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 업계 “제발 규제 좀 완화해달라” 하소연한 까닭

“현재 금융기관과 핀테크 간 대립각이 자꾸 형성되는데 규모만 봤을 때 대립각이 형성될 것이 아니다. 기업 종사자 수만 봐도 시중은행은 평균 1만명이 넘는데 비해 핀테크는 평균 35명이다. 이용금액은 신용카드사의 경우 8000조원이 넘지만 핀테크의 선불전자지급수단(흔히 포인트)은 약 171조원 규모이며, 시중은행의 분기 이익은 10조원이 넘는 반면 핀테크 기업은 적자 수준으로 상대가 안 된다” -류영준 한국핀테크산업협회장

한국핀테크산업협회가 24일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간담회 열고 핀테크 업계에 대한 규제 완화를 촉구했다. 핀테크 산업은 전체 금융권에서 빠른 속도로 영향력을 넓히며 금융사의 견제를 받고 있지만, 현실은 규제로 인해 성장이 위축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류영준 한국핀테크산업협회 회장

이날 간담회는 최근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핀테크 업계의 숙원사업 중 하나인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 개정 논의가 무산된 후 열렸다.

지난해 11월 발의된 전금법 개정안은 계좌 발급, 계좌 기반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종합지급결제사업(종지사) 허용, 후불결제 사업, 지급지시전달업(마이페이먼트) 등의 내용이 담겼다. 핀테크 업계에서는 개정안이 통과되면 지금보다 더 포괄적인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으나 결국 개정안 연내 통과는 물 건너갔다.

협회는 이날 전금법 개정안 통과 촉구를 포함해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의 중개에 대한 쟁점, 금융사와 동일한 규제, 망분리 규제 등 각종 규제에 대한 어려움을 호소했다.

“왜 금융사와 똑같은 규제를 받아야 하나?”

한국핀테크산업협회는 금융사와 동일한 규제를 적용받는 점이 과잉 규제라고 지적했다. 핀테크사는 금융업 진출을 하기 위한 관련 라이선스를 획득해야 하는 동시에 전자금융업 규제도 받는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핀테크사는 금융업의 일부만 서비스하고 있다. 예를 들어 카드사만해도 결제, 연회비, 카드론, 리볼빙, 의무수납제 등의 수많은 금융 서비스를 하는데, 그에 비해 핀테크사는 선불충전금 기반의 결제기능을 위주로 제공한다. 따라서 서비스 내용만 봤을 때 핀테크사가 카드사와 동일한 규제를 받는 것은 어폐가 있다는 이야기다.

장성원 한국핀테크산업협회 사무처장은 “이렇게 되면 핀테크 기업에도 금융사와 동일한 라이선스를 허용할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있다”며 “전자금융업자는 전자금융거래법에 따른 규제를 받아야 하며 관련해 전금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주장은 올해 시행한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과도 이어진다. 금소법에서는 해당 서비스를 하고 있는 사업자가 관련 라이선스를 취득하지 않을 경우 불법으로 간주하고 있는데, 앞서 금융위원회는 카카오페이가 보험중개(GA)업, 투자중개업 라이선스를 획득하지 않았다며 금융상품 추천 서비스가 불법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하지만 현행법에 따르면 핀테크사인 전자금융업자는 두 중개업을 획득할 수 없다. 현행 법간의 충돌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핀테크 기업이 덮어쓰고 있어 이중규제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결국 해당 업체들은 금융상품 비교 추천 서비스를 광고 형태로 전환한 상태다. 여기에 업체들이 맞춤형 상품이 아니라는 점을 사용자가 인지하도록 몇 가지 단계를 추가했다. 예를 들어,  “해당 서비스는 카카오페이가 아니라 OO금융업체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입니다”와 같은 추가 창을 띄우는 방식이다. 결국 사용자 불편만 가중되고 있으며 핀테크 업계의 경쟁력이 저하된다는 지적이다.

카카오페이 또한 한때 대출중개, 보험중개 서비스를 중단한 바 있다. 현재까지도 일부 보험중개 서비스를 중단한 상태다. 보험중개업을 하고 있는 인슈어테크 업체들은 핵심 서비스인 보험 상품 추천 서비스를 전면 중단하고, 사업모델을 광고로 바꿨다.

류영준 한국핀테크산업협회 회장은 당국이 빠른 시일 내에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을 촉구했다. 류 회장은 “(이 문제에 대해) 금융당국에서도 개선하려는 생각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개선이 늦어질수록 기존 업체들이 받는 피해가 늘어난다”고 강조했다.

“개발 환경에서라도 망분리 규제가 완화됐으면”

현행 법에서는 보안을 위해 금융 개발 환경과 운영환경에서의 망분리를 의무화하고 있다. 망분리는 인터넷을 통한 악성코드의 유입을 막기 위한 취지로, 인터넷PC와 내부망PC를 별도로 설치하는 방식을 말한다.

핀테크 업계에서는 개발환경에서라도 망분리 규제를 완화해달라는 요구를 꾸준히 해왔다. 개발 환경에서 인터넷 연결이 필수적인 오픈소스의 활용이 높아지고 있지만, 망분리 환경으로 인해 개발에 제약을 받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금융당국에서도 망분리 규제 완화에 대해 호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으나, 크게 진전이 없다는 것이 업계의 의견이다. 김남진 카카오페이 최고정보보호책임자(CISO)는 “망분리는 오랫동안 금융당국과 논의해온 사안으로 당국에서도 호의적으로 고민하고 있다”며 “그러나 속도의 문제가 있다”고 주의를 환기시켰다.

이어 “기술 환경의 변화속도가 빠른데 비해 망분리 규제 완화가 지연되다보니 개발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어려움에 맞닥뜨렸다”며 “개발 환경의 연결성을 보장하지 않고 개발 도구를 실행하는 것조차 어려워지고 있다”고 전했다.

예를 들어, 아이디라고 하는 통합 개발툴이 있는데 이 툴은 인터넷 연결이 되어야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개발 방법론이 필요한 서비스는 아예 개발 시도조차 망설여진다는 것이 업계의 의견이다. 더 나아가, 자유롭게 개발할 수 없는 환경인 만큼 개발자 이탈도 늘고 있다고 토로했다.

류영준 회장은 핀테크 산업 활성화를 위해 당국이 규제완화해줄 것을 다시 한번 당부했다. 류 회장은 “규제가 산업을 양성하는 방향으로 가야하는데 오히려 위축이 되면 업체들이 사전검열을 하기 때문에 제약이 온다”며 “규제를 조금 정비하면 좋을 것 같다”고 제언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홍하나 기자>0626hhn@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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