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갈등에도 중국 향하는 SK하이닉스 파운드리

미국의 중국 제재에도 SK하이닉스가 계획대로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자회사 SK하이닉스 시스템IC 시설을 중국 우시 지역으로 이전한다. SK하이닉스는 미중무역분쟁 이전부터 파운드리 시설을 우시 지역으로 옮길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미중 무역갈등이 여전한 데다가, 미국이 반도체 기업을 대상으로 압박을 넣고 있는 상황이기에 SK하이닉스의 중국 영업에도 차질이 생기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SK하이닉스는 미중 갈등과 SK하이닉스시스템IC의 시설이 중국 우시 지역으로 옮겨가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고 보고 있다.

SK하이닉스시스템IC가 중국 우시로 파운드리를 이전할 것이라고 밝힌 것은 2018년 7월경이다. SK하이닉스는 2006년부터 중국 우시에서 메모리 반도체를 생산해 왔고, 지속해서 공장을 증설해 나갔다. 이후 SK하이닉스는 우시를 중국 진출의 교두보로 삼아 왔다. 2019년에는 우시2공장 C2F를 설립했다. 또한 2021년 10월 9일에는 중국 업체와 협업해 우시에 3700억원 가량의 반도체 산업단지를 조성하기로 했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외신이 보도하기도 했다.

SK하이닉스가 중국 우시 지역을 공략하는 이유는 SK하이닉스 파운드리 고객사인 팹리스(생산라인 없이 반도체 설계만 하는 반도체 기업)가 밀집한 지역이기 때문이다. 파운드리의 주고객사는 팹리스 기업인데, 이들의 접근성을 용이하게 하는 것이 SK하이닉스 파운드리 사업에 유리하다.

우리나라의 반도체 산업은 메모리와 파운드리 위주로 개발돼 있으며, 팹리스 산업은 활성화돼 있지 않다. 그러다 보니 국내에서만 발생하는 파운드리 수요는 크지 않다. 하지만 중국에는 팹리스 고객사가 1000곳 가량 된다. 또한 SK하이닉스시스템IC는 8인치 웨이퍼를 중심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현재 수요가 발생하고 있는 부문도 8인치 웨이퍼 중심이기 때문이다.

또한, 8인치 웨이퍼 중심으로 파운드리 사업을 영위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의 규제망에서도 벗어났다. 미국은 현재 중국의 10나노 이하 공정, 이른바 ‘선단(Advanced) 공정’을 중심으로 제재를 가하고 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SK하이닉스가 제공하는 것은 8인치 웨이퍼를 중심의 구형 파운드리이기 때문에, 미국의 제재를 받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추후 우리나라 팹리스 기업이 활성화될 경우에는, 키파운드리가 파운드리 수요를 감당할 가능성도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달 29일 국내 8인치 웨이퍼 파운드리기업 키파운드리를 인수한다고 밝혔다. 키파운드리는 현재 SK하이닉스시스템반도체IC에서 생산되는 양의 반도체만큼 생산하고 있어, 인수를 완료할 시 현재 생산량의 2배를 기록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SK하이닉스 측은 “얼마 전 인수 계약을 마친 상황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사항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일축했다. 하지만 현재 정부 차원에서 K반도체 전략 등을 통해 팹리스 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한 정책을 제시하고 있는데, 우리나라 팹리스 기업이 활성화되는 데 키파운드리의 중요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시스템IC의 기존 청주 부지에는 SK실트론이 들어선다. 그간 SK하이닉스는 기존 SK하이닉스시스템IC 생산라인의 층고가 낮고 시설이 노후하다는 이유로 처리 방안을 모색하고 있었다. 그 가운데 SK실트론이 그 자리에 들어서게 된 것이다. 해당 공장에는 이미 클린룸을 비롯한 시설이 갖춰져 있어, SK실트론은 웨이퍼 생산에 필요한 장비만 구축하면 된다. 두 기업의 이해가 맞아떨어져, SK실트론은 해당 공장에 들어가게 됐다.

SK실트론이 들어선 후, 청주 공장에서는 월 2~3만장의 12인치 웨이퍼가 생산될 예정이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배유미 기자> youm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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