콧을 선언하고 집단행동에 들어가겠다고 선언합니다.

라이더들 “진짜로 영세상인·소비자·라이더 생각해서야..?”

의정부 지역 일대 사무실들의 보이콧 선언에 정작 배달 라이더들은 시큰둥한데요. 취재에 응한 라이더 다수는 “음식점과 소비자와 라이더들을 위해 ‘깨어있는 시민의 힘’을 보여달라는 주장에 딱히 공감되지 않는다”라고 말합니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들어봤습니다.

라이더들은 “의정부 지역 일대는 4000/500/3으로 요약할 수 있다. 무슨 뜻이냐면 배달료 4000원, 수수료 500원, 기본 배달 거리 3km라는 것이다. 여기에 원천세는 별도다. 배달 업무를 한 번이라도 해본 사람은 알 것이다. 라이더에게 3km가 얼마나 먼 거리인지 말이다. 음식 픽업부터 배달까지 걸리는 시간도 너무 길다. 그런데 이 지역 연합대행 업체들은 이를 할증 없이 4000원 배달료로 담합했다. 라이더들의 이탈은 당연한 것”이라 주장했습니다

그 외에도 라이더들은 “일대가 배민 콜을 거부한다고 해서 배민이 대체 어떤 피해를 보는지 잘 모르겠다”, “소비자들이 단건배달을 선호하기에 라이더 수요도 단건배달 쪽으로 몰리는 것일 뿐이다”, “나는 라이더들을 착취하는 구조 아래 일대 사장들만 배 불린다는 생각에 뛰쳐나온 것인데 플랫폼의 횡포를 주장하는 게 황당하다” 등의 반응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아직 한 발 남았다” 고용보험 의무화

문제는 내년 1월부터 배달 라이더들의 고용보험가입이 의무화된다는 것인데요. 정부는 ‘전 국민 고용보험 로드맵’의 일환으로 지난 7월 보험설계사, 택배기사 등 12개 직종의 특수고용형태근로(특고) 종사자의 고용보험 가입을 의무화한 데 이어 내년 1월에는 그 대상을 퀵서비스 기사와 배달 라이더, 대리운전 기사로 확대합니다. 이때 근무시간과 소득 등을 고려한 피보험자격 신고, 보험료 원천공제 의무를 노무 중개 플랫폼(바로고, 생각대로, 메쉬코리아 등)이 지도록 했죠.

위 노무 중개 플랫폼들은 이번 정책으로 인해 다수의 배달 라이더들이 이탈할 것이라 예상하고 있습니다. 먼저 기존 직장을 두고서 부업으로 라이더 업무를 하던 인원이 대거 빠져나갈 것으로 보고 있고요. 그 외에도 신용불량자 등 소득 공개를 꺼리는 라이더들도 점차 업계를 떠날 수밖에 없다는 판단입니다. 특히 일대의 경우 소득 공개가 어려운 인원들이 주로 선택하기도 했기 때문에 타격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산 넘어 산인 것이죠.

코로나19와 함께 배달 수요가 늘면서 ‘라이더’라는 직업이 제도권 내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말도, 탈도 앞으로 더 많아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가운데 십수년 전부터 지역 규모로 시작해 여전히 이 시장의 큰 축으로 자리하고 있는, 배달대행의 원조 격인 일반대행업체가 향후 어떤 방식으로 생존경쟁을 이어갈지 계속해서 지켜보겠습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신승윤 기자> yoon@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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