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차 업체 제너럴모터스(GM)가 LG에너지솔루션(LG엔솔)의 배터리 안전성 논란으로 대규모 배터리 리콜을 진행한 가운데, LG엔솔이 배터리 셀, 모듈 생산라인을 전면 개선했다. 원인은 음극탭 단선과 분리막 밀림이 동시에 일어났기 때문으로 추정되지만, 아직 배터리 셀의 문제인지, 아니면 모듈 생산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인지는 판명나지 않은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LG엔솔의 배터리 셀 공정법에 문제가 있다는 의견에 좀 더 무게를 싣고 있다. LG엔솔은 배터리 셀 생산 시 생산 효율성은 높지만 분리막 밀림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라미네이션 앤 스태킹 공정법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LG엔솔의 배터리 셀 생산 공정법 자체에 문제가 있기 보다는, 진보를 위한 성장통의 일종이라고 판단한다. 따라서 공정법을 바꾸는 것보다 안전성을 개선할 수 있는 자체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고 보고 있다.

 

배터리 폭발 막는 분리막, 적용 방식은 달라

배터리는 안에는 양극과 음극이 탑재돼 있다. 이들은 서로 전하를 주고받으며 디바이스에 전류를 공급한다. 여기서 양극과 음극은 분리막으로 분리가 되어 있어야 배터리가 폭발하지 않는다. 분리막이란 배터리 내의 양극과 음극을 분리하고, 이온만 이동할 수 있도록 하는 얇은 막을 말한다. 분리되지 않은 채 전극에 전류가 흐르면 과전류에 의해 배터리에 불이 붙고, 폭발로 이어진다.

정상적인 리튬이온 배터리는 분리막에 의해 양극과 음극이 완전히 분리돼 있다. 하지만 공정 과정에서 전극이 밀리는 ‘밀림 현상’이 발생해 전극끼리 접촉하거나, 덴드라이트(리튬이온 배터리를 사용할 때 나타나는 나뭇잎 모양 결정)와 같은 결함에 의해 분리막이 찢어지는 경우가 있다. 이 같은 경우, 배터리 폭발이 일어난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도 배터리에 분리막을 탑재한다. 하지만 분리 방법은 차이가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라미네이션 앤 스태킹 공정을 사용한다. 라미네이션 앤 스태킹 공정이란 양극, 분리막, 음극을 한 장씩 차례로 쌓은 후, 이를 묶어 하나의 셀로 만드는 방식을 말한다. 이 때 분리막의 크기는 전극보다 더 크기 때문에 안전하게 양극과 음극을 분리할 수 있다.

반면, SK이노베이션은 Z스태킹 공정으로 배터리 셀을 만든다. 분리막 여러 장을 Z형태로 각각 접은 후, 각 틈새에 양극과 음극을 순서대로 끼워 넣어 배터리 셀을 생산하는 방식을 말한다. 쉽게 설명하면, 전극을 분리막이라는 파일에 담아 차곡차곡 쌓는 것이 Z스태킹 공정이다.

SK이노베이션의 Z스태킹 공법 (출처: SK이노베이션)

스피드는 LG엔솔, 꼼꼼함은 SK이노

두 공정법의 장단점은 명확하다. 라미네이션 앤 스태킹 공법을 사용하면 효율적인 배터리 생산이 가능하다. 하지만 적층 시 오차로 인해 결함이 생길 확률이 비교적 높다. Z스태킹 방식을 적용하면 비교적 안전한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또한 100% 장담할 수 없으며, 생산 효율성도 비교적 낮다.

라미네이션 앤 스태킹 공법은 전극을 가져다 쌓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비교적 간단하고 빠르게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다. 생산량이 많은 LG에너지솔루션에게는 라미네이션 앤 스태킹 공법이 최적이다. 하지만 낱장으로 적층하기 때문에 소재들이 밀리는 ‘밀림 현상’이 발생할 수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 밀림 현상이 발생하면 전극이 밖을 돌출돼 전극 간 접촉이 일어나고, 폭발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Z스태킹 방식을 적용하면 전극 간 접촉할 가능성이 최대한 줄었기 때문에 비교적 폭발 위험이 낮다. 적어도 분리막이 감싸고 있는 전극의 부위는 다른 전극과 접촉할 일이 없다. 더불어 분리막을 접어 전극을 고정시켰기 때문에 밀림·어긋남 현상도 줄어든다.

하지만 무조건 공정법 때문에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가 안전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익명을 요청한 한 배터리 시장 전문가는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생산량이 SK이노베이션에 비해 훨씬 많기 때문에 폭발 사고 빈도도 높을 수밖에 없다”며 “SK이노베이션의 폭발사고가 단 한 건도 일어나지 않은 이유가 공정법 차이 때문이라고만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공정법 하나만 믿고 안전성 면에서 안심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또한,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연구도 해야 한다. SK이노베이션을 찾는 고객사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올해 1~8월 사이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 부문에서 전년 동기 대비 136.8% 성장했다. 늘어나는 수요를 따라잡기 위해서는 더 효율적인 생산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현재 SK이노베이션이 고안한 방법 중 하나는 분리막을 길게 뽑아내 한 번에 Z모양으로 접는 것이다. 그간 SK이노베이션은 분리막을 짧게 뽑아서 낱개 포장하듯 전극을 감싼 후, 적층해 왔다. 하지만 그 과정이 복잡하다는 한계가 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분리막을 장폭으로 뽑아 전극을 한 번에 배치하고 Z폴딩하는 방법을 고안한 것이다. 이렇게 하면 효율적으로 배터리 셀을 생산할 수 있을 전망이다.

(출처: LG에너지솔루션)

“공법은 고수하지만, 추가 연구 필요해”

LG에너지솔루션, SK이노베이션의 각 배터리 셀 공정법은 모두 장단점을 가지고 있다. 또한 각 기업은 자사에 특화된 공정법을 개발하고 적용해 왔다. 때문에, 어느 기업이든 갑자기 공정법을 변경하는 것보다는 각자 가지고 있는 공정법을 개선해 나가는 방식을 취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추후 LG에너지솔루션은 안전성을, SK이노베이션은 생산성을 개선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한편,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GM에 탑재된 배터리 안전성 문제로 대규모 리콜을 진행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앞서 언급한 배터리 시장 전문가는 “GM 리콜 사태는 LG에너지솔루션의 성장통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를 기점으로 생산라인도 재정비했기 때문에 리튬이온 배터리 안전성을 강화하고 위기를 기회로 삼은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배유미 기자> youme@byline.network