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신차’ 마케팅에 금융위 ‘눈살’ 찌푸린 이유

“OO은행 마이데이터 서비스에 가입하고 신차 받아가세요”

시중은행들이 경품 내걸기에 바쁘다. 커피 쿠폰은 기본인데다가 태블릿PC에 고급형 신차까지 경품으로 내걸고 있다. 모두 마이데이터 서비스 가입자에게 제공하는 경품이다. 1등은 고가의 신차, 2등은 태블릿PC, 3등은 커피쿠폰 등이다. 시중은행들은 경품 마케팅을 내세워 마이데이터 서비스 가입자 유치에 나섰다.

오는 12월 마이데이터 서비스가 시행되는 가운데, 사전 가입자를 끌어 모으기 위한 마케팅 차원에서다. 현재 50개 안팎의 기업이 마이데이터 본허가를 받았다. 시중은행은 초기 시장선점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섰다.

그러나 과도한 경쟁이 불붙은 은행들의 경품 경쟁에 금융당국은 불편한 기색이다. 당초 금융당국은 마이데이터 규제와 가이드라인을 만들 때 가입자 유치를 위한 업체들의 과도한 경쟁을 금지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다. 마이데이터가 민감한 금융 개인정보를 활용하는 만큼, 개인정보 보호를 우선시하기 위해서다.

이에 금융당국은 조만간 은행들에게 과도한 마케팅을 자제해달라고 권고할 계획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시중은행들에게 과도한 마케팅 경쟁을 자제해달라는 요청을 하려고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마이데이터 서비스 가이드라인 내용

그렇다고 은행들이 관련 법규를 어기는 것은 아니다. 마이데이터 서비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경제적 가치가 3만원을 초과하는 금전 등을 제공하는 과도한 마케팅은 금지 행위다. 다만, 사용자 1인당 3만원이 아닌 전체 사용자에게 제공하는 마케팅 평균 지급금액이 3만원을 넘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다.

관련해 금융위 측은, 은행들이 법을 어긴 것은 아니지만 과도하다고 보고 있다. 고가의 경품 제공은 사용자들의 무분별한 서비스 가입으로 이어지고, 이는 곧 개인정보 오남용, 유출 등의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은행들이 고가의 경품을 거는 과당 경쟁을 하다보면, 정보주체인 사용자는 약관을 제대로 인지하지 않은 채로 개인정보 활용 동의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은행들이 이렇게까지 마이데이터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무엇일까. 마이데이터는 오는 12월 준비된 사업자들이 먼저 시행하고, 내년 1월부터 모든 사업자들이 참여한다. 지금까지 핀테크 기업들이 금융 정보를 자사 플랫폼 하나에 모아 사용자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해오며 영향력을 키워왔는데, 앞으로는 이 서비스가 금융뿐만 아니라 공공, 의료, 교육 등으로 확대된다.

따라서 플랫폼 경쟁력이 곧 앞으로의 생존을 결정하는 요인이 된다. 특히 내년 1월 약 50여곳 안팎의 기업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서비스를 선보이는 만큼, 초기 시장 선점이 중요하다. 따라서 시중은행과 카드업계, 핀테크 업계 등은 마이데이터 서비스 시행일에 맞추기 위해 분주하다. 이때 사전 가입자라는 지표는 은행이 서비스 홍보를 하는데 긍정적 요인이 될 것이라고 판단해 경품 마케팅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타 은행에서는 직원들에게 마이데이터 서비스 영업을 시키기도 했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A은행은 마이데이터 부서 직원들에게 할당량을 주며 사전 가입자 수를 채워오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전해진다. 또 다른 은행은 창구에서 마이데이터 서비스 가입자를 유치하면 실적에 반영하겠다고 전하기도 했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친구가 A은행에서 근무하는데 어느 날 갑자기 자행 마이데이터 서비스 사전신청을 해달라고 부탁을 해왔다”며 “알고보니, 할당량이 있어 그걸 채워야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직장인 커뮤니티 등을 살펴보면, 자행 마이데이터 서비스에 가입해달라는 글을 종종 확인할 수 있다.

정보주체인 사용자들은 우선 주거래 은행에는 마이데이터 서비스 사전신청을 하는 분위기다. 마이데이터 서비스 사전신청을 한 직장인 B씨는 “주거래 은행에서 신차 경품을 준다고 하길래 밑져야 본전일 것 같아 일단 신청을 해봤다”며 “다른 주거래 은행에서 마이데이터 사전신청 시 경품을 준다고 하면 또 신청할 의향이 있다”고 전했다.

한편, 금융위에서는 사용자들의 마이데이터 서비스 가입 행태와 은행들의 마케팅 현황을 지켜보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현재 은행들의 마이데이터 마케팅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조만간 상부에 보고해 권고조치를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홍하나 기자>0626hhn@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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