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인텔 거쳐온 연구원이 국내에 팹리스 스타트업 차린 이유
D램 70%, 파운드리 14%, 팹리스 1% 내외.
한국 반도체 산업의 현재 상황이다. 메모리와 파운드리 시장에서 세계 1, 2위를 달리고 있지만 팹리스 시장은 비교적 활성화돼 있지 않다. IC인사이츠에 따르면, 한국의 팹리스 시장점유율은 1% 수준이다. 미국 약 65%, 대만 17%, 중국 15%에 비하면 매우 적은 수치다.
하지만 국내에서 기지개를 켜기 시작한 팹리스 기업도 있다. 딥아이가 그 중 하나다. 국내 팹리스 시장이 활성화되지 않았음에도 딥아이는 미국 과기부 최우수연구상,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현재 인공지능 기술 병합, 초저전력 메모리, 메모리 버퍼 등 10여개의 원천기술 특허를 국내외 출원했다. 더불어 한국 정부가 주도하는 12억 규모의 혁신기업 빅3() R&D 과제를 수주하는 데에도 성공했다.
딥아이는 먼저 메모리 버퍼를 국산화하고, 추후 글로벌 주요 반도체 기업에 메모리 버퍼를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기술을 적극 개발하고 있다. 미국 과기부 최우수연구상, 대통령상을 수상하고, 정부가 주도하는 12억 규모의 3대 신산업(반도체·바이오헬스·미래차, Big 3) R&D 과제를 수주한 것이 딥아이의 경쟁력을 대변해준다. 변경수 딥아이 대표는 창업 이유를 “반도체 내재화에 일조하고, 팹리스 부문에서도 세계 시장에 K반도체의 위상을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딥아이가 국내 메모리 버퍼 시장을 노린 이유
딥아이는 시스템반도체, 그 중에서도 메모리 버퍼에 주력하고 있는 팹리스 스타트업이다. 메모리 버퍼란 프로세서가 데이터를 주고받을 때 데이터를 임시 저장해 대용량의 데이터를 고속으로 처리하도록 돕는 장치를 말한다.
많은 양의 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메모리를 탑재해야 하는데, 각 메모리가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프로세서와 상호작용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 메모리 버퍼가 필요하다. 따라서 메모리 버퍼의 수요도 그만큼 증가한다. 따라서 첨단 기술의 발전은 곧 메모리 버퍼 수요로 이어진다.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등 기술이 발전하면 처리해야 할 데이터 양이 늘어난다. 많은 양의 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SSD를 탑재해야 하는데, 인터페이스 역할을 하기 위해 메모리 버퍼의 수요도 그만큼 증가한다. 즉 첨단기술의 발전은 곧 메모리 버퍼 수요로 이어진다.
변경수 대표는 이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메모리 버퍼를 설계하기로 결심했다. 그간 한국 반도체 업체는 메모리 버퍼를 전량 수입해 왔다. 하지만 코로나19, 무역갈등 등 시장 불확실성의 여파가 이어지면서, 메모리 버퍼 공급이 불안정해졌다. 메모리 기업은 시장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부품 국산화, 공급망 다변화를 시도하기 시작했다.
변 대표는 “삼성전자, 인텔 등 주요 기업이 메모리 버퍼 공급망 다변화를 시도하고 있다”며, “딥아이가 출시할 제품을 이 시장을 노린 것으로, 시장 성장과 함께 딥아이도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쟁력은 경력으로부터”
변경수 대표는 20년 동안 삼성전자, 인텔 등 주요 반도체 기업에서 메모리 설계팀 책임 연구원을 담당하며 그 전문성을 인정받았다. 미국 반도체기업 인파이(Inphi)에서 메모리 버퍼를 개발하기도 했다.
20년 경험은 반도체 개발 시 오류를 해결하는 데 가장 큰 도움이 됐다. 반도체 하나에는 트랜지스터(반도체 소자) 수억 개가 들어가는데, 트랜지스터 하나만 잘못 배치해도 전체 칩이 작동하지 않는다. 반도체가 작동하지 않으면 오류를 해결하기 위해 하나 하나 케이스스터디를 하며 원인을 찾지만, 수억 개의 트랜지스터를 모두 확인하는 것은 분명 무리가 있다.
변 대표는 삼성전자와 인텔에서 책임연구원을 담당하며 여러 반도체 회로 오류 사례를 봤는데, 그 경험을 토대로 문제점을 예측하고 개선했다. 그는 “경험을 토대로 추측하고 수정한 결과, 실제로 반도체가 작동했다”며 “몸소 현장에서 체험한 것들이 딥아이를 운영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줬다”고 말했다.
변 대표가 강조한 딥아이의 가장 큰 경쟁력은 ‘초저전력 기술’이다. 변 대표는 20년 간 초저전력 회로를 연구해 왔는데, 이를 딥아이 메모리 버퍼에도 적용했다.
기존 메모리 버퍼는 오프칩 형태(프로세서 외 구성품이 모두 외부에 위치한 것)로 배치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변 대표는 이를 하나의 칩처럼 묶어 온칩(On Chip)화했다. 이렇게 하면 단일 칩처럼 솔루션 내부에서만 데이터가 오고 가며, 추가 전력 소비를 줄일 수 있다. 또한, 데이터가 칩 안에서만 움직이기 때문에 데이터 유출 우려가 적으며, 신뢰성 면에서 더 높다.
변 대표는 “딥아이는 메모리 버퍼 온칩화를 통해 저전력을 구현했으며, 속도도 기존 제품과 동일하거나 20%가량 높였다”고 설명했다.
국산화를 넘어 세계 주요 팹리스로
딥아이는 2022년~2023년 사이에 완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변경수 대표는 “설계 자체는 거의 마쳤으며, 현재 프로토타입을 만드는 중”이라며 “우선 시제품을 출시해 핵심 제품을 잡은 후, 1년 반 동안 고객의 요구를 반영해 제품을 업데이트할 것”이라고 말했다.
차세대 D램 DDR5 시장도 노리고 있다. 내년 하반기부터 DDR5 시장이 활성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딥아이는 DDR5 평가를 통과하고 표준을 충족해 삼성·인텔 등 고객사에 납품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변 대표는 “국내 기업에 DDR5 메모리 버퍼를 납품하고, 추후 해외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라며 “기술 개발에 주력해 더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내년 상반기에는 시리즈A 투자를 마무리 짓고, 시리즈B, C 라운드도 진행할 예정이다. 모금액은 대부분 양산이 가능한 완제품을 개발하는 데 사용할 예정이다. 제품 하나의 상품성을 입증한 후, 다음 단계를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변경수 대표는 여러 제품을 한 번에 개발하는 것보다, 늦더라도 경쟁력 있는 제품 하나를 만드는 것이 매출을 파격적으로 올릴 수 있는 방안이라고 보고 있다. 마지막으로 그는 “현재 개발하고 있는 제품이 매출까지 완전히 이어진 후, 추가 로드맵을 구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배유미 기자> youm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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