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썸·코인원·코빗이 자금세탁방지에 나선 까닭

가상자산거래소 빗썸·코인원·코빗이 자금세탁방지를 위한 합작법인을 만든다. 회사명은 코드(CODE)로, 자금세탁방지를 위한 솔루션 ‘코드 트래블 룰 솔루션’을 8일 공개했다. 거래가 발생할 때 송신인과 수취인의 신원을 확인한 뒤, 문제가 없다면 거래를 승인하는 방식이다. 거래소 3사 모두 이 솔루션을 도입하고 가동할 계획이다.

세 회사는 가상자산 거래에서 경쟁사다.  경쟁사가 모여 합작법인을 만들면서 자금세탁 방지에나선 까닭은 무엇일까?

왼쪽부터 방준호 빗썸코리아 부사장, 차명훈 코인원 겸 코드 대표, 진창환 코빗 준법감시실 실장

이들이 함께 자금세탁방지 솔루션을 만든 이유는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TATF)의 가상자산 규제 권고 때문이다. TATF는 국제적 자금세탁, 테러자금조달에 대응하는 기준을 마련하고, 국가별 이행 현황을 평가하는 기구로, 지난 2019년 6월 자금세탁방지를 위한 가상자산 관련 규제 권고안과 지침서를 발표했다.

지침서를 통해 TATF는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시행령 개장안을 발표하고, 가상자산사업자의 신고제를 도입했다. 또 기존 금융기관에 적용하던 ‘트래블 룰(Travel rule)’을 적용하는 내용을 발표했다. 트래블 룰은 가상자산 송금 시 송금인, 수취인의 신원을 확인하고, 거래내역 저장의무를 부여한 자금이동 추적시스템을 말한다.

즉, 전세계적으로 금융사에만 적용했던 트래블룰을 가상자산 거래소에도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유럽, 영국, 미국 등의 국가에서도 틀래블 룰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코드에 따르면, 2021년 6월 기준 128개국 중 58개국이 TATF의 권고와 지침을 이행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지난 3월 25일 시행된 특금법 개정안에 트래블룰이 포함됐다. 거래소 간 이동, 거래소와 개인지갑 간 이동에 적용된다. 환산금액이 원화 100만원 이상일 경우 사업자에 정보제공을 의무화한다. 거래소가 수집해야 할 정보는 가상자산 송금인과 수치인의 성명, 주민등록번호, 가상자산 주소다. 다만 1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내년 3월 25일부터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는 트래블룰 시스템을 적용해야 한다.

거래소 간 협업이 필요한 트래블룰 특성상 빗썸, 코인원, 코빗은 공동으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판단했다. 고유의 한국형 솔루션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일치했다. 내년 3월 25일부터 모든 거래소가 적용해야 하는 만큼, 참여 거래소를 늘리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또 다른 사업자인 업비트에서는 현재 별도 트래블룰 솔루션을 만들고 있는데, 코드는 향후 업비트와의 연계 가능성도 열어뒀다. 차명훈 코인원 대표는 “솔루션의 기술적인 검토를 한 결과, 연동이 충분하다고 판단했다”며 “다만, 제휴 부분이기 때문에 앞으로 충분히 대화하며 풀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 3사에서는 트래블룰 솔루션 개발을 완료한 상태며, 거래소 연동 테스트를 하고 있다. 1월부터 시스템 가동을 시작해, 이후 국내외 거래소를 모집할 계획이다.

3사가 만든 트래블 룰 솔루션, 프라이빗 클라우드 기반 

3사가 만든 코드 트래블 룰 솔루션은 블록체인 기술인 R3코다를 기반으로 한다. R3코다는 전세계 80여개 글로벌 금융사가 참가하는 R3 블록체인 컨소시엄에서 만들었다. 금융서비스에 최적화된 분산원장기술 서비스를 제공하고, 상호 허가된 기관만 접속이 가능한 프라이빗 블록체인 구조로 이뤄졌다.

차 대표는 “각 거래소가 노드를 구성하고, 노드로 정보교환을 하며 트래블룰을 준수하는 방식”이라며 “프라이빗 블록체인으로 중간자에게 개인정보를 넘기지 않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트래블룰 솔루션 코드 작동단계

코드 트래블 룰 솔루션 크게 네 단계로 작동한다. 먼저, 가상자산 출금 요청이 발생하면 송금사업자는 수취사업자에게 해당 지갑의 주소 탐색을 요청한다. 이후 송금 사업자는 송신인의 정보를 수취사업자에게 전송한다. 검토 후 문제가 없다면 가상자산을 넘기면서 끝이 난다.

차 대표는 코드 트래블 룰 솔루션의 특징으로 간소화된 주소찾기 방식을 꼽았다. 기존에는 가상자산을 다른 이용자에게 보내려면, 받을 거래소와 수신인 등의 정보를 입력해야 했다. 그러나, 코드가 적용된 이후부터는 수신 주소만 입력하면 거래소 등의 부가정보가 입력이 된다.

예를 들어, 해외송금을 할 때 상대방 계좌번호, 이름, 전화번호, 주소, 국가코드 등을 입력을 해야 한다. 이때 하나라도 잘못 입력하면 송금에 실패한다. 즉, 코드가 적용될 경우 수취인 지갑의 주소만 입력하면 나머지 정보가 자동으로 기입이 된다는 설명이다.

3사는 점진적으로 코드 트래블 룰 솔루션을 고도화할 계획이다. 규제가 시행되는 3월 25일 이후에는 코드 트래블 룰 솔루션에 에너지를 쏟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차 대표는 “내년부터 국내 가상자산 사업자들이 코드를 통해 트래블룰을 원활하게 준수할 수 있을 전망”이라며 “앞으로 회원사 추가 확보와 함께 당국 규제에 부합하면서 운영정책 고도화에도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홍하나 기자>0626hhn@byline.network

관련 글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