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빅테크 플랫폼 규제 움직임이 강화되고 있다. 빅테크의 본산인 미국에서는 행정명령과 규제법안이 잇달아 등장했고, 중국은 정부가 힘으로 빅테크 기업을 찍어 누르는 모양새다.대규모 과징금으로 미국 빅테크 기업을 견제해왔던 유럽도 디지털시장법이라는 새로운 법을 만들고 있다. 우리 정부도 빅테크 규제를 위해 일명 ‘온라인 플랫폼 법’을 준비하고 있다.

각국이 빅테크 규제를 어떤 움직임이 보이고 있는지 살펴보자.

미국

미국 의회는 1년전 빅테크 기업의 문제를 지적하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구글, 애플, 아마존, 페이스북 등 빅테크 기업들이 시장지배적 지위를 이용해서 자사 서비스를 우대하고,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보고서를 근거로 지난 6월 미 하원은 온라인 플랫폼 기업을 규제하기 위한 5개 법안을 발의했다. 플랫폼 독점 종식 법, 플랫폼 경쟁 및 기회 법, 미국 혁신 및 선택 온라인 법, 서비스 전환 허용에 따른 호환성 및 경쟁 증진 법, 합병신청 수수료 현대화법 등 5개 법안이다.

이 법안들은 빅테크 기업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예를 들어  5개 법안이 통과되면 아마존이 자체 브랜드 제품을 자사 플랫폼에서 판매하는 행위를 불법으로 규정된다. 플랫폼 기업의 인수합병도 어려워진다. 페이스북이 인스타그램을 인수하는 것처럼 잠재적 경쟁자를 인수할 때는 기업결합 심사를 강화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구글이 검색엔진에서 유튜브 동영상을 먼저 보여주는 행위도 불법이 된다.

미국이 이와 같은 규제법안을 만드는 이유는 빅테크 기업의 영향력이 지나치게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독점에 대한 강한 견제의식이 작동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장에 리나 칸 미 컬럼비아대학 교수를 선임했는데, 그는 ‘아마존의 반독점 역설(Amazon’s Antitrust Paradox 링크)’이라는 논문으로 유명한 인물이었다. 이 논문은 플랫폼 산업에 맞는 새로운 독점규제가 필요하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7월 빅테크 규제를 미리 시행하는 ‘미국경제에 경쟁을 촉진하기 위한 행정명령’을 발동 당시 “기업의 영향력이 너무 비대해져 생기는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미국에서는 ‘반독점 대헌장’으로 불리는 셔먼법에 따라 석유시장을 장악했던 스탠더드오일은 33개 회사로, 담배시장을 장악했던 아메리칸토바코는 16개 회사로, 통신시장을 장악했던 AT&T는 각 지역별 사업자로 각각 쪼개진 바 있다.

중국

중국은 사회주의 국가라는 특성으로 인해 빅테크 규제가 어느나라보다 빠르고 전격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중국 공산당은 지난 1년간 디디추싱ㆍ텐센트ㆍ알리바바ㆍ바이트댄스 등 기술기업에 대해 전례 없는 규제에 나섰다.


중국정부는 역대 최대 IPO로 기대 모았던 앤트그룹 상장을 막았고, 만류에도 불구하고 뉴욕증시에 상장한 디디추싱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와 규제를 진행했다. 틱톡을 소유한 바이트댄스 상장도 무기한 연기됐다.

중국 역시 입법을 통한 규제도 강화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반독점법 개정안을 준비하고 있는데 개정안은 위법 행위에 대한 벌금을 대폭 상향하고, 독점협의를 한 사업자의 법정 대리인과 주요 책임자, 직접 책임자에 대한 처벌 규정을 강화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중국이 이같은 빅테크 규제에 나선 표면적인 배경은 ‘공동부유(共同富裕)’를 위한 것이다. 시진핑 주석은 지난 8월 중국 경제의 미래 좌표를 ‘함께 잘사는 사회를 향한 정비작업, 공동부유’으로 공식화했다. 급성장 과정에서 빈부격차가 심해지는 사회문제 등를 해결하기 위해 공동부유의 기반을 2035년까지 완성한다는 목표다.

