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엔솔 이어 삼성SDI도 미국 배터리 시장 진출 성큼

삼성SDI가 세계 4위 완성차업체 스텔란티스(Stellantis)와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미국에 전기차 배터리 셀·모듈 생산라인을 만든다. 늘어나는 전기차 배터리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한 결정이다.

삼성SDI는 양사가 최근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을 위한 합작법인 설립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22일 밝혔다. 경쟁자인 LG에너지솔루션(LG엔솔)이 스텔란티스와 전기차 배터리 합작법인을 설립할 것이라고 발표한 지 나흘 만이다.

양사는 2025년 상반기부터 미국에서 연간 23GWh 규모로 전기차 배터리 셀과 모듈을 생산하는 공장을 건설한다. 추후 공장의 규모를 40GWh까지 확장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합작법인에서 생산되는 배터리는 스텔란티스 공장에 공급돼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PHEV)부터 순수 전기차까지 전반적인 차세대 전기차 제품군에 탑재된다. 합작법인 사명과 위치는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다.

전영현 삼성SDI 사장은 “친환경 시대에 발맞춰 전동화 전략을 가속화하고 있는 스텔란티스와 합작법인을 설립하게 돼 기쁘다”며 “앞으로 합작법인을 통해 삼성SDI의 배터리 기술력과 품질∙안전성을 바탕으로 북미 전기차 시장에서 고객들에게 최고의 만족을 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삼성SDI 전기차 배터리 (자료: 삼성SDI)

배터리 협업 강화하는 스텔란티스

앞서 언급했듯, 스텔란티스의 손을 잡았다고 먼저 발표한 곳은 LG엔솔이다. LG엔솔의 발표 직후, 삼성SDI가 미국 진출에 실패한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왔다. 스텔란티스는 제2의 테슬라라 불리는 전기차 업체 리비안(Rivian)과 함께 삼성SDI의 합작법인 대상 유력 후보로 지목됐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스텔란티스가 이미 LG에너지솔루션과 합작법인을 설립했기 때문에, 비용 부담 측면에서 삼성SDI도 합작법인을 설립할 가능성은 낮다고도 전망했다.

하지만 스텔란티스는 삼성SDI와도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로 결정했다. 그만큼 스텔란티스가 배터리 업체와 적극적으로 협업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스텔란티스는 지난 7월 8일(현지시각) 진행한 ‘EV데이 2021’ 행사에서 2025년까지 전기차 사업을 위해 300억유로(한화 약 41조1492억원)를 투자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전기차 시장이 성장하면서 배터리 수요가 증가하는 가운데, 스텔란티스도 안정적인 배터리 공급을 위한 파이프라인 마련에 나선 것이다.

이번 합작법인 설립으로 스텔란티스는 2030년까지 북미지역 전기차 판매 40% 목표 달성을 위한 생산 능력을 확보하게 됐다.

카를로스 타바레스(Carlos Tavares) 스텔란티스 사장은 “삼성SDI와의 새로운 배터리 합작법인을 통해 북미 전기차 시장에서 입지를 공고히 하고 경쟁에서 이길 것”이라며 “앞으로도 스텔란티스는 뛰어난 파트너들과 협업해 안전하고 친환경적이며 합리적 가격의 자동차를 출시하고, 고객의 니즈를 충족시키겠다”고 말했다.

삼성SDI “기존 페이스 유지할 것”

삼성SDI는 오는 2025년 7월로 예정된 USMCA(신북미자유협정) 발효를 앞두고 미국에 진출해 원활한 배터리 공급을 할 수 있게 됐다. USMCA는 미국, 멕시코, 캐나다가 맺은 무역협정으로, 2025년 7월부터 미국 현지에서 생산하는 부품 비중을 75%까지 늘려야 무관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삼성SDI가 이 시점에 스텔란티스와 협업한다고 밝힌 것은 LG엔솔이 협업 발표를 한 것을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 그간 삼성SDI는 USMCA가 발효되는 2025년에 맞춰 미국 진출을 하면 된다는, 다소 여유로운 기색을 보이고 있었다. 다른 기업에 비해 미국 진출 속도가 늦다는 평가도 받고 있었다.

익명을 요청한 배터리 시장 전문가는 “LG엔솔의 스텔란티스 합작법인 설립은 삼성SDI 투자자들과 고객사에게 충분히 영향을 줄 수 있었다”며 “이를 의식해서 이 시점에 해당 보도를 낸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스텔란티스와의 합작법인 설립은 속도를 내기 시작했으나, 삼성SDI가 미국 진출 자체를 서두를 지는 지켜봐야 한다. 앞서 언급한 전문가는 “삼성SDI는 2025년까지 준비만 되면 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에 기존의 페이스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으며, 서두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번 합작법인 설립으로 삼성SDI의 전기차 배터리 생산 거점은 4곳으로 확대된다. 해당 지역은 한국 울산, 중국 서안, 헝가리, 미국이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배유미 기자> youme@byline.network

관련 글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