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로 저가형 전기차에 쓰는 배터리로 알려진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에 테슬라를 비롯한 글로벌 전기차 회사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테슬라가 LFP 배터리의 채택 비중을 늘릴 것이라 밝힌 데다, 애플이나 폭스바겐, 포드 같은 기업도 LFP 배터리 탑재를 고려하고 있다. LFP 배터리는 그간 중국에서 주로 생산되어 온 제품인데, 최근에는 우리나라 기업도 개발에 팔을 걷는 분위기다. 대표적으로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이 LFP배터리 개발을 검토 중이다. 다만, LFP는 중국 시장에 특화해 사용됐던 제품이라 국내 기업의 시도가 성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가성비·안전성 모두 갖춘 LFP배터리

일단 LFP배터리가 무엇인지 부터 살펴보자. LFP배터리에는 리튬과 더불어 인산, 철 원소가 포함된다. 이 원소는 우리나라 배터리에 사용되는 니켈, 코발트, 망간 등 원소에 비해 저렴하다. 따라서 LFP배터리 자체가 가격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주로 CATL, BYD등 중국 기업에서 생산하는데, 배터리 원재료 대부분 중국에서 생산되기 때문에 현지에서 더 저렴한 가격으로 LFP배터리를 만들 수 있다. 중국 시장은 가성비를 중시하는 경향이 있어  LFP배터리 시장을 공략하는데 유리한 면이 있다.

하지만 LFP배터리는 NCM배터리를 비롯한 3원계 배터리에 비해 에너지 용량이 낮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철이 니켈에 비해 에너지 용량이 낮기 때문이다. 에너지 용량이 낮다는 것은 곧 주행거리가 더 짧다는 것을 의미한다. 주행거리가 짧으면 그만큼 자주 충전해 줘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따라서 3원계 배터리에 비해 주행거리가 짧은 LFP배터리는 주로 저가형 전기차에 탑재된다.

LFP배터리가 대세가 된다?

그런데 이 LFP배터리를 탑재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 10월 말, 테슬라가 중국 비야디(BYD)로부터 LFP배터리를 공급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애플도 애플카에 LFP배터리를 탑재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 폭스바겐, 포드 등 전통 완성차 업체들도 LFP배터리 비중 확대를 검토 중이다.

나름의 해결책을 찾았기 때문이다. 테슬라, 애플 등 기업은 LFP배터리의 안전성과 가격 경쟁력은 취하고, 에너지 용량 한계는 소프트웨어 기술로 보완할 방침이다. 소프트웨어를 통해 저전력을 구현하고, 주행 거리를 늘릴 계획을 가지고 있다.

국내 배터리 3사도 이 같은 시장 상황을 인식하는 분위기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은 LFP배터리 개발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이들이 밝힌 가장 큰 이유는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위해서다. 전기차 시장이 확장되면서 배터리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데, 완성차 업체는 현재 어떤 배터리라도 조건만 맞으면 달라고 하는 중이다.

또한, 지금이 LFP배터리를 개발할 적기라는 판단도 나오고 있다. 국내 배터리 기업 관계자는 “LFP배터리 IP 특허가 만료되는 시점이 왔다”며 “이 시점에 LFP배터리 연구에 착수하는 것이 이익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모두가 LFP 배터리 시장 참여를 긍정적으로 보는 것은 아니다. 삼성SDI는 “LFP배터리를 개발할 계획이 없다”며 못박았다. 이미 중국 업체들이 LFP배터리 시장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그간 주력해 오던 3원계 배터리를 중심으로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삼성SDI는 중저가형 전기차 시장에 가격이 비싼 코발트를 제외한 ‘코발트 프리’ 배터리를 공급하고, 프리미엄 시장에는 에너지 용량이 높은 NCA배터리를 공급할 계획이다.


“한국이 LFP경쟁력 가지기 어려워”

LFP배터리 시장 전망은 갈리고 있다. 일부는 LFP배터리가 중저가형 시장을 선점할 것이라고 보고 있는 반면, 일각에서는 LFP배터리 대신 NCM배터리가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하지만 LFP배터리 시장과 별개로, NCM배터리 시장은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익명을 요청한 배터리 시장 전문가는 “LFP배터리 강자 CATL도 NCM배터리 개발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는데, 이는 3원계 배터리 전망이 밝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지금의 디젤차, 휘발유차처럼 미래에도 전기차 시장이 세분화될 것으로 예상되며, 3원계 배터리 시장은 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국내 배터리 업체가 LFP배터리 시장을 새롭게 개척하는 것보다 3원계 배터리를 지속 개발해 나가는 것이 시장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방법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 배터리 업체가 중국보다 더 저렴한 배터리를 만드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배터리 원재료 대부분은 중국에서 생산된다. 중국은 원재료를 자체 공급해 원가를 낮출 수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중국으로부터 원재료를 수입하는 과정에서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LFP배터리를 찾는 기업은 대부분 가성비를 중시하는 완성차 업체인데, 가성비 면에서 이미 중국에게 밀리기 때문에 실효성이 없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지속해서 기술 중심 배터리를 개발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언급한 배터리 시장 전문가는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도 LFP배터리 개발을 검토한다고만 했지, 구체적인 계획을 말한 것은 아니다”라며 “판단했을 때 LFP배터리 시장에서 경쟁력이 없을 것이라고 판단된다면, 개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배유미 기자>youme@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