하지만 이런 대의명분보다는 빅테크 기업에 대한 ‘괘씸죄’가 작용했다는 분석이 일반적 해석이다. 알리바바의 마윈 창업자가 지난 해 지난해 10월 상하이금융포럼에서 중국 정부를 비판하는 연설을 한 것이 발단이 됐다는 것이다. 당시 연설은 중국 관료의 관리가 혁신을 저해한다는 비판을 담고 있었다. 이 연설이 시진핑 주석의 기분을 상하게 했고, 현재까지의 빅테크 규제 쓰나미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유럽

유럽 의회는 빅테크 규제를 위해 디지털시장법(DMA)이라는 새로운 법안을 만들고 있다. 이 법은 특정 기준을 충족하는 플랫폼 기업을 ‘게이트키퍼’로 지정해 강도 높은 규제를 적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입점업체 데이터 유용, 자사 우대, 최혜국 대우 강요 등 플랫폼 특유의 불공정 행위 유형을 명시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수정안은 게이트기퍼의 기준을 연매출 80억유로(약 11조)로 정했다. 규제 대상은 온라인 중개, 검색엔진, SNS, 영상공유 플랫폼, 개인통신 서비스, 운영체제, 클라우드 컴퓨팅, 광고 서비스,  웹 브라우저, 커넥티드 TV, 가상 비서 등이다.

게이트키퍼로 지정되면 활동에 많은 제약을 받는다. 예를 들어 게이트키퍼가 디지털시장법을 위반하면 EU는 기업결합 금지 명령을 내릴 수 있다. 타깃 광고도 제약을 받는다. 맞춤형 광고 사업을 하기 위해 소비자의 개인정보를 결합하려면 유럽의 ‘일반 개인정보 보호법’(GDPR)에 따른 명시적이고 분명한 동의를 새로 받아야 한다. 미성년자의 개인정보는 보다 엄격한 규제를 적용받는다. 미성년 소비자의 개인정보는 동의 여부와 상관없이 맞춤형 광고(행태정보)나 직접적인 마케팅 등 상업적 목적으로 처리할 수 없다.

디지털시장법은 다음달 유럽의회 본회의에서 투표에 부쳐질 예정이다. 본회의를 통과하면 내년 상반기 각료이사회를 거쳐 최종 확정된다.

유럽은 미국 빅테크 기업의 영향력을 최소화 하려는 의도가 읽힌다. 유럽에는 구글, 애플, 아마존, 페이스북 등과 견줄만한 테크 플랫폼이 없다. 유럽 소비자들은 대부분 미국 빅테크 기업의 서비스를 이용한다. 이 때문에 유럽 시민의 정보를 모두 미국 기업이 보유하고 있고, 정보 인프라의 근간을 미국 빅테크 기업에 의존해야 하는 실정이다. 디지털 경제가 활성화 될 수록 유럽 경제나 유럽 시민의 생활은 미국 빅테크 기업에 의존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EU집행위원회가 반복적으로 구글 등 빅테크 기업에 천문학적인 과징금을 부과 하고 빅테크 규제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부는 산업발전과 소비자 보호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 하는 어려움이 있는데 유럽에는 산업적으로 발전시킬 빅테크 기업이 거의 없다.  역설적으로 유럽이 마음껏 빅테크 기업을 규제할 수 있는 배경이다.

한국

우리나라도 입법을 빅테크 규제가 이슈로 떠올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온라인플랫폼 공정화 법’과 ‘전자상거래등법’을 발의했고, 방통위가 전혜숙 의원을 통해 ‘온라인 플랫폼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공정위 법은 온라인 플랫폼이 입점업체에 대해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불공정행위를 막는 것이 핵심이다. 주요 내용으로는 ▲필수 기재사항을 명시한 계약서 작성·교부 의무 부과 ▲계약내용변경 시 사전통지 의무 ▲거래상 지위 남용행위 금지 및 보복조치 금지 등을 포함해 위반 시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했다.

방통위 안은 플랫폼과 입점 업체, 플랫폼과 소비자 관계를 종합 규율하되 ‘대규모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와 ‘(일반)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를 구분하는 차등 규제를 채용한 것이 특징이다. 공정위는 플랫폼 소비자 보호 문제는 온플법이 아닌 전자상거래법 개정에서 다루고 있다.

그러나 공정위와 방통위의 법안은 본질적으로 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어 중복규제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두 법안을 다루는 국회 상임위가 달라 문제다. 공정위 소관 상임위는 정무위원회이며, 방통위의 소관 상임위는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다. 보통 비슷한 법안이 제출되면 상임위에서 병합심사를 하는데, 이번에는 상임위가 달라 각기 심사하게 된다. 최근 정무위와 과기정통위에서 법안소위를 열고 법안심사를 했는데 중복규제라는 지적으로 인해 법안은 처리되지 않았다.

부처간 영역싸움에 산업계에 휩싸이면 혁신을 위축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 등 7개 협·단체가 모인 디지털경제연합(디경연)은 지난 22일과 24일 잇따라 성명서를 내고 온플법과 관련한 논의가 너무 급하게 이뤄지고 있다며 차기 정부에서 업계·학계와의 신중한 의견 조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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