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가속화 되면서 금융산업에서 IT는 핵심 경쟁력으로 자리잡았다. IT를 활용한 서비스 혁신, 비즈니스 모델 혁신에 따라 많은 금융사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금융사들은 금융권 내에서만 서로 경쟁했지만 이제는 기술로 무장한 핀테크 업체들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 전통 금융업체들은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지난 22일 KB국민은행이 내부적으로 개최한 ‘KB테크포럼 2021’은 금융권의 이같은 상황을 잘 보여준다. 은행이 별도의 기술 행사를 개최하고, 이를 언론에 알리는 것은 과거에는 생각하기 힘든 일이다. 하지만 이제 은행도 테크 행사를 통해 내부적으로 기술역량을 키워야 하는 상황에 온 것이다. 또 행사를 외부에도 알려 기술 기업으로 브랜딩하려는 모습도 엿보인다.

KB국민은행은 디지털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20년 동안 유지해온 메인프레임을 걷어내기로 결정한 것도 이러한 이유로, 클라우드, 메타버스, 인공지능 등 신기술 도입에 적극적이다. 느리고 수직적인 과거 은행 조직문화 대신 빠르고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해 애자일(Agile) 업무 방식을  시범 도입하기도 했다.

이번에 개최된 ‘KB테크포럼 2021’은 테크그룹 개발자들이 참여해 내부 혁신 사례를 발표는 자리였다. 코어뱅킹 현대화, 애자일하게 일하는 방법, KB 원클라우드 쿠버네티스 서비스(OKS) 구축사례 등 실무자 발표가 이어졌다. 이날 발표 주제는 국민은행이 관심을 가지고 도입을 고려하고 있는 기술이다.

국민은행은 지난 22일 ‘KB테크포럼 2021’을 진행했다.

주목해야 할 점은 포럼이 열린 시기다. 올해 국민은행은 전체 IT의 흐름을 살펴보고 테크조직을 지원할 테크그룹을 신설했다. 여기에 국민은행은 윤진수 국민은행 IT총괄을 테크그룹 부행장으로 임명하고, 네이버 출신인 박기은 최고기술책임자(CTO)를 테크그룹 소속 테크기술본부장으로 영입했다. 테크그룹이 포럼을 통해 내부 개발자들과 직접 소통하고 IT전략에 변화를 주기 위한 기틀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이날 나온 발표를 종합하면, 국민은행은 코어뱅킹의 현대화와 함께 프로젝트 중심의 업무 방식인 애자일 문화를 확산할 계획이며, 클라우드 기반의 개발환경을 마련한다.

“코어뱅킹을 현대화하라”

국민은행은 20년 간 사용해온 메인프레임을 걷어낼 예정이다. 오는 2025년 메인프레임 계약만료 시점에 맞춰 IT인프라의 변화를 꾀하겠다는 전략으로, 이것이 국민은행이 말하는 ‘코어뱅킹의 현대화’다.

눈여겨 볼 것은 국민은행이 코어뱅킹에 클라우드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는 점이다. 코어뱅킹은 여수신 업무 등 직접적인 금융거래를 담당하는 시스템이다. 단 하나의 오차나 정보유출도 허용할 수 없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안정성에 최우선의 비중을 두고 시스템을 구축한다. 클라우드가  다양한 산업에서 활용되면서 신뢰성을 얻었다고는 하지만, 국내 은행 코어뱅킹 시스템에서 사용된 사례는 아직 없다. 시중은행들은 상대적으로 덜 민감한 채널계, 정보계 등에 주로 클라우드를 도입하고 있다. 지금까지 메인프레임을 고수해왔던 국민은행이 가장 먼저 클라우드 기반의 코어뱅킹 시스템을 구축한다면 과감한 결정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코어뱅킹 현대화를 위해 국민은행 개발자들은 프로젝트 사례를 발표했다. 한 번에 인프라를 바꾸는 빅뱅 방식으로 코어뱅킹을 손보기보다 단계별로 시스템을 현대화할 수 있는 방안과, 시스템을 슬림화하고 사용자 중심으로 개선하는 등의 약 100여 건의 사례를 공유했다. 외국환 여신한도 신규해지 정정거래 신설, 기간별 환율변동 추이 시각화 등의 사용자 중심의 과제와 수기 업무를 원스톱 프로세스로 전환, 외국인 직접 투자신고 디지털화 등의 업무 슬림화에 대한 발표가 이어졌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코어뱅킹 현대화를 위해 각 부서 별 자체적으로 진행했던 과제를 공유한 자리”라며 “단계적으로 먼저 할 수 있는 것을 찾고 개선점에 대한 발표가 이뤄졌다”고 전했다.

