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와 금융 디지털화에 대한 카뱅의 생각

#금융대장주 #금융메기

모두 카카오뱅크에게 붙여진 ‘별명’이다. 지난 8월 코스피 시장 상장과 함께 단숨에 국내 금융 대장주에 등극한 카카오뱅크는 지금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상장 후 카카오뱅크의 넥스트 스텝은 무엇일까.

카카오뱅크 출범 이후 금융권에는 디지털전환(DT) 붐이 일었다. 지점을 중심으로 영업을 해 온 시중은행들이 모바일과 IT기술에 주목하기 시작했고, 이는 전 금융의 디지털화를 불렀다.

카카오뱅크를 두고 다양한 평가가 쏟아지는 가운데, 당사자인 카카오뱅크는 어떤 전략을 갖고 대응을 하고 있을까. 카카오뱅크가 16일부터 3일간 열린 카카오의 기술 컨퍼런스인 ‘이프카카오’의 세션을 통해 기업공개와 금융권 디지털화 경쟁 등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

기업공개 후 달라진 점은?

카카오뱅크는 지난 8월 6일 코스피 시장에 상장했다. 장 마감 기준으로 시가총액 33조1620억원을 기록하면서 금융주 1위에 등극, 지금까지도 자리를 지켜오고 있다. 상장 과정에서 공모가가 지나치게 높다는 등의 논란이 있었으나 결과적으로 카카오뱅크의 잠재력에 대한 투자였다는 분석이 잇따랐다.

카카오뱅크는 기업공개를 단순한 자본확충이 아니라 다음 단계로 가기 위한 전환점으로 보고 있다. 정규돈 최고기술경영자(CTO)는 “기업공개는 재무관점에서 자본확충의 의미가 크다”면서도 “그러나 카카오뱅크가 그동안 보여준 혁신과 가능성에 대한 대내외 공식적인 평가와 인정을 받은 자리였다”고 말했다.

이어 “다행히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이러한 인정 뒤에는 또 다른 책임감이 있다”면서 “이번 기업공개를 또 다른 시각으로 보고 있으며 ‘같지만 다른 은행 시즌2’를 준비하고 있다”고 변화를 예고했다.

시중은행, 핀테크 기업 추격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국내 금융업계의 DT는 인터넷전문은행과 핀테크 기업들의 출현을 계기로 활발해지고 있다. 과거에는 금융권 내에서만 경쟁했으나 이제는 기술을 기반으로 한 인터넷전문은행과 핀테크 기업들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금융사들이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그 중에서도 카카오뱅크는 인터넷전문은행으로서 금융권의 메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100% 모바일 기반의 비대면 서비스는 기존 금융사들에게 영향을 미쳤다.

관련해 카카오뱅크는 이러한 현상을 경계하기보다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전했다. 정 CTO는 “카카오뱅크의 혁신에 따라 시중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 핀테크가 본격적으로 경쟁하는 시대가 열렸다”며 “디지털 금융시장이 확장, 발전하는데 이들 모두가 경쟁자이자 혁신의 동반자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소비자 관점에서는 디지털 금융 서비스가 향상되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고 덧붙였다.

금융기술 연구소는 무엇을 할까?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4월 금융당국의 혁신금융서비스를 지정받아 금융기술 연구소의 설립을 허가받고, 올해부터 운영하고 있다. 연구소를 통해 블록체인, 인공지능(AI) 영상처리, 동형암호화 등을 연구하고 있다. 결과물은 카카오뱅크 서비스에 적용한다.

정 CTO는 “기술혁신은 내부의 노력, 대학 연구소, 핀테크 기업 등 외부 연계가 반드시 필요한데, 이런 노력을 용이하게 만드는 것이 카카오뱅크의 금융기술 연구소”라며 “혁신 금융 서비스를 통해 규제 예외를 받아 자유로운 협업이 가능한 장소를 카카오뱅크 내에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IT시스템에 오픈소스인 리눅스를 도입한 결과는?

카카오뱅크는 전체 IT시스템에 오픈소스인 리눅스를 도입했다. 금융사 대부분이 도입한 유닉스와 달리, 리눅스는 개발자가 원하는대로 특정 기능을 더하고 빼는 것이 수월하다. 주로 클라우드 기반의 시스템으로 많이 쓰이고 있다.

리눅스 도입으로 카카오뱅크는 비용을 절감했다고 밝혔다.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는 “리눅스 기반의 오픈소스 도입 결과, 기존 시스템 구축대비 비용을 33%밖에 쓰지 않았다”며 “데이터베이스 매니지먼트 시스템으로 마이SQL을 도입하면서 오라클 제품 사용대비 60% 수준의 비용만 소요됐다”고 말했다.

카카오뱅크는 IT를 통해 줄인 비용은 고객 혜택으로 이어졌다고 강조했다. 가장 두드러진 것이 수수료 절감이다. 카카오뱅크는 출시 이후부터 지금까지 전국 모든 은행과 편의점 현금자동인출기(ATM)에서 출금 시 수수료를 수취하고 있지 않다.

카카오뱅크에 따르면, 출범부터 올 8월까지 카카오뱅크 고객대신 지급한 ATM 수수료는 약 1692억원이다. 매월 200만 명의 고객이 약 600만건의 ATM 인출을 수수료 없이 사용하고 있다. 특히 이 중에서 35%는 편의점 수수료로 나타났다.

윤 대표는 “편의점 수수료는 은행에 비해 비싸지만 접근성이 높아 무료로 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우리나라에는 편의점만 5만개”라고 강조했다.

카카오뱅크의 기술팀은 무엇을 고민하고 있을까?

현재 카카오뱅크 기술팀에게 주어진 과제는 크게 두가지다. 먼저 모던 아키텍처 전환이다. 기존 금융권에서 주로 쓰는 방식은 계정계 중심의 모놀리식 구조다. 단일 시스템과 단일 데이터베이스시스템으로 이뤄져 있다.

그러나 카카오뱅크가 필요한 아키텍처는 1700만명의 고객이 일으키는 트래픽을 뒷받침해야 하며, 다양한 비즈니스를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 모바일 기반 서비스에서 발생하는 트래픽과 변동성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시스템 역할별 분산이 필요하다.

정규돈 카카오뱅크 최고기술경영자(CTO)

정 CTO는 “여기서 말하는 분산은 나눈다는 이야기로, 이는 곧 시스템 장애와 비즈니스 요구에 대한 업데이트가 수월하다는 뜻”이라며 “다만 시스템을 나누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때 분산된 시스템간의 통신, 분산된 트랜잭션 관리, 장애 등 여러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를 찾아주는 엔지니어링 기술이 필요하다. 정 CTO는 “카카오뱅크는 처음부터 개발자들이 자체적으로 내부 엔지니어링 기술을 바탕으로 대응하고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두 번째는 비대면 기술 혁신이다. 모바일 기반의 카카오뱅크는 은행에서 영업점을 통해 할 수 있는 대면절차를 비대면으로 전환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AI, 빅데이터 기술이 필수적이다. 또 신분증 인식에 필요한 문자인식, 얼굴인식을 위한 영상처리 부정사용 방지, 사용자 추천을 위한 데이터 분석 등의 기술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카카오뱅크는 은행을 엔지니어링하자는 모토로 금융 문제를 기술로 풀어나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 CTO는 “개발자는 초기부터 서비스 논의를 같이 한다”며 “오픈소스를 기반으로 개발을 하는 등 모든 것이 기술 기반의 기업문화를 지향한다”고 밝혔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홍하나 기자>0626hhn@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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