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금포? 마케팅 회사를 인수한 한컴의 전략

한컴오피스를 서비스하는 한글과컴퓨터(한컴)가 디지털마케팅 전문기업을 인수했다. 어반디지털마케팅이라는 곳인데, 단순히 브랜드 마케팅만 하지는 않는다. 상품은 갖고 있지만 마케팅 역량이 없는 기업을 발굴해 브랜드를 알린 뒤, 수익을  일정 부분 나눠 갖는 사업도 한다. ‘마약베개’로 대박을 친 블랭크의 서비스와 일정부분 유사한 사업모델이다.

‘한글’로 유명한 한컴은 왜 마케팅 회사를 인수했을까? 한컴은 19일 어반디지털마케팅의 지분을 63% 인수한다는 소식을 알리면서 “공공, 기업 중심의 기존 사업구조에 변화를 줘, 소비자 시장(B2C)으로 사업을 확대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부연했다.

이번 인수의 의의를 알기 위해서는 배경 상황을 염두에 두면 좋다. 우선, 한컴의 경영 구조 변화다. 지난 8월, 김상철 한컴그룹 회장의 장녀인 김연수 부사장이 신사업 담당을 위한 각자대표로 선임됐다. 그룹미래전략총괄도 겸한다. 김 대표는 한컴 내에서 글로벌 사업을 총괄하면서 아마존웹서비스(AWS)와 계약을 주도한 인물이기도 하다. 사령탑을 맡으면서는 그간 한컴이 도전해오지 않은 새로운 분야로 사업 영역을 넓히는 임무를 맡았다.

여기에 한컴이 그간 ‘한글’에만 집중했던 포트폴리오의 다변화를 꾀해온 것도 살펴봐야 한다. 좀 생뚱맞아 보이던 ‘마스크’ 사업이나, 보호복, 호흡기 등의 상품을 취급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는 주로 일반 소비자가 아닌 기업간기업(B2B) 판매에 국한되어 왔다. 보호복, 호흡기, 마스크 등 개인안전장비를 공급하는 한컴라이프케어, 임베디드 솔루션을 개발하는 한컴MDS 등을 자회사로 두고 있는데, 이들이 모두 B2B를 주요 사업 영역으로 한다.

따라서 한컴은 어반디지털마케팅을 인수해, 최근 소셜미디어라는 새 플랫폼을 타고 크게 성장하고 있는 디지털 마케팅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겠다는 전략을 짠 것으로 보인다. 기업간기업(B2B)에 국한되어 있던 사업을 B2C로 확장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인데, 마치 블랭크의 마약베개나 에코마케팅의 클럭처럼 B2C를 대상으로 하는 상품 개발과 유통을 생각해볼 수 있는 부분이다.

어반디지털마케팅의 주요 레퍼런스. 상품을 발굴하고 마케팅하는데 역량이 있다. 출처=어반디지털마케팅 홈페이지

어반디지털마케팅의 이력도 주목해볼 부분이다. 올 초 마케팅 기업으로는 이례적으로 사업 성장 가능성을 평가 받아 KB증권과 UTC인베스트먼트로부터 20억원을 투자받았다. 회사가 구강세정기 브랜드 ‘아쿠아픽’에 마케팅 투자를 해서 상품 매출이 11배 늘어난 것등에 대해 점수를 얻었다. 이 회사의 강점은 ‘마케팅 인베스트 사업’으로, 마케팅 전문기업이 가진 전문성, 인프라, 경험, 노하우 등의 자사을 브랜드 기업에 투자해 같이 성장하는 역량을 가졌다.

마케팅 기업 인수를 통해 한컴은 브랜드 마케팅 역량을 확보하는 동시에 새로운 사업 영역으로 확장하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한컴 관계자는 “어반디지털마케팅의 사업을 이어받을 뿐만 아니라, 그룹의 사업에 B2C를 접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컴이 어반디지털마케팅을 인수한 또 다른 이유는 브랜드 마케팅의 역량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최근 한컴은 클라우드 기반의 오피스 사업과 함께 메일, 드라이브, 메신저, 캘린더 등을 접목한 업무협업 플랫폼 사업을 시작했다. 신사업의 브랜드 마케팅이 필요한 만큼, 어반디지털마케팅의 도움을 받을 계획이라고 알렸다.

한컴 관계자는 “한컴오피스의 클라우드 서비스화와 미래 신사업으로 추진 중인 신규 서비스들까지 B2C로 확대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홍하나 기자>0626hhn@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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