“업무방식은 애자일(Agile)하게”

애자일은 민첩성을 뜻하는 말로, 부서 간 장벽을 없애고 프로젝트에 필요한 인력을 구성해 업무를 하는 것을 말한다. 핀테크나 IT기업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업무 방식이다. 금융사에서도 최근 이러한 업무 방식을 일부 부서에 적용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코어뱅킹 현대화를 위해 애자일 조직을 운영했다. 프로젝트에 필요한 인력을 부서에 상관없이 투입하고, 팀장이나 부서장이 아니라 대리나 과장급의 실무자를 프로젝트 오너(PO)로 정했다. 보고서가 아니라 협업툴로 의사소통을 하며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일을 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작은 프로젝트지만 금융사에서 애자일 형태로 업무를 했다는 점이 의미가 있다”며 “직원들이 보고서가 아니라, 주어진 업무를 관리하고 개발 방법론을 직접 적용해보는 등의 경험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경험이 쌓여 앞으로 더 많은 업무에 애자일 방법론을 도입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국민은행은 최근 애자일 전담조직을 만들었다. 현재 조직 내 인력 구성을 하는 단계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애자일 전담 관리 조직은 애자일 업무를 위한 코칭 등 체계적인 지원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개발환경도 클라우드로”

국민은행은 클라우드 서비스인 ‘KB 원클라우드 쿠버네티스 서비스(OKS)’를 준비 중이다. 이르면 다음 달 중으로 서비스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 국민은행의 하이브리드 클라우드인 원클라우드를 기반으로 한다. KB OKS는 지금까지 개발자들이 서버 환경에서 개발을 했다면 이 서비스를 통해 클라우드에서 개발할 수 있도록 한다. 클라우드의 장점처럼 사용량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으며 인프라 도입 시간을 줄일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결과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프로젝트의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는 것이 국민은행 측의 설명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별도의 서버를 도입하지 않아도 필요한 경우 개발환경을 제공하고 관리해준다”며 “쿠버네티스 기능을 이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KB 원클라우드 OKS는 올해 국민은행에서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프로젝트”라며 “원클라우드는 은행뿐만 아니라 KB금융 그룹사들도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래 플랫폼 메타버스, 놓칠 수 없다”

국민은행은 가상현실(VR) 브랜치(지점)을 준비 중이다. VR 기기인 HMD 오큘러스를 활용한다. 실제 송금, 계좌개설 등 금융거래가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VR 콘텐츠처럼 미래 금융 서비스를 체험할 수 있는 정도다. 예를 들어 고객은 오큘러스를 착용한 뒤 가상 영업점에서 아바타를 통해 VIP 창구 상담, 투자성향 분석 등의 서비스를 체험할 수 있다. 관련해 테크그룹에서 콘텐츠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있다. 다음 달 여의도 본점 지하와 인사이트 지점에 VR 브랜치 체험관을 마련할 계획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고객들이 VR 브랜치를 체험할 수 있는 테스트베드를 구축하고 있다”며 “다음달 말 서비스 1차 오픈을 한 후 고객들의 피드백을 받아 어떤 방향으로 갈지 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홍하나 기자>0626hhn@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